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란 이름의 2030세대 '밀레니얼'..이들 잡는자가 이긴다

80년~2000년 초반 태생한 20~30대 '부모보다 못사는 세대' 자처
文 대통령 靑 직원들에 '90년생이 온다' 책 선물 이어 한국당 연찬회선 테마 강연
보수당, '수구골통' 이미지 벗고 2030세대에 다가가는 노력 '더해

강재규 선임기자 승인 2019.11.14 12:21 | 최종 수정 2019.11.16 06:32 의견 0
정치권은 지금 가히 밀레니얼세대 잡기 전쟁에 돌입했다. 

[한국정경신문=강재규 기자] 민주당이 최근 '청년신도시' 공약을 내놓자 이에 뒤질세라 자유한국당이 고전격인 '청년일자리'를 맞불로 내놨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3일 내년 총선에서 '청년신도시 조성'을 핵심공약 중 하나로 내세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었다.  기존 청년주거 정책과 신도시 정책의 한계를 보완한 '신(新)개념의 청년공약'인 셈이다.

이는 역으로 말하면 여당이 '조국 사태'로 인한 2030세대의 이탈에 화들짝 놀랐다는 반증이다.

민주연구원이 이달 초 '모병제'를 들고 나왔던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한국당이 이에 뒤질 수 없다는 자세다. 20대 지지율 여파로 출산·육아 시스템을 갖춘 신도시 추진은 포퓰리즘 공약이란 비난에 그칠 수만은 없는 노릇.  한국당은 14일 조지연 청년부대변인 이름으로 논평을 냈다. 민주연구원의 '청년신도시' 공약보다 시급한 것은 청년 일자리라는 제목이다.

조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청년을 향한 기만이 도를 넘어 섰다.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21대 총선의 핵심 공약으로 ‘청년 신도시’를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현금 살포성 단기 일자리 만들기에만 몰두하더니 이제는 ‘청년 신도시’까지 꺼내든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 부대변인은 "단기 처방에만 급급한 집권 여당의 발상은 번지수가 틀려도 한참 틀렸다. 더군다나 청년들이 속아 넘어갈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라면서 "청년신도시 조성 보다 시급한 것은 청년일자리다"고 밝혔다.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750만9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1만 9000명이 증가했지만 3040세대의 일자리는 대폭 감소했다. 이들이 대부분 '현금 살포성' 60대층이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여야가 이처럼 청년, 이른바 2030세대를 가리키는 '밀레니얼세대'에 목을 메는 것은 비단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그 밀레니얼세대를 깊이 짚어본다.

우리 정치권이, 우리 사회가 이른바 '밀레니얼세대'를 보는 눈이 달라지고 있음은 분명하다. 어쩌면 그간 잘 보이지 않던 이 세대에 대해 우리 사회 많은 분야에서 비로소 '눈을 뜨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패션계 뿐만 아니라 미국 정치권이 주목하는 밀레니얼세대. 이들에 대해 우리 정치권이 최근 깊은 관심을 보이며 '접근'하고 있는 모습이다. 진보와 보수 가릴 것 없이 이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전쟁'을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여름,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전 직원들에게 '90년생이 온다'는 책을 선물했다. 새로운 세대를 알아야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이 선물한 이유다. 문 대통령은 책 선물과 함께 "새로운 세대를 알아야 그들의 고민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경험한 젊은 시절, 그러나 지금 우리는 20대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 소식에 화들짝 놀랐을까? 자유한국당이 여의도연구원(이하 여연) 주관으로 지난 8월 27일, 28일 이틀간 경기도 용인 중소기업인력개발원에서 열린 ‘경제 FIRST! 민생 FIRST!’ 2019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이 주제를 뽑아들었다.

고리타분한 '보수 꼴통' 이미지를 벗고 젊은 층에 부합하는 정당으로 도전하지 않고서는 차기 총선에서의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절박한 심정에서다.

여연이 당시 연찬회에서 내건 주제강연 제목은 '관점을 바꾸면, 표(票)가 보인다'였다. 명품 브랜드 '구찌'의 매출 증가를 가져온 <구찌 그림자위원회>를 벤치마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는 "구찌는 권위를 버리고,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해 드라마틱한 반전에 성공했다"는 캐치프레이즈를 채택했다.

자유한국당으로서는 세대별 정당 지지율에서, 더불어민주당에 비해 판이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서 '위기감'을 느낀 것이다. 즉, 19~29세 곧 이 밀레니얼세대와 30대에서의 지지율은 각각 7%, 8%로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다. 반면에 더불어민주당은 각각 17%, 24%를 얻고 있어 한국당에 비해 각 2.4배, 3.0배 앞선다.

