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갑질, 말로만 동반성장..업계 3위 대림산업의 '안하무인'

지혜진 기자 승인 2019.08.23 16:41 의견 1
(자료=대림산업)

[한국정경신문=지혜진 기자] 대림산업은 지난 18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로부터 약 3년간 3000여 건의 계약에서 불공정하도급행위로 약 7여억원을 징수당했다. 하도급대금·지연이자·어음대체결제 수수료 미지급, 계약서 미발급·지연발급, 설계변경에 따른 하도급 대금 증액 미반영 등 이 회사의 불공정 행위도 아주 다양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림산업은 지난해 기준 국내 시공능력평가 3위로 올라선 기업. 공정위와 동반성장위원회가 선정한 ‘최우수 동반성장업체’로 꼽히기도 했다. 올해 2분기 영업이익도 2977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2% 증가했다. 회사 경영과 관련한 모든 수치와 평가가 긍정적인 신호를 나타낸 것이다. 그러나 이번 공정위 발표를 통해 ‘백화점식 갑질’만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는 증거가 줄줄이 잡힌 셈이다.

■ 일상화된 불공정하도급 계약..10건당 1번 꼴

23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2015년 4월부터 2018년 4월까지 총 2897건의 하도급 거래에서 법 위반 행위를 포착했다. 해당 기간 동안 대림산업의 총 하도급 거래 건수가 3만~4만 건인 점을 고려하면 대략 10번에 한 번꼴로 `갑질` 행위를 일삼은 것이다.

가장 많은 불공정 행위는 하도급 계약서에 반드시 명시해야 하는 하도급 대금 조정과 관련한 사항이나 하도급 대금 지급 방법을 빠뜨린 것으로 총 1359건에 달했다. 계약서를 공사가 들어간 뒤에 늦게 발급하거나 아예 지급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선급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거나 어음대체결제수단으로 지급하는 바람에 대금 지급이 늦어지기도 했다. 공사 설계가 변경됐는데도 발주처로부터 증액받은 금액을 하청업체에 알려주지 않았다.

보다 자세한 불공정 계약 사례를 조사하기 위해 22일~23일 양일간 공정위에 문의했지만 직권조사라서 알려줄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 대신 지난 2018년 4월 같은 건으로 과징금을 받은 의결서를 참조하라는 답을 받았다.

해당 의결서는 2012년 7월 12일부터 2017년 6월 27일까지 진행된 공사를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그러나 기간만 다를 뿐 불공정하도급거래행위의 내용은 같았다. 매번 제재와 과징금을 징수 받고도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 지난해는 과징금이 900만원이고 이번에는 과징금이 7억 3500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더 나빠졌다고 볼 수도 있다.

■ 만연한 `부실 계약서`, ‘미지급’..시간이 흘러도 판박이 ‘갑질’

해당 의결서는 대림산업이 토공 사업을 하는 A기업과 ‘하남미사 보금자리주택지구 조성공사(2공구) 토공 및 구조물 공사 1·2공구’(이하 하남현장), ‘서남분뇨처리 현대화 현장 중 토공 및 구조물 공사’(서남현장), ‘상주영천 고속도로 민자투자사업 건설공사(2공구) 토공 및 구조물 공사(1-2구간)’(상주현장), ‘상주영천고속 10공구 현장 중 토공 및 구조물 1-1공사’(영천현장) 등 4개 현장에서 불공정 하도급 계약을 맺은 행위를 지적하고 있다.

지난 2012~2014년 당시 대림산업은 하남현장에서 A기업과 하도급 계약을 맺으면서 10건은 계약서 자체를 발급하지 않았다. 계약서를 발급했다 해도 착공 일자로부터 한참이 흐른 뒤였다. 추가 공사였던 ‘PE방호벽 설치공사’ 착공일은 2012년 8월 2일인데 계약서 발급일은 2014년 1월 17일인 식이다. 이와 유사한 건은 영천현장과 상주현장에서도 각각 세 건씩 발생했다. 하도급 금액 규모만 8억7000만원이다. 지난 18일 공정위 자료에도 이와 같은 위반 행위가 명시돼 있다. 다만 규모가 더 켜졌다. 지난 단속에선 23건이었다면 이번엔 38건이다.

불완전 계약서를 내미는 것도 여전했다. 공사를 추가로 위탁하면서 하도급대금이나 지급방법, 기일 등을 명시하지 않은 계약서를 주는 것이다. 2018년 당시 공정위는 하남현장과 영천현장에서 11건, 약 2억8000만원에 해당하는 공사에 대해 불완전 계약서를 발급했다고 지적했다. 올해 드러난 건은 1359건이다. 공정위가 직접 조사에 나서자 불법 행위가 대거 드러난 것이다.

기자가 직접 대림산업과 하도급계약을 맺었던 한 업체에 연락을 취했다. 2017년에서 2018년 대림산업으로부터 도장공사를 하청받은 업체였다. 관리부 측은 “모든 금액이 지급돼서 문제가 없는 상태”라고 말했지만 “당시에 금액 부분에서 서로 안 맞아서 갈등이 존재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공사 담당자는 “문제가 없다”며 논란을 일축했다. “다른 기업에 비하면 양호한 편”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 갑질만큼 반복되는 동반성장의 약속..믿을 수 없는 개선 의지

이번 공정위 발표 이후 지난 20일 대림산업은 또다시 상생을 약속했다. 앞으로는 하도급계약서 발급이 늦어지지 않도록 전자계약시스템을 개편하겠다는 것이 골자였다. 하도급 현황을 진단하고 개선하기 위해 상생경영 태스크포스도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임직원을 대상으로 하도급 관련 교육을 하고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지속해서 노력 중이라고 했다.
    
문제는 개선의 약속마저도 판박이라는 점이다. 대림산업은 2017~2018년 불공정하도급 혐의로 국정감사에서 많은 질타를 받았다. 하청업체에 부당하게 금품을 요구하고 물품을 강제로 구매하는 등 갑질 문제였다. 그보다 앞선 2016년 3월 이해욱 회장(당시 부회장)이 운전기사를 상습 폭행한 사건으로 이미 여론의 뭇매를 맞던 상황이었다. 

거기에 지난해 불공정 하도급 계약으로 과징금까지 징수 받자 부랴부랴 지난 10월 ‘공정거래 협약식’을 진행했다. 서울 여의도 글래드 호텔에서 45개 협력사와 하도급법 준수와 상생을 약속했던 것이다. 이번 논란이 터지자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실시하겠다는 약속과 다를 바 없다. 이번 약속이 공허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 정책실장은 “노조를 탈퇴한 지 최소 4~5년은 되기 때문에 대림산업의 불공정 행위를 시민사회가 알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대림산업이 가맹노조로 등록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대림산업이 노조에 가입돼 있었다면 이번 공정위 ‘불공정하도급거래행위 제재’에 관해 성명서를 냈을 것”이라고 답했다. 대림산업의 갑질 사례를 구체적으로 알기 위한 방법이 없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현재로써는 공정위나 경찰이 아닌 이상 내부자의 폭로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영업이익, 실적, 순위 등 대림산업과 관련한 수치는 나아지는 데 근로현장이나 여건 등은 나아지지 않고 매번 도돌이표다. 대림산업은 이번 2분기 영업이익이 기대 이상의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데 대해 매출이 감소했음에도 건설 원가를 개선해서 가능한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건설 원가가 지난해 88.8%였는데 올해는 82.7%까지 낮췄다는 것이다. 그러나 개선된 영업이익이 늘어난 갑질 횡포 덕분은 아닌지, 어닝 서프라이즈에 하청업체만 괴로움을 토로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