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부진에 검찰 압수수색으로 우울한 창립기념식..삼성 이재용 부회장 주총 불참 등 '잠행' 행보

장원주 기자 승인 2019.03.19 14:38 | 최종 수정 2019.03.19 14:39 의견 0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한국정경신문=장원주 기자] 대한항공에 이어 삼성마저 우울한 창립기념일을 맞을 전망이다. '생일'을 맞았지만 내우외환으로 재계는 뒤숭숭한 상황이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이 오는 22일 창립기념일에 기념행사 없이 차분한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당분간 떠들썩한 행사 없이 사업에만 집중한다는 것이 삼성그룹 수뇌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별도 메시지는 나오지 않는다. 이 부회장은 20일 열리는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도 참석하지 않는다.

1938년 3월1일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회장이 자본금 3만원으로 대구시 수동(현 인교동)에 '삼성상회(삼성물산)'라는 간판을 내걸고 사업을 시작한 것이 삼성그룹의 시작이다. 그러다 50돌을 맞은 1988년 3월22일 이건희 회장은 창립 50주년을 기점으로 제2의 창업을 선언했고 기념일은 3월1일에서 22일로 바뀌었다.

이 부회장의 조심스러운 행보는 끊이지 않는 악재를 의식해서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 사태로 불거진 경영권 승계 논란은 이 부회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 14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관여한 삼성물산 핵심 관계자들의 사무실과 삼성바이오 상장을 관할한 한국거래소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수사 외형은 삼바 분식회계지만 본질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삼성바이오 회계 변경→유가증권시장 상장'으로 이어지는 이재용 부회장 경영 승계 과정의 부정 의혹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삼성그룹은 2015년 5월 제일모직 주식 1주와 삼성물산 주식 3주를 바꾸는 조건으로 두 회사의 합병을 결의했다. 같은 해 7월 주주총회에서 삼성물산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합병은 전격 성사됐다. 국민연금은 제일모직이 보유한 삼성바이오 지분(46.3%) 가치를 6조6000억원으로 추산하고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비율에 찬성했다. 제일모직은 당시 합병비율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불리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삼바의 가치를 내세워 1 대 0.35 비율이 정당하다는 논리를 폈다.

삼바 가치가 높게 평가되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은 성사됐고 제일모직 대주주였던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 지주회사 격인 통합 삼성물산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며 그룹 지배력을 강화했다.

그러나 이후 삼비가 회계장부에서 콜옵션을 고의로 누락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삼성바이오 가치를 부풀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삼바는 2012년 미국 바이오젠과 바이오시밀러 연구·개발을 위한 합작법인인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를 설립했는데 바이오젠은 에피스 지분을 '50%-1주'까지 늘릴 수 있는 콜옵션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 사실이 제대로 공시됐다면 삼성바이오와 삼성바이오 대주주인 제일모직의 주가와 기업 가치에 영향을 줘 주주들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비율에 찬성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공교롭게도 올해는 실적마저 위기다. 삼성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의 실적 하락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 말부터 낸드플래시에 이어 D램도 가격이 급격히 떨어지며 비상경영 모드에 들어갔다. 전사 실적의 79%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은 반도체 사업의 부진으로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의 반토막 수준으로 후퇴할 것으로 보인다.

그룹 창립기념을 앞둔 이 부회장의 '잠행' 행보는 최근 재계의 흐름과 무관치 않다.

지난 4일 대한항공 창립 50주년 기념행사도 을씨년스러웠더. 이날 서울 강서구 공항동 본사에서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을 비롯한 임직원 1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 50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재계 관계자는 "그룹 오너 일가의 '유책 사유'가 기념비적인 생일 잔치는 망친 형국이다"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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