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우용하 기자] 정부와 서울시가 장기 침체 국면을 돌파하지 못하고 있는 건설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각종 지원책을 잇따라 발표했다.
하지만 지방 건설사부터 붕괴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음에도 건설업계가 강조해 온 세제 혜택을 비롯한 내용은 빠져 있어 실효성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정부와 서울시가 앞다퉈 건설 경기 활성화를 위한 지원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주택 구매자의 금융비용을 완화해주는 내용은 제외돼 실효성이 떨어진단 평가가 제기됐다. (자료=연합뉴스)
2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사업 진출을 촉진하기 위해 1조1000억원 규모의 ‘글로벌 플랜트·건설·스마트시티(PIS) 2단계 펀드를 조성했다. 이번 2단계 펀드의 투자 대상은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에서 추진되는 플랜트, 교통·물류 인프라, 도시개발 등 분야의 해외 투자개발사업으로 확인됐다.
PIS펀드는 해외건설시장에서 국내 건설사들이 단순도급 방식을 탈피하고 고부가 가치 투자개발사업으로의 진출을 돕기 위해 지난 2019년 마련된 금융지원 프로그램이다. 정부·공공기관·민간이 함께 조성하는 펀드로 이번 2단계 펀드는 1100억원의 정부 재정과 3300만원의 공공기관 투자로 모태펀드를 조성했다. 나머지 6600억원은 민간 투자를 유치해 마련할 계획이다.
정부가 이 같은 투자 펀드를 조성한 것은 국내 건설·부동산 시장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만큼 해외 진출을 지원해 건설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시도로 분석된다. 실제 건설 경기는 국내 주요 산업 중에서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는 2787만8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만5000명 증가했으나 건설업의 취업자 수는 16만9000명 감소해 2013년 이후 최대 폭으로 급감했다.
정부는 19일에도 건설 경기 활성화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특히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악성 미분양으로 평가되는 ‘준공 후 미분양’ 상태인 아파트 3000가구를 매입해 지방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역시 25일 건설분야에 대한 규제 34건을 철폐하고 제도개선과 산업 활성화 방안 8개를 발표하면서 건설업 살리기에 나섰다. 대표적으로 제2종과 제3종 일반주거지역 소규모 건축물의 용적률을 3년간 한시적으로 완하하기로 했다. 재정비촉진사업의 용적률과 공공기여 비율도 낮춘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다양한 지원 방안이 나오고 있지만 건설 경기 활성화까진 아직 어러움이 많아 보인다. 최근 레미콘 가격 관련 단가 조정 협상이 또다시 무산됐기 때문이다. 건설업계에선 누적된 원자잿값 상승과 불황으로 시멘트와 레미콘 가격 인하를 요청했으나 레미콘 업계는 운송비·인건비·환율 상승 등을 이유로 인하를 거부한 결과다.
국회에선 지방 미분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률 개정안들이 발의돼 있다. 국민의 힘 엄태영 의원은 미분양 물량 해소를 위해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에 대한 취득세 감면 특례 기간을 2028년까지 연장하자는 내용의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20일 대표발의 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의원 역시 지방미분양 주택 양도소득세를 전액 감면해 주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일부 개정안을 작년 12월 대표 발의했다. 9억원 이하 미분양 주택에 대해 취득세 50%를 감면해 주는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개정안이 이제 막 국회에 발의된 상태며 위원회·본회의 심사를 거쳐야 하고 정부는 세제 혜택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라 시행까진 긴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문제는 건설업이 한계에 다다른 결과 지방건설사의 줄도산 문제까지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지난달 신동아건설과 대저건설에 이어 이달 24일에는 삼부토건이 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25일에는 시공능력 138위인 안강건설도 서울회생법원에 기업 회생 절차를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예산도 1조원 감소할 예정이라 지방 중·소 건설사의 경영 위기는 한층 더 심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건설업계는 우선 미분양 주택이 해소될 수 있도록 구매자에게 세제혜택을 제공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 중이다. 이와 함께 주택 매수심리 회복을 위해선 오는 7월 시행될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시행을 지방에 한해 연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부나 지자체가 미분양 매입과 같은 대책을 내세우고 있지만 한계에 몰린 중소 건설사에게 즉각적인 도움을 주긴 어려워 실효성은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된다”라며 “건설 경기를 살리기 위해선 단편적인 대책이 아니라 주택 구매자의 금융비용을 줄여주거나 공사비를 현실화하는 등 시장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파격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