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정상화 '시계 제로'...한창수 사장 돌연 사의표명 배경 주목

장원주 기자 승인 2019.04.05 09:46 의견 1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사장.


[한국정경신문=장원주 기자] 한창수 사장을 비롯한 아시아나항공 고위 임원들이 사임 의사를 밝힘에 따라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에 빨간불이 켜젺다.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과 재무구조 개선 양해각서(MOU) 연장 문제를 논의해야 할 핵심 경영진의 동반 퇴진함에 따라 박삼구 전 회장 퇴임 이후 '연착륙' 가능성이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금융당국과 박 전 회장의 '샅바싸움'으로 비화될 조짐이어서 아시아나항공 문제는 '경착륙'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형국이다.

5일 재계에 따르면 한 사장과 김이배 경영관리본부장(전무), 김호균 재무담당 상무는 지난 3일 임직원들에게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 사장은 1986년 금호그룹에 입사해 그룹 비서실과 아시아나 재무담당 임원을 거친 박 전 회장 측근으로 꼽힌다. 지난해 9월 기내식 파동 책임을 지고 물러난 김수천 전 사장의 뒤를 이어 취임했다. 재무구조 MOU 연장 등 현안이 산적한 데다 후임자 선임도 쉽지 않아 이들의 사표 수리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한 사장 등의 갑작스러운 사직서 제출은 금융당국과 채권단에 대한 일종의 ‘항명’ 성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금융위원회와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박삼구 아시아나그룹 회장에게 아시아나항공 매각 등을 포함한 강도 높은 자구책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산업은행은 오는 6일 만료되는 아시아나항공과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양해각서를 한 달 연장하면서 ‘한 달 뒤 더 높은 수준의 자구안을 가져오라’고 압박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3일 “(박삼구 회장 등 대주주가) 상황이 악화된 책임을 지고 시장이 신뢰할 수 있는 자구계획을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일 자산 매각과 비수익 노선 정리, 조직 개편 등을 통해 경영정상화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한 사장은 "노선 체계 개편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고 추가적인 자산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언했다. 대한항공과 치열하게 신경전을 벌이면서 확보한 일부 노선까지 포기하겠다는 선언이었다.

하지만 채권단과 금융당국은 아시아나항공이 앞서 발표한 정도로는 유동성 위기를 넘어서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미 아시아나항공의 개별적인 노력으로 해결될 단계는 지나섰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아시아나항공이 올해 안에 해결해야 할 재무부담액만 1조7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당초 알려진 1조3000억원보다 훨씬 많은 수준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은 리스한 비행기를 운영하면서 돈을 버는 회사인데 리스한 비행기를 팔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기본적으로 매각할 자산이 많은 회사가 아니다"라며 "갚아야 할 부채는 계속 돌아오고 있기 때문에 오로지 사느냐 죽느냐를 놓고 결정해야 할 단계"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박 회장 등 대주주의 책임을 더 강하게 묻자 금호그룹은 한 사장의 사의로 대응한 셈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4일 한 사장의 사의설에 대해 "사실 확인이 되지 않는데 그렇지 않으리라 믿고 싶다"며 "만약 돌연 사의를 밝혔다면 수많은 임직원과 승객이 있는 회사 사장으로서는 너무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박 전 회장 측은 에어부산 및 에어서울 지분 매각 등의 자구 노력을 제시한 반면 산은은 사실상 ‘그룹 해체’를 의미하는 아시아나항공 지분 매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회장이 지배하고 있는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33.4%)을 팔라는 얘기다.

‘박 전 회장 일가→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으로 이어지는 그룹 지배구조에서 아시아나항공이 제외된다. 그룹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아시아나항공이 이탈하면 금호아시아나는 금호산업과 금호고속, 금호리조트만 거느린 소그룹으로 전락한다. 박 전 회장이 쉽게 수용할 수 없는 요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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