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우리 경제가 직면한 저성장·고령화·저출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일본의 사례를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종합금융그룹 포트폴리오를 완성한 우리금융그룹은 우리금융경영연구소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미래 성장동력 발굴과 글로벌 진출 전략 수립에 본격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박정훈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왼쪽에서 세 번째)가 지난 18일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일본 경제 대전환’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정경신문DB)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지난 18일 ‘일본 경제 대전환’ 출간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1년에 걸친 심층 연구와 현지 인터뷰를 통해 저성장·고령화를 먼저 겪은 일본의 경제 및 금융 분야 대응 사례를 분석했다.
박정훈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는 “일본이 우리와 같은 저성장·저출산·고령화라는 인구 구조의 변화 속에서 ‘미리 가 본 미래’로서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면서 “거시경제 전반에 대한 분석부터 시작해서 기업 문화 자산 관리, 신성장 금융, 글로벌, 기업금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벤치마킹 사례를 찾아봤다”고 말했다.
권용선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본부장은 일본 경제 부활의 핵심 동인으로 ‘아베노믹스’를 꼽았다. 대규모 금융완화, 적극적인 재정정책, 성장 전략이라는 세 가지 정책방향이 10년 이상 꾸준히 추진되면서 선순환 구조를 구축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통화·재정 정책의 공조, 규제 개혁, 엔저 정책, 자본시장 발전 전략 등이 기업 실적 개선, 투자 확대, 임금 인상, 가계 소득 증가로 이어지는 긍정적인 순환을 만들어냈다.
버블 붕괴 이후 장기 침체와 디플레이션을 겪었던 일본은 최근 명목 GDP, 임금, 주가, 부동산 등 주요 지표에서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며 ‘잃어버린 30년’을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일본 3대 금융그룹(미쓰비시UFJ, 미쓰이스미토모, 미즈호)은 지난해 전년대비 25.3% 증가한 당기순이익을 거둬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이들 일본 금융그룹은 저금리 장기화에 대응해 비이자수익 확대, 글로벌 사업 강화, 디지털 금융 투자 등의 전략을 펼쳤다. 특히 해외 사업 확대와 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밸류업)이 주요한 성과 요인으로 분석됐다.
기업문화 측면에서는 인재 확보와 다양성 강화, 유연근무제(겸업·부업 허용), 시니어 인력 재고용, 여성 인재 육성 등 글로벌 트렌드에 맞는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령화 대응으로는 생애주기별 자산관리 체계를 강화했다. NISA(소액투자 비과세 계좌), iDeCo(개인형 확정거출연금), 간병보험, 신탁 등 다양한 제도를 통해 고령자 자산의 안전한 관리와 세대간 이전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J-REITs 등 부동산 간접투자 활성화, 도심 재개발, 전환금융(탄소중립 전환 지원) 등 미래지향적 금융상품과 정책을 확대했다.
연구소는 일본 사례가 저성장·저금리·고령화에 직면한 한국 경제와 금융산업에 다양한 정책적, 산업적 시사점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금융권 역시 비이자수익 확대, 글로벌 사업 강화, 신성장 금융 및 전환금융 등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가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박 대표는 “일본의 다양한 사례가 정답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힌트나 실마리는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연구 사례들이 많이 활용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금융은 보험 신사업과 자산운용 및 투자, 해외 진출과 관련해 일본의 성공 사례를 적극 벤치마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은 최근 증권사와 보험사 인수를 통해 종합금융그룹으로서의 체질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90%에 달하던 은행 수익 비중을 80% 수준으로 조정하고 보험사 운용 자산(약 53조 원)을 활용한 해외 인프라·사모신용펀드 투자를 확대해 수익 다각화를 꾀할 계획이다.
특히 우리금융은 이번 연구소의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대비한 시니어 고객 특화 금융상품 및 전용 콘텐츠 개발 등 시니어 통합 서비스 구축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표는 “시니어 하우징, 시니어 케어 관련해서 어떤 식으로 사업 전략을 구상하면 좋을지에 대해서 일본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있다”며 “시니어 케어, 시니어 하우징은 국가적으로도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있고 금융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하고 새로 편입되는 보험사에서 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연구소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이번 동양·ABL생명 인수를 통해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종합금융그룹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고령자·유병자 대상 상품개발과 돌봄·노후 자산관리 서비스를 통해 고령층의 사회적 안전망을 보완하고 보험금 청구권 신탁상품으로 유가족 복지 향상에도 기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