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 김기춘 파기환송 뜻은 "다시 심판" 일부 무죄 해석도

김지연 기자 승인 2020.01.31 06:53 의견 0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가운데)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김지연 기자]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혐의로 기소돼 징역 4년을 선고받았던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사건이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30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실장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의 상고심에서 심리 미진과 법리 오해를 이유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직권남용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했지만 일부 행위에 대해 법리 오해가 있다는 것이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 따르면 파기 환송은 원심판결을 파기한 경우 사건을 다시 심판하도록 원심법원으로 돌려보내는 것을 말한다. 이번 김 전 실장 판결을 대법원이 일부 무죄로 봤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대법원은 "피고인들이 정부 지원금을 신청한 개인 또는 단체의 이념적 성향이나 정치적 견해 등을 이유로 문예위 등이 수행한 각종 사업에서 정부의 지원을 배제하도록 지시한 것은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또 다른 범죄 성립요건인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인지'는 다시 따져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직권남용 행위의 지시를 받는 쪽이 공무원이거나 공공기관 임직원인 경우에는 법령에 따라 임무를 수행하는 지위에 있기 때문에 그가 의무 없는 일을 했는지는 관계 법령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김 전 실장 등은 박근혜 정부 시절 좌파 성향의 문화·예술계 인사 명단을 만들도록 지시하고 정부 지원 대상에서 배제토록 한 혐의를 받는다. 정부에 비판적 의견을 내는 단체의 이름과 배제 사유 등을 정리한 문건을 작성하도록 지시하고 이를 토대로 정부지원금의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한 것.

앞서 김 전 실장은 1심에서 징역 3년을 받았다. 2심에서 공무원 사직 강요 혐의가 추가로 인정돼 형량이 징역 4년으로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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