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기관의 근심 가득찬 '경제 보고서'.. "국내 실물경기 하락세 완연"

산업연구원 "올해 성장률, 작년보다 0.3%p 낮은 2.4%에 그칠 것"

김성원 기자 승인 2019.06.24 16:24 의견 0
 

[한국정경신문=김성원 기자] 수출 감소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소비와 투자 등 내수 부진이 심화되면서 국내 실물경기가 완연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국책 연구기관의 진단이 나왔다.

산업연구원은 24일 '2019년 하반기 경제·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이 지난해보다 0.3%포인트 낮은 2.4%에 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산업연구원이 제시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2.6%에서 0.2% 포인트 하향 조정한 것이다. 또 지난해 GDP 증가율 2.7%보다 0.3%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미·중 무역분쟁 지속, 세계경기 둔화 등 불확실성 고조

내수는 민간소비가 실질총소득(GDI)의 감소 영향으로 올 1분기에 증가율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설비투자도 미·중 무역분쟁 지속과 세계경기 둔화 가능성 등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감소세가 확대될 것으로 우려했다.

수출은 전반적으로 수출물량이 감소세로 전환되고, 수출단가도 반도체 가격의 낙폭 확대와 유가 하락 전환 등의 영향으로 떨어지면서 부진할 것으로 예상됐다.

구체적으로 수출은 지난해보다 5.9% 줄어들며 연간 수출액 6000억달러 선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산업연구원은 "다만 상반기(2.0%)보다는 하반기(2.7%)에 0.7%포인트 오르는 '상저하고'의 흐름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통관 기준 수출은 하반기 들어 감소세가 다소 완화되겠으나 수출단가 하락, 반도체 수출 감소 여파, 전년도의 기저효과 등으로 연간 전체로는 5.9% 감소할 것으로 봤다.

반기별로 보면 상반기 -7.5%, 하반기 -4.3%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연간 수출액은 지난해 6049억달러에서 5692억달러로 떨어지며 다시 5000억 달러대로 내려앉겠다고 추산했다.

수입은 연간 기준 5352억달러에서 5271억달러로 1.5% 감소할 전망이다. 전반기는 전년 대비 3.6% 하락하고 하반기는 0.6%로 소폭 상승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수입보다 수출이 더 큰 폭으로 떨어짐에 따라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전년(697억달러)의 60% 수준인 421억달러에 그치겠다고 예상했다.

연구원 측은 "주요 수출국의 자동차, 의류, 가전, 음식료 등 소비재 수요 성장세가 둔화하고, 반도체, 디스플레이, 섬유소재, 정유, 석유화학 등 소재부품과 일반기계의 동반 수출 부진이 야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민간소비, 전년보다도 낮은 연간 2%대 중반 예상

소비는 정부의 가계소득 안정대책 등에도 불구하고 고령층 중심 고용 증대와 소비심리 약세 등의 영향으로 전년동기비 증가율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의복 등 준내구재와 승용차 등 내구재 소비의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는 반면, 화장품 등 비내구재 소비는 소폭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유가와 환율 상승으로 수입물가가 오르고, 교역조건이 악화되면서 소비와 동행하는 실질총소득(GDI)의 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민간소비 증가율은 정부의 가계소득 안정대책 등에도 고령층 중심의 고용 증대와 소비심리 약세 등의 영향으로 전년보다 0.4%포인트 낮은 2.4%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원 측은 "최근에 취업자 증가폭이 소폭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4월 고용률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취업자 확대가 대부분 소비여력이 낮은 60대 이상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소비 진작에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건설투자는 전년 대비 3.3%, 설비투자는 6.0% 감소하겠다고 전망했다.

다만 설비투자는 상반기 -13.6%에서 하반기 1.7%로 상승 전환할 것으로 봤다.

설비투자와 관련된 선행지표들(기계수주액과 설비투자조정압력 등)이 추가적으로 급락하지 않는 모습이며, 정부의 경제활력 제고 대책 추진과 추경 집행 가능성 등이 기업들의 투자 불안 심리를 다소 완화시키면서 하반기 설비투자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산업연구원은 "정부가 내수 회복을 통해 견고한 수요가 유지되도록 지원하는 한편, 제조기반 강화를 통해 제조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도록 지원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디"고 밝혔다.

 

■미·중 분쟁 장기화 속 반도체, 스마트폰 등 직접적 영향 

하반기 대외환경은 상당히 불투명하다. 미?중 통상분쟁 지속, 세계경제 성장세 둔화, 수출단가 인하, 글로벌 경쟁 심화 등 수출여건의 지속적인 악화 요인이 줄줄이 대기중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중 통상분쟁 장기화가 우려되는 가운데 최근 중국 화웨이 사태로 반도체,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 정보기술(IT) 산업에 직접적인 영향이 우려된다고 연구원은 전했다.

IT산업 뿐만 아니라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섬유, 음식료는 경기둔화 및 수요 위축에 따른 간접적인 파급 효과마저 경계해야 할 상황이다.

앞서 산업연구원은 지난해 말 2019년 전망치를 발표할 당시 반도체산업이 상반기에는 부진하다가 하반기 들어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화웨이 사태가 새로운 변수로 나타나면서 반등을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는 설명이다.

또한 화웨이는 SK하이닉스 매출의 12%, 삼성전자 매출의 3%를 차지하는 대형 수요기업으로, 화웨이 사태가 본격화 될 경우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에 악영향이 예상된다.

미국 제재로 마이크론이 화웨이에 D램 공급을 중단함에 따라 우리 기업 제품에 대한 대체효과도 일부 기대되나, 화웨이의 생산 축소 효과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디스플레이의 경우 최대 수출국인 중국 IT제품에 추가 관세 부과시 부품인 디스플레이의 수요 감소가 예상되며, 중국내 애플의 점유율 감소는 국내 디스플레이에 부정적 영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지만 연구원은 "미국의 화웨이 규제는 단기적으로 화웨이 스마트폰 수요 둔화와국내 하이엔드급 스마트폰의 판매 증대로 이어지면서 국내 OLED 수요 확대의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국제유가 상승폭 제한적.. 환율 연평균 약 1150원대

산업연구원은 미국은 현재의 금리동결 기조가 유지되지만, 그간 내수 지지를 견인해 온 감세 정책의 효과가 점차 약해지면서 점진적인 내수 둔화 현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일본과 유로권은 대내외 여건의 약세 영향으로 전년 수준의 제한적인 성장세가 예상되고, 중국경제도 미국과의 무역분쟁 등의 영향으로 연간 성장률이 6%대 초반 수준으로 하락할 전망이다.

국제유가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하반기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겠지만, 원유 수요가 억제됨에 따라 상승 폭이 크게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연평균 기준으로는 전년대비 4.7% 하락한 배럴당 약 66달러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분석된다.

원/달러 환율은 미·중 무역분쟁, 국내 경제지표 부진 등이 원화 가치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하반기에는 상반기 보다 약간 더 높아져 연평균 기준으로 약 1150원대를 예상한다고 연구원 측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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