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 가깝도록 장례도 못 치룬 '故 문중원 기수 사건'..마사회는 나몰라라

최태원 기자 승인 2020.01.22 16:04 의견 0
지난 2019년 11월 29일 문중원 기수는 마사회의 채용비리와 부정 등의 내용을 유서로 남기고 부산경남경마공원(구 렛츠런파크) 내 화장실에서 40세의 나이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자료=KBS뉴스)

[한국정경신문=최태원 기자] 한국마사회에 대한 경마 기수들의 처절한 투쟁이 해를 넘기며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마사회는 자신들과는 무관하다는 기존 입장에서 단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어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22일 고 문중원 기수 시민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29일 사망한 고 문중원 기수 사건으로 드러난 '마사회 비리'를 규탄하며 서울 시내에서 '오체투지(양팔꿈치와 무릎 및 이마를 붙이며 절하는 것) 행진'이 펼쳐졌다. 이 행진은 지난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강진역에서 시작해 21일에는 청와대 방면으로 진행됐다. 지난 17일 경기 과천 마사회 본사 앞에서 시작한 오체투지였다.

행진에는 빈 상여도 등장했다. 문중원 기수의 사망사건을 알리기 위한 퍼포먼스이다. 문 기수는 지난 2019년 11월 29일 부산경남경마공원(구 렛츠런파크) 내 화장실에서 40세의 나이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문 기수는 유서에는 "답답하고 불안해 살 수 없다", "경마장에서 더럽고 치사해서 정말 더는 못하겠다"고 씌어 있었다. 마사회의 부정과 비리에 관해 신랄히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문 기수는 일부 조교사들의 부당지시에 힘들어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교사는 마주에게 경주마를 위탁받아 관리한다. 이들은 기수와 마필관리사의 생계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기에 조교사들의 말에 기수들은 따르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들은 고의로 상위군에 있는 말을 대충 타도록 지시해 하위군으로 보내고 낮은 등급에서 좋은 성적을 얻어 고액 배당을 받도록 하는 부정경마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문 기수는 이 같은 내용을 유서에 담았다. 

문 기수의 경우 조교사가 되기 위해 해외 유학은 물론 자격증까지 취득했지만 일할 기회를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마사회로부터 면허를 교부받아야 한다. 하지만 매번 문 기수는 지난 2015년에 자격증을 취득하고도 마지막 심사에서 떨어졌다. 문 기수는 마사회와의 친분 관계로 결과가 정해진다고 주장했다. 

문 기수의 아버지와 시민단체 등은 수 차례 시위와 기자회견 등을 통해 마사회의 부정을 알렸다. 지난 15일에는 서울 서초구 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마사회를 철저히 수사하라"며 고발장을 제출하기도 했다. 

마사회에 맞서 부산경남 경마 기수들은 지난 20일 노동조합 설립을 신고했다. 김재남 민주노총 부산본부 부본부장은 노조 설립 신고 기자회견에서 "기수들의 노동조합 설립은 단순히 임금과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서가 아니라 살기 위해서"라며 "문중원 기수가 자기 목소리만 낼 수 있는 권리만 있었어도 죽음을 막을 수 있었다"고 호소했다. 

시민대책위에 따르면 부산경남경마공원은 지난 2004년 개장한 이래 문 기수를 포함해 총 7명이 목숨을 끊었다. 현 정부 들어서만도 4명이다. 

마사회의 입장은 "조교사는 개별사업자로 한국마사회와는 고용관계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문 기수의 사망 당시 조교사 채용비리 의혹에 대해 이와 같은 답을 전한 바 있다. 이 같은 입장은 현재에도 큰 변화가 없다. 자체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한다는 방침이지만 기본적으로 "마사회는 경마 주최 기관일뿐"이라는 입장이다. 

현재 문 기수의 유족은 장례를 치르지 않은 상태다. 문 기수의 시신은 지난 12월 27일 상경했다. 유족은 "죽음의 경주를 멈추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마사회만의 문제가 아닌 시민사회의 관심사로 떠오른 만큼 경찰 당국의 수사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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