밀레니얼세대는 1980년부터 2000년 초반에 태어난 세대로, 우리나라의 경우 1490만명, 전체 인구의 29% 가량을 차지한다. 1960년대 중반에서 1970년말까지 태어난 'X세대'의 뒤를 이어 'Y세대'로도, 혹은 IT에 친숙하다 하여 '테크세대'로도 불린다.

풍요로운 환경에서 성장했지만 취업난, 일자리 저하 등으로 '부모보다 못사는 세대'로 스스로 평가하기도 하지만 개인적 삶을 중시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인싸'보다는 '자발적 아싸'가 되길 자처하는 세대로도 알려져 있다.

특히, 10명중 8명이 SNS에서 활동해 자기 자신 또는 선호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계층이다. 온라인 마케팅의 표적이되기도 한다.

법무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면서부터, 아니 그 이전부터 우리 사회를 열병으로 몰아넣었던 조국 전 장관.

서울대 2차 '조국 규탄' 촛불집회 당시 모습. (사진=ytn)

'조국 사태'라는 말이 나올 만큼 온갖 의혹에 휘말린, 10개가 넘는 고소고발사건으로 청문회를 하기도 전에 수사당국에 의해 압수수색을 당한 조국 전 민정수석의 경우 서울대 교수시절부터 트윗터 등 SNS 활동공간을 점유하다시피했다.

그는 결국 장관 임명 35일만에 낙마한데 이어 다시 30일만인 14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밀레니얼세대의 감성을 터치해왔으나 그가 그 당시 행한 각종 언행들로 인해 이들로부터 등을 돌리게 된 것은 자업자득이었다.

2030세대, 곧 이들 밀레니얼세대는 조 전 장관이 과거 서울대 교수 시절에 썼던 책, 언론 기고 인터뷰, SNS 게시글과는 상반된 내용의 의혹과 논란이 터져나오자 "내가 알던 조국 맞나", "솔직하게 재수없다", "높은 도덕성과 언행일치를 강조해온 386진보 인사도 결국 50대 기득권과 다르지 않네"라는 비판을 쏟아놓는다.

무엇보다도 조 전 장관의 딸(28)의 외고-고려대-의전원으로 이어지는 입시과정에서 필기시험 한번 없이 고속질주한 부분은 물론, 장학금 특혜 논란과 고등학생 시절 대학 의학논문 제1저자 등재 논란에서는 분노한다.

'신의 재주'라 불릴 만큼 그는 귀족진보의 특권이란 특권은 다 누리고, 원칙 대신 반칙에 능했다는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겉으로는 이 땅의 '흙수저'들을 어루만지는 듯 스펙쌓기를 비난하면서 밀레니얼들에게서 이름을 얻어왔다.

열광하는 청년세대 (사진=Pixabay)

젊은 대학생들이 절망하는 것은 바로 그의 이러한 이중성과 가면이다. 도덕적 윤리적 우월의식으로 무장한 진보지식인의 민낯을 보면서, 그 가족의 금수저 스펙과 과도한 우월의식에 박탈감과 분노를 느낀다고 말한다.

문재인 정부가 취임과 함께 내세운, 기회의 공평, 과정의 공정, 결과 정의가 헛말이 아니냐는데 회의감을 갖는다. '조국 STOP'이라고 외치며 다시금 촛불을 든 이유였다.

조국 전 장관과 동기인 원희룡 제주지사가 말한 것처럼, 시대가 바뀌었는데 자신들이 진리라고 착각하고 있는 '시대착오적이고 시차 적응을 못 하는 화석화된 80년대 운동권 이데올로기'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밀레니얼세대를 '선점'했다고 자부했던 진보쪽에서 화들짝 놀랐을 법하다.

보수쪽에서는 이 참에 새 영역인 '밀레니얼세대'층을 향한 약진에 서둘러 나선 배경으로 보인다. '밀레니얼의 분노를 잠재워라' VS '밀레니얼을 더욱 분노케하라'. 과거 정치에서는 대표적인 무관심층으로 분류되었던 이들.

하지만 4개월여 남은 내년 4월 총선 승패의 키는 '밀레니얼세대'가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년일자리, 청년신도시... 또 어떤 기발한 개념의 청년공약이 나올지 기다려보자. 한계 밀레니얼세대를 칭했던 88만원세대를 포함해 이들 밀레니얼세대를 잡는자가 이긴다! 이들을 더 이상 우울하게 하지 않는 자가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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