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리코 '슈퍼갑질' 도마..직원에게 식당 서빙·걸그룹 댄스·차력쇼 강요

장원주 기자 승인 2019.07.15 14:45 | 최종 수정 2019.07.16 17:27 의견 1
신도리코 여성직원들이 신도리코 임원, 방문객 식사를 서빙하는 모습. (자료=신도리코분회)


[한국정경신문=장원주 기자] 대한항공 사주의 갑질 행태에 대한 사회적 공분으로 직장 내 갑질 근절에 대해 공감대가 어느 정도 안착화하는 분위기이지만 신도리코에서는 옛말일 뿐인다.

사내행사에서 여직원과 여장 남직원에게 아이돌 걸그룹 춤을 추도록 강요하는가 하면 사내 임원과 손님에게 급식 서빙도 하도록 했다. 남성 직원들은 차력쇼까지 펼쳐야 했다.

수십년간 전근대적 직장문화에 저항하기 위해 노동조합을 결성했지만 사측은 대화와 협상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오는 16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신도리코는 노조원들을 상대로 노골적으로 '왕따'를 시키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14일 민주노총 서울본부 동부지역지부와 금속노조 서울지부 동부지역지회 신도리코분회에 따르면 신도리코는 올해 초까지 임원이나 외부 방문객이 왔을 때 여직원들에게 구내식당 밥상을 차리게 했다. 회사는 아예 서빙 순번까지 정해 놓았다. 회사 총무부서에서 여직원들에게 보낸 '전략회의시 써빙(서빙) 순서' 표를 보면 6명의 여직원이 2인1조로 돌아가면서 밥상을 차렸다. '전략회의'는 우석형 회장 이하 임원들이 매월 아산공장에서 여는 생산전략회의를 말한다.

신도리코 여성직원들의 식당 서빙 순번을 정하기 위해 총부과에서 만든 당번리스트. (자료=신도리코분회)


서빙 차례가 된 여직원들은 구내식당에서 임원들이 먹을 점심식사 상차림을 하고 이들이 식사를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가 식판을 치웠다. 이들은 본사에서도 서빙을 했다고 주장했다.

매년 9월마다 우석형 회장을 비롯한 임원들과 아산공장 직원들이 참석하는 '아산공장 확대석식 간담회'에서 여직원들은 걸그룹 댄스를, 남직원들은 차력쇼·여장 댄스 같은 장기자랑을 강요당했다. 지난 2017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한림대 성심병원 간호사 장기자랑과 비슷한 갑질 사례의 판팍이어였다.

신도리코의 전근대적 조직문화는 직원교육 프로그램에서도 드러난다. 신도리코 신입직원들은 연수 과정에서 배방산 야외훈련을 거쳐야 한다. 협동심을 기른다는 취지 하에 10킬로그램이 넘는 산악자전거(MTB)를 들고 산을 오른다.

주임급 교육에서는 4~6인 1조로 고무보트를 타고 노를 저어 한강을 건너게 한다. 여직원은 배 앞머리에 태워 방향 지시를 맡긴다. 전형적인 군대식 극기훈련이다.

신도리코의 전근대적인 경직된 노사문화는 지난해 6월 노조 결성 이후 더욱 극심해졌다.

아산공장 방인식 부분회장은 지난 1월 최하고과를 받고 대폭 삭감된 성과급을 받았다. 직속 부서장에게 그 이유를 물었으나 ‘뺑뺑이’로 최하고과자를 선정한다는 답변을 들었을 따름이었다. 강성우 분회장에게 식사제공을 거부하기까지 했다.

또한 특정 비조합원들에게 현수막 떼기, 출입문 지키기를 순번을 짜서 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비조합원으로 팀을 구성해 오전 4시까지 일을 시키는 등 가혹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근로계약서 등에 명시돼 있지 않는 허드렛일만 시키거나 일을 거의 주지 않고 있다. 노조 결성 이후 강성우 분회장과 한규훈 부분회장에게 일을 거의 주지 않고 있다.

심지어 아산공장 관리자들은 "방인식 부분회장이 밤에 회사에 와서 다른 사람 PC를 뒤진다" "파업을 하면 THP사업부, TM1, 2팀을 외주화할 것"이라는 소문을 퍼뜨려 노노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신도리코분회 관계자는 "신도리코 경영진 및 관리자들은 노동자들에게 뭐든지 시켜도 된다고 착각하고 있다. 근로계약에 기초해 정당한 일만 시켜야 한다는 개념조차 없다"며 "식당써빙과 장기자랑은 없어졌지만 ‘시키면 시키는대로 하라’는 전근대적, 군사문화적 생각은 아직도 견고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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