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분쟁 장기전 예고..조원태 회장, 3자연합 공세 속 '경영권 사수' 성공

최태원 기자 승인 2020.03.27 18:17 | 최종 수정 2020.03.29 15:05 의견 0
27일 서울 중구 힌진빌딩에서 열린 한진칼 주총에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경영권을 사수했다. (자료=MBC뉴스)

[한국정경신문=최태원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경영권을 사수했다.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은 27일 서울 중구 한진빌딩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건을 출석 주주의 찬성 56.67%, 반대 43.27%, 기원 0.06%로 통과시켰다. 이로써 조 회장은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 등 이른바 3자 연합을 상대로 경영권을 사수하는데 성공했다.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 사수는 하루전 국민연금이 조원태 회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사실상 확정적인 상태였다. 3자 연합이 총 28.78%의 지분을 공동으로 보유하며 조 회장을 압박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특히 주총을 3일 앞두고 법원이 3자 연합 측이 낸 의결권 행사 가처분 신청까지 모두 기각한 터였다.

이날 조 회장은 주총에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주총 인사말을 통해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는 "지배구조를 더욱 투명하게 개선하고 핵심사업 역량을 강화해 변화를 선도하겠다"는 조 회장의 의견을 대독했다.

주총에서는 조 회장과 함께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된 하은용 대한항공 재무부문 부사장도 출석 주주의 과반(56.95%) 찬성을 얻어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이밖에 한진칼 이사회가 추천한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박영석 서강대 경영대학 교수, 임춘수 마이다스PE 대표, 최윤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동명 법무법인 처음 대표변호사 등 사외이사 5명 선임안도 모두 통과됐다.

반면 3자연합이 추천한 이사 선임 안건은 모두 부결됐다.

이날 주총은 당초 오전 9시에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중복 위임장이 많아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연돼 결국 정오를 넘겨서야 시작됐다.  

뒤늦게 시작된 주총에서 3자 연합 측은 주총 초반에 반도건설의 의결권 제한과 개회 지연에 따른 출석 주주수 확정 문제, 안건 투표와 검표 절차 등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신경전을 펼쳤다. 하지만 승부를 뒤집지는 못했다.

주총을 통해 조 회장이 경영권을 사수하는데 성공했지만 업계에서는 조 회장과 3자 연합간의 경영권 분쟁이 이제 막 시작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3자 연합 측이 차기를 노리면서 지분율을 꾸준히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현재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KCGI 18.74%, 반도건설 16.90%,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6.49% 등 총 42.13%에 달한다.

재계 관계자는 "반도건설이 한진칼 지분을 더 끌어모을 자금력이 있다"며 "이들이 최소 45%까지 지분을 끌어올려 향후 임시 주총을 소집해 한진그룹을 견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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