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일명 ‘횡재세’ 법안을 사실상 당론으로 추진하며 연내 도입이 가시화됐다. 초과이익 40%까지 걷는 횡재세가 도입될 경우 최근 이자익 성장이 가팔랐던 KB국민·하나·NH농협은행의 경우 최대 3000억원대에 이르는 출연금을 내야할 수도 있다.
1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김성주 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은 전날 횡재세 성격의 ‘상생금융 기여금’ 부과를 골자로 하는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부담금관리 기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 정의당 강은미 의원, 진보당 강성희 원내대표,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 등 총 55명이 법안 발의에 참여했다.
1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김성주 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은 전날 횡재세 성격의 ‘상생금융 기여금’ 부과를 골자로 하는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부담금관리 기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자료=연합뉴스)
앞서 이재명 대표가 지난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유가 상승과 고금리 때문에 정유사와 은행들이 사상 최고의 수익을 거두고 있다”며 “횡재세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번 발의로 구체화 된 것이다.
개정안은 금융회사가 지난 5년 동안의 평균 순이자수익 대비 120%를 초과하는 순이자수익을 얻을 경우 해당 초과이익의 40%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상생금융 기여금’을 부과·징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출연금은 금융 취약계층 및 소상공인 등 금융소비자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지원 사업에 쓰인다.
민주당에서는 올해 회계연도부터 이 법안을 적용할 경우 올해 상반기 이자 순수익을 고려할 때 은행권에서 약 1조9000억원의 기여금이 모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5대 시중은행에서만 1조2742억원,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도 2931억원 수준의 기여금을 내야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은행 이자순이익 현황과 올해 예상 출연금 (자료=금감원 금통계정보시스템)
은행별로 살펴보면 NH농협은행이 3281억원으로 가장 많고 이어 ▲KB국민은행 3264억원 ▲하나은행 3102억원 ▲IBK기업은행 2718억원 ▲카카오뱅크 1930억원 ▲우리은행 1660억원 ▲신한은행 1434억원 ▲케이뱅크 1000억원 순으로 전망된다.
이는 올해 상반기까지 은행의 순이자수익에 2를 곱한 값(올해 추정 순이자수익)에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평균 순이자수익의 120% 값을 뺀 초과이익의 40% 금액으로 추산한 것이다.
예를 들어 금융감독원의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은행의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평균 순이자수익은 6조9683억원이었다. 국민은행이 올해 상반기까지 거둔 순이자수익은 4조5890억원이다. 하반기에도 상반기 수준의 이자이익을 거둔다고 가정하면 올해 연간 순이자수익은 9조1779억원 수준이다.
올해 추정 순이자수익 9조1779억원에서 5년간 평균 순이자수익의 120%인 8조3619억원을 빼면 국민은행이 거둔 초과이익은 8160억원으로 계산된다. 이중 20%를 출연할 경우 1632억원, 40%를 출연할 경우 3264억원을 기여금으로 납부해야 하는 셈이다. 국민은행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익인 2조8554억원의 5.7%, 11.4% 수준이다.
올 들어 이자이익 성장이 가파른 농협은행의 경우도 상반기까지 순이자수익이 3조7966억원에 달하며 5년간 평균 순이자수익 120% 대비 8202억원의 초과이익이 전망된다. 20%를 출연하면 1640억원, 40%의 경우 3281억원의 기여금이 예상된다.
국민은행과 리딩뱅크 경쟁 중인 하나은행도 올해 초과이익을 7755억원으로 전망할 경우 기여금은 3102억원(40% 출연)에 이를 전망이다.
상대적으로 이자이익 성장폭이 작았던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경우에도 각각 1435억원, 1660억원의 기여금을 납부하게 된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아직 업력이 짧은 인터넷은행의 경우는 올해 거둔 당기순익의 대부분을 기여금으로 토해내야 할 처지다.
카카오뱅크의 5년간 평균 순이자수익은 4806억원이었던 반면 올해 추정 순이자수익은 1조593억원이다. 초과이익 4826억원에 따른 기여금은 1930억원이다. 올해 3분기까지 카카오뱅크의 누적 당기순익이 2793억원임을 감하면 약 70%를 기여금 내야한다는 계산이다.
은행권에서는 정치권의 횡재세 도입에 따른 기여금 출연이 현실성 없는 정책으로 보고 있다. 출연금 규모도 과도하게 크고 정책 자체가 은행산업에 대한 이해가 뒷받침되지 않았다는 시각에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별 업력도 다르고 주력하는 대출도 다른 상황에서 일률적으로 이자수익의 성장세로만 초과이익을 환수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은행이 돈을 벌었다는 것 자체를 나쁜 것으로 몰면 은행들이 아예 대출 영업도 하지 않아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기여금 출연도 결국 사회공헌 차원에서 해야할 텐데 만약 강제로 징수한다면 기존 사회공헌 사업은 어떻게할지 고민이 될 것”이라며 부작용을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