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상반기 어닝쇼크의 성적표를 받아든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임직원들에게 실적 개선의 절박함을 호소했다. 상반기 실적은 그간 강조해온 비이자이익 부문과 중소기업 대출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둔 영향이 컸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지난 28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하반기 강한 의지로 영업에 집중하자고 당부하고 있다. (자료=우리은행)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조 행장은 지난 28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우리 현 주소를 냉정하게 인식하고 타행과 격차를 빠르게 축소시키기 위해 절박함을 갖고 노력하자”고 말했다.

조 행장의 이러한 발언은 우리은행이 올 상반기 경쟁 은행 대비 부진한 성적을 거둔 것에서 비롯됐다. 우리은행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조4720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5.3% 감소했다.

같은 기간 KB국민은행은 7.7% 늘어난 1조8585억원, 하나은행은 33.9% 증가한 1조8390억원, NH농협은행은 35.1% 늘어난 1조2469억원의 순이익을 거둔 것과 대비된다. 신한은행도 0.1% 줄어든 1조6805억원의 순익을 내긴 했지만 한 자릿수의 뚜렷한 역성장을 기록한 곳은 우리은행이 유일하다.

우리은행의 실적 부진은 비이자이익 부문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우리은행은 상반기 3820억원의 비이자이익을 거뒀는데 이는 전년 대비 20.8%나 감소한 것이다. 우리은행 측은 비이자이익 감소에 대해 시장 변동성 확대 등을 이유로 들었지만 우리은행을 제외한 다른 은행들은 모두 비이자이익이 대폭 늘었다.

특히 올 상반기 두자릿수 성장을 기록한 하나은행의 경우 비이자이익 성장의 덕을 크게 봤다. 하나은행은 신탁·퇴직연금·방카슈랑스를 포함한 자산관리 수수료와 여신·외환 관련 수수료 증대로 5740억원의 비이자이익을 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38.6%나 증가한 규모다.

대규모 대손충당금 적립으로 상반기 손익 상승이 제한적이었던 신한은행의 경우도 비이자이익에서는 전년 동기 대비 26.8%나 증가한 4200억원의 이익을 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비이자이익에서 선방하며 당기순이익에서 하나은행을 제치기도 했다. 하지만 수수료이익 등 포트폴리오 확대를 통한 이익 증대보다는 변동성이 큰 유가증권 운용손익에 의존하다보니 비이자이익 성장세를 유지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자이익 부문에서도 중소기업 대출 역성장이 발목을 잡았다.

올해 2분기 기준 우리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119조7230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1.1% 감소했다. 4대 시중은행 중 상반기 중소기업 대출 잔액이 줄어든 곳은 우리은행 뿐이다.

지난해 4분기 말 우리은행보다 중소기업 대출 규모가 적었던 하나은행의 경우 120조3970억원에서 125조6900억원으로 4.4% 성장했다. 지난해 각종 대출규제와 고금리로 가계대출 성장이 제한된 상황에서 기업대출 확대로 영업전략을 일찌감치 전환했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은행의 경우 이달 초 취임한 조병규 행장은 물론 지난 3월 그룹 지휘봉을 잡은 임종룡 회장도 ‘기업금융 명가 부활’을 일찌감치 강조했지만 실제 영업 실적으로까지는 연결되지 못 했다.

우리은행은 상반기 실적 부진을 딛고 영업력 강화를 통해 하반기 반등 기회를 시도한다.

조 행장 취임 이후 새롭게 신설한 고객지향형 채널인 BIZ프라임센터, TWO CHAIRS W, 글로벌투자WON센터 등 영업특화조직을 강화하는 방안이다. 특히 기업금융전담역(RM), 프라이빗뱅커(PB) 등 영업 전문인력에 대한 관리와 사업 예산을 소관 그룹에 이양함으로써 현장을 중시하기로 했다.

조 행장은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변화와 도전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며 “우리은행 리더인 지점장들이 결코 후퇴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로 영업에 집중해서 상반기 어닝쇼크를 하반기에는 어닝서프라이즈로 되돌리자”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