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화 포스코 회장, 취임 100일 앞두고 고비 봉착..비상경영 체제속 노사 긴장 최고조

스톡그랜드 폐지·연봉반납 등 비상경영 돌입
정규직 전환 촉구·통상임금 소송·임단협 과제
사내하청 노동자들,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 승소
“판결결과 수긍 어려워..항소 거쳐 최종판단 받을 것”

이정화 기자 승인 2024.06.18 10:06 의견 0
포스코그룹이 지난 5일부터 임원을 대상으로 한 스톡그랜트(주식보상제도)를 폐지했다. 사진은 장인화 포스코 회장. (자료=한국철강협회)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취임 100일차를 앞둔 장인화 포스코 회장이 3년 임기 중 중대한 고비에 봉착했다. 핵심 사업인 철강과 이차전지 소재 부문이 불황과 전기차 캐즘에 부딪혀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지만 2분기 실적은 암울할 전망이다. 임단협부터 통상임금 소송, 정규직 전환을 둘러싼 노사간 긴장감도 최고조에 달해 위기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포스코그룹은 이달 5일부터 임원을 대상으로 한 스톡그랜트(주식보상제도)를 폐지했다. 스톡그랜트는 회사 주식을 임직원에 무상으로 주는 인센티브 제도다.

지난해 4월 포항제철소 침수 피해 등으로 경영이 나빠진 상황에서 약 100억원 규모의 자사주가 최정우 전 회장을 포함한 임원 26명에 지급돼 과도한 성과급이란 비판을 받았다.

장 회장도 논란을 의식해 올 3월 취임 직후 “스톡그랜트 문제에 대해 사회 눈높이에 맞춰 재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포스코 임원들은 올 4월부터 기본 연봉의 10~20%를 반납하고 있다. 또 임원 대상으로 격주 주4일 근무를 기존 주5일 근무로 환원했다.

장 회장은 다음 달 1일 포항 본사에서 임직원 대상 타운홀 미팅을 연다. 포스코는 2021년부터 사업부별로 경영진과 직원들이 대화를 나누는 타운홀 미팅을 진행했다. 회장이 직접 주재하는 건 처음이다. 직원과 소통을 바탕으로 경영 혁신에 고삐를 죌 전망이다.

장 회장의 비상경영체제는 철강업 위기에 대응하는 행보다. 최대 시장인 중국의 부동산 경기 부진 장기화와 국내 건설경기 악화, 저가 철강재 공급과잉이 겹쳐 전방산업 수요가 침체기를 맞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포스코는 2분기 매출 18조100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5.72%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영업이익은 44.87% 감소한 7311억원이 예상된다.

포스코 노사 관계자들이 최근 몽골 자르갈란트 지역 목축농가에 포스코 구형 근무복을 전달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자료=포스코)

■ 정규직 전환 촉구부터 통상임금 소송·임단협까지 과제 산적

허리띠 졸라매기에 이어 노사간 화합을 이끄는 일도 장 회장 몫이다. 노조 이슈는 올들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포스코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에서 승소한 것과 관련해 노조가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금속노조 포항지부 포스코사내하청지회는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포스코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원청 설비에 배치해 직접 작업을 지시해왔다”며 “불법파견이라는 법원 판결에 따라 직접 고용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규직 전환만이 불법파견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포스코가 불법파견을 덮기 위해 또 다른 불법을 동원한다면 더 큰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통상임금 이슈도 남아있다. 한국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포스코 노조는 사측을 상대로 통상임금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조합원 6670명은 지난 5월 통상임금 소송 위임장을 제출했다.

노조는 통상임금에 정비기술장려금과 ▲상주업무몰입장려금 ▲교대업무몰입장려금 ▲업적금 ▲명절상여금 ▲경영성과급 등을 포함해야 한단 입장이다. 오는 7월 통상임금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사측은 노조의 주장에 맞서고 있다. 올 4월 사내 게시판 등을 통해 통상임금 소송에 참여하지 않아도 전 직원에 동일한 금원을 지급하겠다고 명시했다.

지난달에는 포스코 법무실의 의견을 빌려 사내 온라인망에 “법원 확정 판결 결과에 따라 회사가 전 직원들에 동일한 결과를 적용할 시 업무상 배임 등 법적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통상임금 소송과 별개로 올해 임단협 교섭을 앞두고 강경한 투쟁을 예고했다. 임단협 초기안에는 기본급 8.3% 인상과 본인 및 가족 연간 1억원 한도 의료비 지원 등 내용이 담겨 있다. 실적 부진이 예고된 상황에서 노조의 요구를 전면 수용할 지는 미지수다.

철강업 위기와 냉랭한 노사 관계를 마주한 장 회장의 두 어깨가 무거워질 전망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철강본원경쟁력 재건을 위해 전사 차원의 노력을 펼치고 있고 경영진부터 강한 위기의식을 갖고 솔선수범하고 있다”며 “최근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에서 승소한 건에 대해서는 판결 결과에 수긍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판견문을 면밀히 검토 후 항소 등을 거쳐 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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