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속 '부동산 불패' 기지개 켜나..금융상품은 '안정성' 퇴조

전통적 유동자산 증식 수단인 예금·적금과 주식·펀드 투자 권유는 줄어

김성원 기자 승인 2019.08.08 16:44 의견 0
(자료=컨슈머인사이트 소비자동향연구소)

[한국정경신문=김성원 기자] 경기 침체에도 부동산 투자를 권유하겠다는 금융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전통적인 유동자산 증식 수단인 예금·적금은 5개월 새 11%가 부정적으로 이동했다.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이 커졌지만 아직은 ‘만류’가 대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불황기에 부동산, 주식·펀드, 가상화폐는 위험하고 예금·적금이 안정적인 재테크 수단이라는 기존 상식에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 투자 권유, 부동산 늘고 예금·적금과 주식·펀드 감소

8일 소비자 조사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 소비자동향연구소는 지난 7개월 간 3만명(매주 1000명, 매달 4000~5000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체감경제심리 조사'를 진행했다. 이 조사에서는 주변 친지가 ▲예금·적금 ▲부동산 ▲주식·펀드 ▲가상화폐 중 한가지를 자산관리 방법으로 선택한다면 권유할 지 만류할 지를 물었다.

그 결과 예금·적금을 권유한다는 의견이 50%를 넘으며 유일하게 권유지수 100을 넘었다(7개월 평균 127.5). 이에 비해 부동산, 주식·펀드는 만류가 더 많았고(각각 83.1, 78.0), 가상화폐는 대부분이 만류하고 극소수만 권유한다는 결과(35.0)를 얻었다. 예금·적금은 확실히 선호하는 반면, 부동산과 주식·펀드는 상당수가 꺼려하고, 가상화폐는 자산관리방법으로 철저히 기피하는 것이다.

같은 기간 지수의 변화 추이를 보면 부동산은 권유가 증가하고, 예금·적금과 주식·펀드는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가상화폐도 증가하고는 있지만 아직 부정적 반응이 대다수를 차지해 두고 볼 필요가 있다.

■ 예금·적금, 11.1%가 부정적인 방향으로 이동

예금·적금은 권유지수 100을 넘은 유일하고 가장 유력한 자산관리 방법이다. 7개월 평균 권유지수 127.5로 응답자 50% 이상이 권유하고, 10% 내외가 만류(나머지는 중립)했다. 그러나 3월 이후 지수가 130.5에서 124.3으로 6.2p 내려 갔으며, 이는 전체 소비자의 11.1%가 예금·적금에 대해 부정적인 방향으로 이동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20대가 선호하는 방법이다.  

부동산은 아직 권유 보다는 만류가 많다. 평균지수는 83.1로 만류(40%내외)가 권유(20%내외)보다 20%p 정도 더 많다. 그러나 3월 이후 지수 80.5에서 87.1로 6.6포인트 상승했으며, 이는 11.2%의 소비자가 권유 쪽으로 움직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운용자산의 규모로 미뤄 부동산이 자산관리의 핵심 포인트라 할 수 있다. 

주식·펀드의 권유지수는 4월 81.4를 정점으로 7월 73.5로 7.9포인트 하락했다. 만류 비율이 4월 40%대 초반에서 7월 50% 이상으로 증가했다. 소비자의 9.4%가 만류 방향으로 이동했으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60대 이상 고령층의 이동이 많았다.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은 극히 미미하다. 권유지수는 평균 35.0로, 이는 70% 이상이 만류하고, 5% 이하만 권유했다. 하지만 가상화폐를 권유하겠다는 반응은 3월 1.9%에서 7월 4.3%로 상승했다. 지수로는 8.8포인트(30.5→39.3) 오르고, 권유 방향으로의 이동은 9.0%포인트 이뤄졌지만 아직은 만류가 대세다.

■ 예금·적금, 주식·펀드 빠진 돈은 부동산 몰릴 가능성

이번 조사 시점 이후 증시는 폭락했다. 종합주가지수는 종가 기준으로 7월 31일 2024.55에서 8월 7일 1909.71 로 110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6일 장중에는 1900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당분간 자산관리 방안으로 주식·펀드의 매력은 더욱 냉각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3월부터 7월까지 5개월간의 선호 자산관리 방안 변화를 이끈 주인공은 부동산, 특히 주택으로 보인다. 분양가 상한제 예고 등 억제정책에도 가격 상승이 예견되는 서울 강남 신축 아파트로 투자자들이 몰린다는 소식이다.

금리도 지난달에 이어 추가 인하 전망이 나온다. 금리 인하로 예금·적금이 일시적으로 주식·펀드와 가상화폐로 이동하려는 움직임도 예상할 수 있지만 며칠 사이 시가총액 수십 조원이 증발하는 폭락 장세에서 기대하기 어렵다. 예금·적금에서 돈이 빠지고 주식·펀드 매도가 이어진다면, 유동자금은 그대로 부동산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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