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그룹 60위권 아래 중견그룹으로 전락 처지..박삼구 회장, 결국 아시아나항공 매각 결정

장원주 기자 승인 2019.04.15 14:30 | 최종 수정 2019.04.15 14:57 의견 0
박삼구 전 금호그룸 회장.


[한국정경신문=장원주 기자]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결국 그룹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키로 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 박탈과 사망에 이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용퇴로 한국 항공산업의 양대 축이었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격랑 속에 빠져들게 됐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15일 금호산업 이사회 의결을 거쳐 아시아나항공의 미래발전과 아시아나항공 1만여 임직원의 미래를 위해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박삼구 회장과 아들인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은 이날 오전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면담을 진행하고 아시아나항공 매각 의사를 전달했다. 지난주 제출한 자구계획안이 채권단으로부터 거절통보를 받은 이후 5일 만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아시아나IDT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다. 아시아나항공은 그룹 전체 연간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핵심 계열사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인 금호산업은 전체 지분의 33.47%를 갖고 있다.금호아시아나그룹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위한 매각 주간사 선정,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등 적법한 매각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금호아시아나는 지난 10일 채권단에 박 전 회장의 영구 퇴진, 박 전 회장 일가의 금호고속 지분에 담보 설정,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매각 등을 조건으로 자금지원을 요구했다.

그러나 채권단은 이튿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미흡하다"며 금호아시아나의 자구계획을 거부했다.

채권단과 금호아시아나는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방안을 조율해 온 만큼, 이번 수정 자구계획은 채권단의 승인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는 조건으로 채권단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요구했던 5000억원 안팎의 자금수혈을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을 떼어내면 금호그룹의 재계 순위 추락은 불가피하다. 지난해 금호아시아나그룹 별도기준 매출액은 9조7329억원이다. 이 가운데 아시아나 항공이 기록한 별도기준 매출액은 6조2012억원으로 63.7%를 차지한다. 같은 기간 금호산업과 금호고속이 기록한 매출액은 각각 1조3767억원, 4232억원이었다.

자산 규모도 축소된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의 자산은 6조9250억원으로 그룹 총자산 11조4894억원의 60%를 차지했다. 사실상 그룹이 3분의 1 규모로 쪼그라드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자회사가 함께 매각될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전망이 현실화된다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전체 매출에서 70% 이상이 빠질 수 있다.

업계는 아시아나항공이 매각되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자산 규모는 4조원대로 추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재계 60위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6년 대우건설, 2008년 대한통운을 인수하면서 재계 서열 7위까지 올랐지만 주력 계열사를 줄줄이 매각하면서 재계 서열이 25위까지 떨어진 상태다. 현재 금호아시아나그룹 전체 자산 규모 11조4476억원에서 아시아나항공(6조8832억원)을 제외하면 4조5644억원으로 줄어든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자산 규모 5조원 이상 기업 60곳을 대상으로 지정하는 ‘공시대상기업집단’에서도 제외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본격적인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이 시작될 경우 SK, 한화, 애경그룹 등이 유력한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롯데, CJ, 신세계그룹, 호텔신라도 복병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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