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정용진 부회장.. "기회는 생각보다 늦는다" 발언 배경 있나

이마트 첫 분기 적자 대응태세 당부 vs 결연한 어조 속에 현실인식 전한 듯

김성원 기자 승인 2019.07.18 12:28 의견 0
(자료=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인스타그램 캡쳐)

[한국정경신문=김성원 기자]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이 최근 열린 임원회의 말미에서 "위기는 생각보다 빨리 오고 기회는 생각보다 늦게 온다"고 언급했다. 뒤늦게 알려진 정 부회장의 이날 발언을 두고 의미 해석도 분분하다. 

신세계 측은 사상 첫 분기 적자 위기에 당황한 이마트 임직원에게 각별한 대응 태세를 당부했을 뿐라고 전했다. 반면에 차분한 어조 속에 정 부회장의 결연한 의지와 현실인식이 엿보인다는 참석자들의 전언은 예사롭지 않다는 반응도 나왔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정 부회장의 이같은 발언은 지난 달 28일 서울 성수동 이마트본사 6층 대강당에서 진행된 ‘2019년 상반기 리뷰 및 하반기 전략 회의’였다.

이날 회의에는 이마트 임원과 팀·점장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정 부회장의 발언 배경에는 최근 쿠팡 등 전자상거래 업체들의 거센 도전으로 2분기에 창사 이래 처음 적자의 위기에 처한 이마트 임직원에게 각별한 위기대응과 기민한 미래전략 수립을 당부하는 자리였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와 관련 정 부회장은 "초저가 상품 개발과 기존점 매장 리뉴얼, 온라인 분야 신사업 등 이마트가 위기 대응책으로 추진해온 전략들을 소비자 트렌드 변화에 맞춰 한층 속도감 있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역량을 축적해야 하는 시기이며, 기회가 왔을 때 이 축적된 역량을 바탕으로 기회를 반드시 잡아야 한다"며 역량을 결집해 위기를 헤쳐나가자고 이마트 임직원에게 당부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이마트는 상반기 영업목표를 2500억원으로 잡았으나 실제 실적은 1480억원에 그쳤다. 

설상가상 이마트24의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399억원에 달했다. 신세계그룹 내 계열사중 적자금액이 가장 많다. 조선호텔의 당기순손실 역시 2017년 508억원에 비해 많이 줄었지만 2018년에도 180억원을 기록했다.  

이마트를 바라보는 외부 시선에도 이같은 현실이 담겼다. 메리츠종금증권 등 증권사들은 이마트가 2분기에 할인점 기존점의 성장률이 부진하고 할인행사 확대 등으로 매출총이익률이 하락했다며 적자 전환을 기정사실화했다.

이마트가 신속한 위기 대응을 강조한 정 부회장의 주문에 따라 하반기 중 쿠팡 등의 저가 공세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초저가 상품들을 잇따라 선보일 예정이지만 효과가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이마트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하반기 경영전략회의 말미에 현 상황에 대처하는 자세를 담은 말이라며 임직원에게 위기 대응을 당부했다"며 "시의적절한 위기대응 태세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며 에둘러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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