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은행 대출보다 직접 투자 선호..시중은행, IP담보대출 실적 저조

유길연 기자 승인 2019.06.12 11:35 의견 0
금융위원회의 독려로 시중은행들이 지식재산권 담보대출 상품을 내놓았지만 은행과 스타트업 모두 지식재산권 담보대출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금융위원회 최종구 위원 (자=한국정경신문)

[한국정경신문=유길연 기자] 금융위의 적극적인 독려로 출시된 은행의 지적재산권(IP)담보대출이 실제로는 은행과 스타트업 모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 입장에서는 지식재산권 가치평가에 따르는 위험이 부담스럽다. 스타트업도 은행의 높은 기준을 통과해 대출을 받는 것보다 기업들의 투자를 받는 것이 자금확보에 더 수월하다는 판단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3개월여 동안 시중은행 3곳(KB국민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의 지식재산권 담보대출 실행건수는 총 20건에 못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출금액은 100억 원을 밑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식재산권 담보대출은 외부 평가기관의 가치평가를 받아 지식재산권 평가금액을 매긴 뒤 이를 기준으로 삼아 기업의 지식재산권을 담보로 대출을 내주는 상품이다.

시중은행들은 지난 3월부터 지적재산권 담보대출 상품을 앞다퉈 내놓았다. 금융위가 정부의 ‘포용적 혁신성장’의 정책 기조에 따라 은행들이 지식재산권 담보대출을 늘리도록 유도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이를 위해 은행 평가기준을 바꿨다. 은행 기술금융(TECH) 평가항목에 지식재산권 담보대출 실적을 적극 반영하기로 했다. 

하지만 은행들은 지적재산권 담보대출에 적극적이지 않은 분위기다. 은행들은 현재 지적재산권 담보대출 기준을 5억원으로 높게 설정한 상태다. 지적재산권을 담보로 설정하는데 있어서 위험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대출 규모가 늘지 않더라도 안정성을 확보하겠다는 판단이다. 

무형의 재산인 지식재산권의 가치는 계속 변화하기 때문에 이를 담보로 설정하기에 위험이 따른다. 또 지식재산권 시장이 활성화 돼 있지 않아 원금회수 시 담보로 잡은 지식재산권을 팔기도 어렵다. 

대출 문턱이 높다 보니 스타트업도 여전히 벤처캐피탈(VC) 투자나 기업들의 지분투자를 선호하고 있다. 대출에 따른 이자 부담도 지식담보대출의 매력을 떨어트리는 요인이다. 

특히 국·내외 대기업들이 스타트업 생태계를 꾸리겠다며 유망한 스타트업들을 대상으로 지분투자 및 사업 지원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최근 국내 스타트업인 야놀자는 해외 대기업 등으로부터 총 1억8000만달러(2124억 9000만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유니콘 기업으로 올라섰다. 기업가치 1조원의 유니콘 기업을 꿈꾸는 스타트업들이 대기업에 눈을 돌리는 이유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정책을 내놓으면 은행은 따를 수 밖에 없다"며 "현재 지식재산권 담보대출이 활성화되지 않고 있지만 상품을 내놓은지 얼마 안됐기 때문에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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