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기업에 ‘직원 탄압’ 논란까지..늪에 빠진 롯데주류

이혜선 기자 승인 2019.09.20 18:55 | 최종 수정 2019.09.23 09:13 의견 6
지난달 12일 롯데주류가 배포한 공지문. (자료=롯데주류)

[한국정경신문=이혜선 기자] 롯데주류가 또다시 '친일파 기업'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부당 발령 직원'을 원직 복귀시키라는 노동당국의 판정을 받게 돼 회사 안팎으로 말썽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일본제품 불매운동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롯데주류의 전신인 강릉합동주조가 일제강점기 친일파에 의해 세워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곤혹해 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게다가 지난 7월 오랜 기간 롯데주류에서 근무하던 간부급 직원이 부당 전직명령·직책강등을 주장하며 노동위원회에 낸 구제신청이 받아들여져 '사면초가'에 울상이다.

■ 롯데주류의 전신은 강릉합동주조..일제강점기 애국기 헌납한 친일파 최준집이 설립

2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주류는 지난 7월 일본의 수출 규제로 인해 시작된 일본제품 불매운동의 여파를 그대로 맞았다. 온라인상에 일본의 아사히가 롯데주류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소비자들이 롯데주류의 소주 '처음처럼' 불매운동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사태가 계속되자 롯데주류는 지난달 12일 홈페이지를 통해 "일본 '아사히'가 한국 '롯데주류'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롯데주류는 롯데칠성음료의 주류 사업부로 '처음처럼', '클라우드' 등을 국내에서 생산하는 대한민국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공지문에는 처음처럼이 지난 1926년 강원도 향토기업 강릉합동주조의 '경월 소주'로 출발해 1993년 대한민국 초록색 소주병의 시초 '그린' 소주에 이어 2001년 강원도를 상징하는 '산' 소주까지 대한민국 소주 역사의 한 주축을 담당해 온 '대한민국 소주 브랜드'라고 설명돼 있다.

지난달에는 처음처럼을 생산하는 롯데주류 강릉공장 직원들이 강릉공장 주변 소비업소를 돌며 홍보활동을 펼치는가 하면 다른 지역에서 근무하는 직원들도 거리에서 물티슈나 팸플릿을 나눠주며 '처음처럼은 1926년 강원도 향토기업 강릉합동주조의 경월 소주로 시작한 대한민국 소주 브랜드입니다'라는 내용을 홍보하기도 했다.

롯데주류의 뿌리로 홍보한 강릉합동주조는 일제강점기 친일파로 조선총독 자문기구인 중추원 참의를 지낸 최준집이 세운 회사로 알려졌다. 1893년 10월 25일 출생한 최준집은 일본제국주의에 협력하며 부를 축적했다.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에 따르면 1937년 8월 중일전쟁이 일어나자 자신의 회갑연을 취소하고 국방헌금으로 1000원을 헌납하고 애국기(군용기) 강원호 헌납에 앞장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일제에 바쳐진 전투기들은 일제의 침략 전쟁에 투입됐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며 일본과 상관없는 기업임을 강조하려던 롯데주류는 결국 혹 떼려다 혹을 붙인 격이 됐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회사 차원의 공식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부당 전직명령·직책 강등..중노위, 롯데주류가 신청한 재심 기각

이런 가운데 지난 7월 23일 중앙노동위원회는 롯데주류가 소속 직원을 상대로 낸 재심신청에서 기각판정을 내렸다. 지난 1994년 롯데주류에 입사해 2016년 12월부터 대전 프리미엄 맥주 2팀장으로 근무하던 해당 직원은 지난 1월 갑작스럽게 강원지사 영동지점 도매파트장으로 발령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직책 역시 팀장에서 파트장으로 강등됐다. 지난 2월에는 강릉지사 영동지점 FM파트장으로 다시 한번 전직 발령을 받았다.

이 직원은 회사의 전직명령은 업무상 필요성도 없는 데다 직책 강등 역시 부당한 조치라며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했다. 그는 지난 2016년 7월경 서울에서 파트장으로 근무 시 지점의 리베이트 영업 관행에 대해 공익제보를 했다는 이유로 회사 인사고과에서 낮은 등급을 받았다며 사내 직원들 간 괴롭힘으로 가해자들에게 경고한 일에 앙심을 품고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악의적인 투서를 회사에 제출해 낮은 등급을 받았을 것으로 추측했다.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해당 직원의 복직 명령을 내렸지만 롯데주류는 재심을 신청했다. 결국 지난 7월 23일 중앙노동위원회는 재심판정에서도 해당 직원의 구제신청을 받아들여 롯데주류의 재심신청을 기각했다.

당시 사용자인 롯데주류 측은 "근로자의 주장은 추측일뿐 사실이 아니"라며 지점장 직책을 계속 수행하기에는 역량이 부족한 것으로 판단해 직책을 파트장으로 변경하고 그 과정에서 파트장 직책이 공석인 지점으로 발령한 것"이라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중앙노동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롯데주류는 해당 직원을 복직시키고 전직 기간 중 정상적으로 근무했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상당액도 지급하기로 했다. 현재 해당 직원은 복직해 정상적으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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