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먼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세계 1위'..현재 점유율은 대만 TSMC 3분의 1 수준

김수은 기자 승인 2020.07.31 15:46 의견 0
지난 30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이 삼성전자 온양사업장을 찾아 반도체 패키징 라인을 살펴보고 있다. (자료=삼성전자)

[한국정경신문=김수은 기자] 삼성전자가 오는 2030년까지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장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우선 하반기에 5나노(nm) 반도체부터 대량 생산에 돌입해 이 부문에서도 업계 선두주자인 대만 TSMC를 뛰어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글로벌 무대에서 16나노 제품이 주력이며 머지않아 10나노 이하의 제품들로 세대 교체될 전망이다.

하지만 올해 2분기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전체 점유율에서 TSMC는 51.5%를 차지해 절대 우위에 있다. 이에 비해 비해 삼성전자는 18.8%에 불과하다. 사실상 현실에서는 갈 길이 멀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 2분기 반도체 영업익 5조4000억원 넘어..2018년 4분기 이후 처음

3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30일 실적 발표를 통해 파운드리 분기 매출 분야에서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2분기 반도체 부문에서 영업이익 5조4000억원, 매출 18조230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영업이익이 5조원을 넘어선 것은 2018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이중 메모리 사업은 14조61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시스템LSI(반도체 설계)와 파운드리에서 거둔 매출이 3조6200억원이다. 삼성전자는 “시스템LSI 매출이 줄었지만 파운드리에선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시스템 반도체 매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가 주력 사업으로 키우고 있는 파운드리 부문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이러한 성과를 기반으로 삼성전자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가진 대만 TSMC를 넘어서기 위해 초미세 공정 개발을 가속화하며 1위 추격전에 돌입했다.

지난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반도체 비전 2030’을 제시하며 2030년까지 파운드리 시장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5월에는 경기도 평택 제2공장에 극자외선(EUV) 전용 라인을 추가 구축하겠다는 계획도 전했다.

대만 신주에 위치한 TSMC 본사 전경. (자료=TSMC)

■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격차 여전..2분기 TSMC 51.5% · 삼성전자 18.8%

현재 파운드리 시장에서 글로벌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곳은 대만 TSMC이다. 애플과 퀄컴, AMD, 화웨이 등을 주요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는 이곳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10조원을 달성했다. 아직까지 TSMC의 점유율 격차는 여전하다.

현재 세계에서 10나노 이하 초미세반도체 생산이 가능한 업체는 TSMC와 삼성전자뿐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51.5%, 삼성전자가 18.8%이다.

TSMC는 2분기 영업이익 43억8000만달러(약 5조2500억원), 매출 103억8000만달러(약 12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상반기 영업이익 총합은 86억5000만달러(약 10조3500억원)로 9조4600억원을 기록한 삼성전자를 훌쩍 넘어선다.

초미세공정에서도 삼성전자는 TSMC에 밀리는 상황이다. 공정 도입은 속도에서 비슷하나 수율(양품 비중)이 더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TSMC는 16나노 이하 미세공정 매출 비중이 54%이며 2분기 매출 36%를 7나노 공정에서 거뒀다. TSMC는 하반기 5나노 제품을 생산하고 연말까지 8%까지 비중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오는 2022년에는 3나노 제품을 출하할 예정이다.

TSMC의 아성을 뛰어넘기 위해 삼성전자도 7나노 이하 초미세공정 출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분기에 이미 5나노 반도체 양산에 착수했다”며 “5나노 수율은 기존 계획대로 개선하고 있으며 하반기 고객사를 확대해 본격 양산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4나노 공정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 5나노·4나노 2세대 공정도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 고객사 추가 확보·초미세공정 수율 상향 등 조기 개선해야 세계 1위 달성

하지만 초미세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아직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다.

위탁 생산만을 전문적으로 해온 TSMC는 고객사와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고객사 확보에 유리하다.

이에 비해 종합반도체 회사인 삼성전자는 고객사 확보에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고객사와 경쟁 구도에 놓여 있어 삼성전자와 거래를 꺼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설계와 생산을 비롯해 스마트폰 등 초미세반도체가 들어가는 제품들도 생산하는 회사이기에 고객사들이 기술 유출의 우려로 생산만 하는 TSMC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파운드리 시장에서 후발주자인 삼성전자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고객사를 확대하기 위한 차별화된 전략을 세우는 것은 물론 초미세공정 수율을 높이고 기본기가 탄탄하고 현장 경험이 있는 우수한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초미세반도체의 수요가 늘어나 파운드리 사업 파이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파운드리 업체 위상이 높아지면서 TSMC로 수주가 몰리면 삼성전자의 낙수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애플과 퀄컴, 인텔 등 미국 고객사들을 주요 거래선으로 확보하고 있는 TSMC가 오는 9월 화웨이와 거래 중단을 선언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미국의 규제 압박이 덜한 삼성전자가 수혜를 입을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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