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재판부 "'삼바 분식회계' 증거 채택 않는다..준법감시위 실효성 점검"

장원주 기자 승인 2020.01.17 18:39 의견 0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장원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에서 법원이 특검이 제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과정에서 확보한 자료를 증거로 채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삼성그룹이 투명 경영을 위해 출범한 준법경영감시위원회의 실효성을 살피겠다는 뜻을 전하면서 양형 반영 여부에 이목이 집중된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17일 열린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4차 공판에서 "특검이 신청한 증거 중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증거인멸 등 다른 사건의 증거들은 채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에 따르면 동계스포츠영재센터지원금이 대통령의 직무와 대가관계에 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최서원씨 사건에서 승계작업이라는 묵시적 청탁과 영재센터 대가 간에 관계가 있다는 것이 대법 판결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대법원의 유죄 판단에 대해 피고인도 다투고 있지 않다"며 "승계작업 자체로 대가관계를 인정할 수 있는 이상 그 일환으로 이뤄지는 개별 현안을 특정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 "(이 재판은) 승계작업의 일환으로 이뤄지는 각각 현안에 대한 재판이 아니다"라며 "다른 사건 재판에서 제출된 증거까지 채택해 심리할 필요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에 특검은 "충분한 양형 심리가 필요한 이번 사건에서 추가 증거입증이 필요없다는 재판부 입장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며 "8개 증거 모두 핵심적 양형 증거로 관련성과 필요성이 모두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의신청을 했다. 재판부는 이의신청에 대한 결정을 서면으로 고지하겠다고 했다.

앞서 특검은 파기환송심에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 사건 등의 일부 기록을 증거로 제출하겠다고 맞섰다.

검찰의 수사는 외관상으로는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의혹을 캐고 있지만 본질은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의 부정 의혹을 규명하려는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하는 과정에서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합병 비율을 맞추기 위해 삼성바이오의 회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핵심이다.

특검은 이와 같은 수사 내용을 증거로 제출함으로써 이 부회장의 승계 작업과 관련한 청탁의 대상으로 개별 현안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계획이었다.

삼성이 지난 9일 출범한 준법감시위원회를 놓고도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지난 재판에서 재판부는 "향후 정치 권력자로부터 똑같은 요구를 받으면 뇌물 공여를 할 것인지, 기업이 응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변을 다음 기일 전에 제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삼성은 준법감시위원회 출범을 밝혔다. 위원장에는 진보 성향 김지형 전 대법관이 내정됐다.

이 부회장 측은 그룹 총수나 임원들에 대한 감시·감독이 적절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준법감시위원회에 독립적 권한을 부여하는 등 준법감시위원회가 실질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양형에 유리하게 참작해 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에 특검은 "재벌체제 혁신과 준법위 도입이 양형사유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심사해달라"며 "일각에서는 준법위 도입에 따른 일련의 진행이 '이재용 봐주기' 명분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결론적으로 양형심리든 회복적 사법이든 공정하고 투명하게 재판이 진행되길 바란다"는 의견을 전했다.

재판부는 준법감시위의 실효적 운영을 점검할 필요성이 있다며 법원, 특검, 이 부회장 측이 한 명씩 추천해 3인으로 구성된 전문심리위원을 구성해 운영 실태를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는 증인으로 채택된 손경식 CJ회장이 출석하지 않았다. 이 부회장 측은 "(손 회장이) 증언에 상당한 부담감을 느낀 것 같다"며 증인신청을 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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