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체제 LG 통째로 흔들리나..사외이사 탈세 변호 이어 한국산 스마트폰 '중단'

장원주 기자 승인 2019.04.25 13:48 | 최종 수정 2019.04.25 13:49 의견 0
구광모 LG그룹 회장.


[한국정경신문=장원주 기자] 3세 경영으로 모범받던 LG 그룹이 구광모 체제 이후 최대 난관을 맞았다.

LG전자가 경기 평택 지역에서 운영하던 국내 휴대전화 제조공장의 물량을 대거 해외 공장으로 이동시킨 데 이어 2013년~2019년 LG 사외이사 노영보 변호사가 지난해 10월부터 일가·임원 재판 변호 맡은 것으로 드러나 구설수에 올랐다.

25일 전자업계 관계자는 "구 회장이 취임 후 가장 시급하게 주문했던 것이 스마트폰 사업의 개편이었다"면서 "스마트폰 국내 생산 중단도 이같은 구 회장의 현실 직시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생산기지를 베트남으로 이전할 경우 낮은 임금에 따른 생산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LG전자는 그간 스마트폰 등 휴대전화 생산을 한국·중국·베트남·브라질 등 네 곳에서 진행해왔다. 그러나 최근 한국 공장에서 인건비 등 각종 비용부담이 상승하면서 어려움을 겪어왔고 이에 결국 물량 이전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한때 세계 3위, 국내 2위의 휴대전화 판매량을 기록해왔다. 스마트폰 시장이 열리기 시작한 지난 2000년대 후반 당시 초기 진입이 늦어지며 점유율 자체는 떨어졌지만 그래도 순위에는 한동안 변동이 없었다. 하지만 화웨이, 샤오미, 오포 등 중국 제조사가 치고 올라오기 시작한 2010년대 중반부터 위기가 닥쳤다. 결국 화웨이가 세계 2위 자리를 두고 애플과 경쟁하는 사이, LG전자는 국내 시장에서마저 애플에 밀리며 순위가 내려앉았다.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MC사업본부)은 지난해 4분기까지 15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전략기종 출시 효과가 적었던 올 1분기도 역시 적자가 예상된다. LTE 신제품인 LG G8 씽큐 판매량 저조와 5G(5세대 이동통신) 신제품 LG V50 씽큐의 출시연기 등이 겹쳐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LG전자 휴대폰은 2000년대 후반 1억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승승장구했으나 스마트폰 패러다임으로의 뒤늦은 전환이 발목을 잡았다. 애플, 삼성전자에 이어 2009년 후발주자로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2년간 암흑기를 경험했다.

LG전자가 국내 스마트폰 생산을 중단하기로 결정하면서 인력 재배치도 불가피해졌다. LG전자는 우선 "평택 생산 인력 750여 명을 H&A사업본부 창원 사업장으로 재배치해 생활가전 물동 증가에 대응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들은 창원 공장에서 공기청정기, 건조기, 의류관리기 등을 생산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LG그룹이 구광모 회장 체제를 맞이해 단행한 사업구조 재편 작업의 일환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적자가 계속되지만 융·복합시대 중요한 요소로 포기할 수 없는 스마트폰 사업의 생존을 위한 결단이라는 해석이다.

하지만 구 회장의 라더십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따른다. 고(故) 구본무 엘지 회장의 남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과 장녀 구연경씨 등 엘지 총수일가 14명과 엘지 전·현직 재무관리팀장 2명은 ㈜엘지 사외이사인 노영보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를 선임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제 식구 감싸기'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구 회장 등은 기소 직후인 지난해 10월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인 노 변호사를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문제는 노 변호사가 2013년부터 지난달 15일까지 6년 동안 ㈜엘지 사외이사를 지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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