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임윤희 기자] 저가 LFP 배터리로 유리할 것으로 예상됐던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을 제치고 삼성SDI가 1조원 규모 ESS 입찰에서 80%를 가져갔다. 비싼 NCA 배터리로는 불리할 것이란 업계 전망을 뒤엎은 결과다. 가격보다 울산 공장 중심의 국내 생산 체계가 평가에서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28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2025년 제1차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에서 삼성SDI가 전체 8개 사업지 중 6개 사업지에서 465MW를 수주했다. 입찰 물량의 80%를 차지하는 예상 밖의 성과다.
업계는 저렴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로 승부한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유리할 것으로 점쳤다. LG에너지솔루션은 ESS용 LFP 배터리 분야에서 노하우를 선제적으로 확보해 미국에서 대규모 양산을 시작했고 SK온도 시제품 개발을 완료하고 충남 서산 공장에서 양산성 검증 중이었다.
그러나 삼성SDI는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기반 배터리로 승부수를 띄웠다. 통상 NCA 배터리는 LFP에 비해 비싸고 상대적으로 열 안정성이 낮아 ESS 응찰에는 불리할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삼성SDI는 열 확산 방지 기술과 화재 차단 기술을 더해 안전성을 확보하고 가격을 대폭 인하해 반전을 만들어냈다.
삼성SDI가 대승을 거둔 배경에는 '국내 산업 기여도'가 결정적 변수로 작용했다. 가격 평가 비중이 60%, 비가격 평가가 40%였는데 비가격 평가에서 삼성SDI가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삼성SDI는 ESS용 배터리 셀 대부분을 울산 공장에서 생산하고, 소재 및 부품을 국내 업체로부터 대부분 조달하고 있다. 반면 경쟁사들은 해외 생산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국내 산업 기여도 측면에서 불리했다.
일부 사업지에서는 킬로와트시(㎾h)당 30원대 초반까지 전력발전단가가 내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업계 평균치인 40~50원대보다 30% 가까이 낮은 파격적 가격이었다.
국내 ESS 시장은 하반기 1조원 규모의 제2차 중앙계약시장 입찰을 앞두고 재격전이 벌어질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하반기 입찰에서 국내 유일의 ESS용 LFP 양산 경험을 강조하고 '무정지 연속 운용'을 지원하는 BMS 자동 보정 기술, 국내 최대 규모의 AS 네트워크를 내세워 반격에 나설 방침이다.
이번 입찰에서 한 곳도 수주하지 못한 SK온은 사장 직속으로 신설한 'ESS 솔루션&딜리버리실' 조직을 중심으로 재도전에 나선다. 중국 CATL도 최근 국내에서 ESS 솔루션 인력을 채용하는 등 국내 사업을 정비하고 있어 하반기 ESS 입찰 시장에 참전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수요 부진이 예상보다 길어지다 보니 하반기 ESS 입찰에서는 가격·기술 경쟁이 더 치열하게 펼쳐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