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은행, 남북협력기금 어찌할꼬..1조 넘는 자금집행 '전전긍긍'

장원주 기자 승인 2019.08.13 16:11 | 최종 수정 2019.08.14 10:14 의견 1
올해 남북협력기금 개요. (자료=한국수출입은행)


[한국정경신문=장원주 기자] 한국수출입은행은 올해 남북협력기금이 올해 1조원 넘게 남아 있지만 지속되는 남북관계 경색 국면에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박근혜 전 정부의 개성공단 철수에 이은 뾰족한 경제 분야에서 별다른 개선책이 보이지 않음에 따라 1조원이 넘는 자금이 묶여 있는 셈이다.

수출입은행 자금 집행은 통일부 몫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은성수 행장이 차기 금융위원장으로 내정됨에 따라 정부 내 목소리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13일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올해 남북협력기금은 1조49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12월 말까지 기금 조성액인 1조4500억여원에 비해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지난 7월 말 현재 올해 집행된 금액은 세계식량계힉(WFP)의 대북 식량지원 등 560억원을 집행한 것에 불과했다. 1조4000억원에 달하는 기금이 쌓여 있다는 의미다. 남북·북미 정상회담 등 화해무드가 조성됐던 지난해 기금 집행이 1조원을 넘긴 것과 비교하면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남북협력기금은 남북한 주민왕래, 교역 및 경제협력을 촉진시킨다는 명목으로 지난 1991년 3월 조성됐다. 주관부처는 통일부이지만 업무편의상 수출입은행이 통일부로부터 위탁받아 운용하고 있다.

기금의 재원은 정부 및 민간의 출연금, 재정융자특별회계 및 금융기관 등의 장기차입금, 국채관리기금의 예수금, 기금의 운용수입금, 국민성금, 채권 발행 등으로 조성된다. 매년 1조원에 달하는 기금이 모인다. 대북비료 지원이나 쌀 지원 등 남북한 간 인도적 사업, 민간단체의 대북지원, 중소기업의 대북진출 때 저리 융자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매년 1조원이 넘는 자금이 들어오지만 수출입은행으로서는 '계륵'과 다름없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우리는 자금을 수탁할 뿐이지 정작 자금집행 기관은 통일부"라며 "통일부가 결정하면 제대로 자금이 이체됐는지 창구 역할에 머무를 뿐"이고 토로했다. 절차적인 부분에만 관여하는 이른바 '기계적 결합'만 하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특히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진영의 공세로 인해 수출입은행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수출입은행의 한 직원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잘 나갔던 때와는 극명하게 달라져 많이 위축되는 게 사실"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이는 수출입은행의 주요 업무인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집행과 극명한 대조를 보인다. 수출입은행이 지난해 집행한 EDCF 자금은 1조9500억원에 달한다.

남북협력기금과 달리 수출입은행은 EDCF에 대해 타당성 검토는 물론 적격성 검사를 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유독 남북협력기금에 대해서만 의사결정 권한이 없어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에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효용성 없는 남북협력기금을 언제까지 쌓아놓고 있어야 하느냐"며 중소기업 수출을 위한 기금 전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수출입은행 '정치권'만 바라보고 있다. 남북 경색 국면이 언제 풀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자금 규모와 인원을 줄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수출입은행은 은성수 현 행장의 금융위원장 내정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은성수 행장은 지난 9일 개각 발표 국제적인 협력 안에서의 대북 지원을 위한 연구를 강조했다. 은 후보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남북경협에 염두를 두고 수은에서는 관련 연구를 진행중"이라며 "북한 이슈는 변화가 빈번한 만큼 그에 맞게 금융기관이 준비할 수 있도록 서포트하는 게 중요하고 각 금융기관과도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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