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주택개발리츠 '단독 강자' 대림산업..일각에선 평가 방식 지적도

지혜진 기자 승인 2019.09.16 13:23 의견 0
인천영종 A-28BL 위치도 (자료=LH)

[한국정경신문=지혜진 기자] 대림산업이 이달 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택개발리츠 민간공모사업인 ‘인천영종 A-28BL’을 수주하면서 주택개발리츠 사업의 단독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대림산업의 높은 사업 이해도와 원가절감 기술 덕분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대기업에 유리한 LH의 평가 방식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주택개발리츠는 땅을 소유한 LH, 건설사,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담당하는 대주단이 출자단으로 참여하는 사업이다. 공공과 민간이 이익과 위험을 공유하는 사업이다. 주로 사업성이 낮아 건설사들의 관심이 적었던 주택지가 사업 대상이 된다.

LH 주택개발리츠 사업 구조도 (자료=LH)

1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림산업은 지난 2일 LH 주택개발리츠 민간공모사업인 ‘인천영종 A-28BL’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대림산업은 단독으로 입찰해 수주했다. 

LH 금융사업기획처 개발리츠부 관계자는 “인천영종은 예전부터 시장의 외면을 받은 지역”이라며 “대림산업이 인천영종에 입찰한 이유는 입지 때문이 아니라 LH 주택개발리츠의 수익구조를 잘 이해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대림산업, 신성장동력 모색 결과..15건 사업 중 7건 수주

대림산업은 LH가 사업 공모를 낸 총 15개 주택개발리츠 사업 가운데 7개를 수주했다.

인천영종 A-28BL(대림산업), 김포마송 B-2BL·고양지축 B-5BL(대림산업), 파주운정3 A-30BL(신동아건설), 안성아양 B-3-1블록, 김포마송 B-6BL·파주운정3 A-27BL(대림산업), 양주옥정 A-19(1)BL(대림산업), 김포양곡 B-2·D-1BL(금호산업), 양주옥정 A-15BL(대림산업), 평택소사벌 S-2BL(효성), 김포한강 R3-1D외 8필지(GS건설), 영종하늘도시A46(대림산업), 양주옥정지구 A-18블록(대림산업), 영종하늘도시 A-39블록(GS건설), 남양주별내 택지지구 B2 블록(진흥기업), 청라국제도시LA1BL·LA2BL(GS건설) 사업이다.

LH 주택개발리츠 사업에 관심을 두고 꾸준히 참여한 결과다. 인천영종이 대표적인 사례다. LH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인천영종은 건설사들이 꺼리는 지역이다. 해당 지역에서 사업해본 건설사도 드물고 “대형 건설사를 제외하고는 토지 보유에 따른 이자 비용도 감당하기 힘든 지역”이라는 설명이다. 대림산업이 단독으로 입찰 경쟁에 참여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대림산업 커뮤니케이션팀 관계자는 리츠가 “사업을 발굴하고 다각화하는 신성장동력 중 하나”라며 “먼저 뛰어들어서 수행한 만큼 노하우가 축적된 것이 사업을 수주하는 데 이점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LH 관계자는 “대림산업은 기술이 좋고 원가 절감도 잘한다”며 “주택개발리츠 사업 성격 자체가 사업성이 열악한 부지에서 시행되다 보니 건설원가를 맞춰야 한다. 아무래도 기술이 좋은 큰 기업이 단가를 맞출 수 있다 보니 대림산업이나 GS건설 등이 사업을 많이 맡게 된 것 같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다른 곳은 사업 자체를 잘 알지 못해서 내부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대림산업의 주택개발리츠 수주를 “신성장 동력을 잘 찾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대림산업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는 “리츠 사업보다는 기존에 진행하던 재개발이나 재건축 성과가 컸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택개발리츠 사업의 규모가 작기 때문이다.

■ 주택개발리츠, 단독 강자 이면엔 대기업에 유리한 사업구조 지적도

한 건설사가 절반 가까이 수주하다 보니 일각에서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김포마송 B-2BL·고양지축 B-5BL 사업 수주 때는 평가 기준이 대기업에 유리하다는 주장도 있다.

주택개발 리츠 사업은 심사위원들이 평가한다. 매년 초 LH 기술심사위원이라는 직함의 800~900명 사이의 인재풀을 운영하다가 사업마다 무작위로 10명 내외를 추첨한다. 선정된 인원이 사업별로 평가하는 방식이다. 평가 내용은 계량과 비계량으로 나뉜다.

김포마송지구에서 대림산업은 중건 건설사인 금강주택과 경쟁했다. 그러나 계량 평가에서부터 대림산업에 유리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시공능력, 신용도, 주택건설실적 등 대기업에 유리한 항목들의 비중이 높아 중견 건설사에 불리하다는 것이다.

실제 재무계획, 단지계획, 건축계획, 특화계획 등을 단순 수치로 환산하기 힘든 비계량 평가에 들어가기도 전에 금강주택은 대림산업과 점수 차가 크게 벌어졌다.

해당 사업은 1000점 만점 중 460점이 계량 평가였다. 이중 시공능력(20점)에서 대림산업 18점, 금강주택 16점으로 2점 차, 신용도(20점)에서는 대림 19점, 금강 15점으로 4점 차, 주택건설실적(15점)에서는 대림 15점, 금강 7.25점으로 7.75점 차가 벌어졌다. 총점에서 39.75 차이로 금강주택이 떨어졌다. 이미 계량평가에서 13.75점이 벌어진 것이다. 대림산업의 총점은 944.17점, 금강주택은 904.42점이다.

LH는 평가방식이 불공정하다는 비판을 수용해 인천영종부터는 시공능력평가 배점을 축소하고 주택건설실적 기준 등도 완화했다. 그런데도 중견 건설사는 단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았다. 인천영종이라는 사업지 자체의 특수성도 있지만 평가방식이 여전히 대기업에 기울어져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LH 관계자는 “처음 공모지침을 변경한 것이다 보니까 배점을 대폭 개선하진 않았다. 다소 소극적으로 조정한 측면이 있다”며 “점진적으로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림산업이 노하우와 기술이 좋다는 LH의 평가나 대림산업의 자평에도 비판적 시각이 나오는 이유다.

LH 관계자는 “대기업에 유리하다면 다른 대형 건설사도 들어와야 하는 것 아니냐”며 반론한다. 하지만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관계자는 “한 업체가 특정적으로 수주한다는 것 자체가 민간에 수익거리가 된다는 방증”이라며 “다른 건설사가 안 들어오는 건 다른 먹거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김포마송 B-2지구·고양지축 B-5지구’에서 대림산업과 경쟁했던 금강주택에도 문의했으나 공식 답변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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