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부담 뻔한 초저가 전략.. 내수 악재에 깊어지는 이마트의 고민

김성원 기자 승인 2019.08.13 10:14 의견 0
(자료=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페이스북 캡쳐)

[한국정경신문=김성원 기자] 만년 흑자 기업일 줄 알았던 이마트가 지난 2분기에 창사 후 첫 적자를 기록하면서 올해 실적 전망에 여기 저기서 '빨간 불'이 켜지고 있다. 

이미 미·중 무역전쟁, 일제 불매 운동 심화 등 유통업의 특성상 내수 마저 위축시키는 요인이 산재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신세계그룹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이자 대형마트 업계 1위인 이마트를 바라보는 시선이 하반기에도 쉽사리 개선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특히 정용진 회장이 내놓은 초저가 전략이 내수 부진 속에서 재고 부담이라는 '부메랑'으로 되돌아 올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이마트 주가는 전 거래일인 9일 비관적이었던 예상에도 못 미치는 부진한 실적을 발표한 영향으로 52주 최저가인 10만5500원까지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연결 기준 영업적자 299억원을 기록한 이마트의 2분기 실적을 시장 전망치를 훨씬 밑도는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삐에로쇼핑과 부츠 등 전문점의 영업적자가 188억원이나 됐고, 할인점의 영업적자도 43억원으로 부진했다.

주요 자회사인 SSG닷컴의 영업적자는 113억원, 이마트24는 64억원, 조선호텔은 56억원이었다.

문제는 이 같은 실적 부진 추세가 하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데 있다. 이에 맞서 이마트는 정용진 부회장의 야심작이기도 한 상시 초저가 '에브리데이 국민가격' 상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여 온라인에 밀리는 양상이던 가격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3분기의 경우, 2분기에 실적 악화 요인으로 작용했던 재산세 부담이 없지만, 오프라인 할인점에서 이익 감소 추세가 이어지고 있고, 온라인 사업 부문도 경쟁 심화로 적자 폭 축소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KB증권 박신애 연구원은 "오프라인 할인점의 기존점 성장률 부진과 재산세 증가로 실적 쇼크를 기록했다"며 "오프라인 할인점 외형 축소가 지속되면서 인건비와 임차료 등 고정비 부담이 가중돼 영업이익 하락세가 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SSG닷컴에 대한 중장기 기대감은 여전히 높으나 6월 말 새벽 배송 서비스를 시작한 영향으로 3분기에 SSG닷컴 적자는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당분간 오프라인 할인점의 이익 감소 추세가 지속되고 온라인 사업 적자도 축소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투자심리가 개선되려면 온라인 매출의 고성장세 회복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한화투자증권 남성현 연구원은 이마트에 대해 부정적 영업실적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남 연구원은 "이마트 2분기 실적은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고 평가했다. 

이어 "부정적 영업실적을 기록한 이유는 계절적 비수기에 따른 고정비 부담과 공시지가 상승에 따른 종부세 증가, SSG.COM 거래비중 확대로 인한 마진율 하락(-0.7%)이 작용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주요 연결 자회사 실적도 부진했으며 하반기에도 이러한 추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남 연구원은 "이마트 측이 전문점 폐점을 통해 수익성 개선을 모색하고 있지만, 기존점 성장률 역 성장세가 유지되고 있고 온라인 거래금액 확대에 따른 마진율 하락과 주요 자회사 실적 개선을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고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실제로 쿠팡 등 전자상거래 업체와 힘겨운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마트는 자회사인 SSG닷컴을 통해 새벽 배송 시장에도 뛰어들었고, 이마트24와 삐에로쇼핑, 스타필드 등에도 적잖은 투자를 하고 있지만, 단기간에 큰 수익을 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용진 부회장이 초저가 상품공급으로 승부수를 걸겠다는 전략을 천명했지만 미·중 무역전쟁, 일제 불매 운동 등 대내외 발 내수 위축이 발목을 잡을 것"이라며 "수요가 점진적으로 감소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재고물량 증가 가능성마저 크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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