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우용하 기자] 라온저축은행이 KBI그룹으로 인수된다. 이는 적기시정조치 저축은행이 자율 구조조정되는 첫 사례다.
금융지주사가 저축은행을 인수할 시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법률 개정도 추진 중이다. 이에 저축은행 인수합병(M&A) 활동은 하반기에 더 활성화될 것이란 분위기가 형성되는 모습이다.
금융위원회가 KBI국인산업의 라온저축은행 인수를 승인했다. (이미지=저축은행중앙회)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KBI국인산업이 라온저축은행의 주식 60%를 취득하는 것을 승인했다. 이로써 KBI그룹은 지난 2000년 갑을상호신용금고를 매각한지 25년만에 다시 금융업에 진출하게 됐다.
라온저축은행은 경북 구미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당국으로부터 적기시정조치를 부과받은 저축은행 중 하나다. 지난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상화 과정에서 건전성 지표가 악화됐다는 이유로 ‘경영개선권고’를 받게 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KBI그룹의 라온저축은행 인수가 적기시정조치 저축은행이 자율 구조조정 되는 첫 번째 사례라는 점에 주목했다. 당국이 지난해부터 저축은행업계의 정상화를 위해 자율적인 M&A 활동을 지원해 왔기 때문이다. 올해 3월부터는 신속한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해 2년간 M&A 허용 대상 범위를 기존 적기시정조치 회사에서 최근 2년 이내 자산건전성 계량지표 4등급 이하인 곳으로 완화한 바 있다. BIS비율 역시 9% 이하에서 11% 이하로 변경했다.
실제로 업계 차원의 자율적인 M&A 활동은 규제 완화 이후 활성화되는 분위기다. 인수활동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곳은 OK금융그룹이다.
OK저축은행을 보유 중인 OK금융그룹은 상상인저축은행, 페퍼저축은행에 대한 인수 활동을 진행 중이다. 상상인저축은행에 대해서는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앞둔 상황이다. 특히 상상인저축은행은 3월 당국으로부터 적기시정조치 중 가장 낮은 단계인 경영개선권고 조치를 받은 바 있다. 이에 이번 인수가 완료된다면 구조조정 활성화에 마중물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3년부터 작년까지 저축은행업계 1위 자리는 13조4073억원 규모의 SBI저축은행이 차지해 왔다. 하지만 올해 1분기들어선 OK저축은행이 11년만에 1위 자리를 탈환했다. 상상인저축은행과 페퍼저축은행 인수 시 OK금융그룹의 저축은행 총 자산규모는 18억7414억원으로 상승한다. 1위 경쟁을 진행 중인 SBI저축은행보다 5조원가량 앞서게 되는 것이다.
OK금융그룹의 인수뿐만 아니라 KBI그룹·라온저축은행 사례까지 더해지면서 구조조정 활동은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역시 구조조정을 한층 더 활성화시키기 위한 법률 개정을 진행하고 있다.
당국은 지난달 30일 ‘저축은행 역할 재고방안’ 후속 조치 중 하나로 ‘상호저축은행법 시행령’ 하위 규정을 개정하기로 했다. 금융지주사가 저축은행의 대주주가 될 시 정기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이 개정안의 골자다. 금융지주사의 경우 금융지주회사법에 이미 그룹 전체의 건전 경영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개정안 입법예고와 규정변경예고 기간은 다음 달 11일까지다. 당국은 3분기 내 개정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인수 문턱을 낮춘 만큼 금융지주사가 저축은행 M&A 활동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기 시작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상호저축은행법 시행령 개정안이 금융지주사의 저축은행 인수 촉매재가 되기를 기대한다”며 “하지만 구조조정 활동이 활성화될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