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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 본점 [자료=롯데쇼핑]

[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롯데는 예로부터 오프라인에 강했다. 선대 롯데그룹 총괄회장인 고(故) 신격호 회장은 ‘현장’을 중시했다. 공격적인 확장으로 국내 유통 1위를 선점한 만큼 현장에 애착이 강했다. 매장 방문도 잦았다. 그러나 이 신조는 디지털 시대에 들어 ‘독’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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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쇼핑 매장 점포수 추이 [자료=한화투자증권]

■ ‘우문현답’ 강조하던 신동빈..롯데쇼핑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15일 업계와 공시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올해 롯데마트(1개)와 롭스(53개) 할인점 점포 총 54개 폐점해 214개에서 160개로 줄인다. 작년 42개 점포 문을 닫은데 이어 올해도 대대적인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롯데는 경영효율화를 위해 오프라인 매장 700여개 중 200개를 정리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행보다. 임차 매장이 많은 마트와 수퍼가 정리 우선순위다.

이는 전통적인 롯데 전략과 상반된 모습이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선대의 신조와 같이 ‘우문현답’(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 경영철학을 강조했다. 유통부문 계열사 대표 자리도 비슷한 철학을 가진 인물 위주로 앉혔다. 2017년부터 롯데쇼핑 대표이자 현 롯데그룹 유통BU장 겸 부회장인 강희태 대표는 취임 당시 현장경영과 함께 소통·혁신을 내세운 인물이다.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는 현장경영 철학과 함께 취임 초기 출점 전략을 이어갔다. 2018년 기준 아울렛 고양점, 세종·광복 엘큐브 오픈, 부산본점 증축 등을 포함해 국내 마트 4개 점포와 슈퍼 31개점, 롯데시네마 8개관, 롭스 18개가 문을 열었다. 사드 보복으로 인해 중국법인이 부진하자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로 눈을 돌려 출점 전략을 펼치기도 했다.

오프라인 매장 ‘소생’에도 힘썼다. 강 대표는 성장 정체기에 빠진 백화점 및 마트 활성화를 위해 차별화된 콘셉트 강화, 혁신 점포·체험형 매장 도입, 휴게 공간 50% 이상 확충 등 오프라인 매장 차별화 전략을 펼쳤다. 동시에 온라인 사업도 강조했다. 강 대표는 2018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커머스 사업에 도전장을 던지기도 했다. 통합 온라인몰 출범과 함께 2023년까지 3조원을 투자해 거래액 2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다만 강 대표의 온·오프라인 ‘투 트랙’ 전략은 생각만큼 풀리지 않았다. 뒤늦은 출발도 한몫했다. 2018년 당시 이미 쿠팡을 비롯한 이커머스 시장이 고속 성장한 상태였다. 경쟁사 신세계 역시 2014년 통합 온라인몰 ‘SSG닷컴’을 출범하고 배송을 위한 물류센터 증축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롯데 이커머스 출범 예정 시기는 2020년이었다. 늦은 데다 운도 안 따랐다. 2020년 롯데의 오프라인 매장 줄폐점의 원인이 된 코로나 앞에 롯데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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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 [자료=픽사베이]

■ 롯데쇼핑의 전략의 ‘빈틈’..백화점 효자 명품 매장 적어

코로나 이후 전반적인 오프라인 시장의 침체 속에 백화점업계는 유일한 실적 개선을 이뤄냈다. 핵심은 ‘명품’이다. 코로나로 국내에 발이 묶인 소비심리가 명품에 집중되자 명품 매출은 백화점 실적을 견인했다. 올해 3분기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영업이익이 각각 81.1%와 4% 증가했다. 이번 호실적은 명품과 소비심리 회복 등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반면 롯데백화점은 같은 기간 저조한 성적을 받았다. 창사 이래 처음 실시한 희망퇴직 비용 600억원을 제외해도 롯데백화점의 이번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수준에 그쳤다.

롯데백화점은 백화점 부문에서 ‘소규모 다점포’ 전략을 펼쳐왔다. 현재 롯데쇼핑은 올해 개점한 롯데백화점 동탄점을 포함해 백화점 총 33개를 보유하고 있다. 신세계 백화점(12개)와 현대백화점(16개)을 합한 수보다 많다. 반면 점포당 규모는 작은 편이다. 명품 3대장 ‘풀라인’으로 일컫는 루이비통·샤넬·에르메스 등 주요 명품사 입점 매장도 상대적으로 적다.

결론적으로 롯데백화점은 경쟁사에 비해 ‘비효율적’이다. 매장 수가 많아 임대료·인건비·판관비 등 고정비는 높지만 매장당 매출이 낮기 때문이다. 일례로 신세계백화점과 올해 3분기 실적을 비교해보면 롯데백화점은 백화점과 아울렛을 포함한 60개 매장의 매출은 6560억원을 기록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아웃렛을 제외한 12개의 매장에서 매출 5096억원을 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