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스테이지] 관객에게 빈틈 주지 않는 '아랑가'..뮤지컬·창극의 만남

이슬기 기자 승인 2019.03.19 07:33 의견 0
 

[한국정경신문=이슬기 기자] "뮤지컬. 연극. 창극. 여러 분야가 극 안에서 유기적으로 영향을 주고 받고 회오리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했다."

연출가 이대웅은 새로운 '아랑가'에서 중요한 건 여러 분야의 유기적 조화라고 말했다. 다양한 소스가 녹아 있는 만큼 공연 전체의 흐름과 어우러짐이 중요했다는 것이다. 

그의 말처럼 '아랑가'는 뮤지컬과 창극의 만남을 조화롭게 그려낸다. 간결한 무대 위 배우들의 애절한 연기는 판소리가 주는 한의 정서라는 옷을 입고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감동을 선사한다.

'아랑가'가 지난 2월 개막해 관객을 만나고 있다. '삼국사기(三國史記)'의 '도미설화'를 바탕으로 475년 을묘년 백제의 개로왕과 도미장군 그리고 그의 아내 아랑의 이야기를 그린다. 설화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젊은 창작진들의 상상력을 입힌 작품이다. 

작품은 젊은 창작자들이 대학교 졸업 무대로 첫 선을 보인 후 발전을 거듭해왔다. 지난 2016년 초연 당시 판소리와 뮤지컬 넘버를 극에 다양한 형태로 배치해 시선을 끌었다. 동서양 음악의 절묘한 조화를 보여주고 뮤지컬과 창극의 경계를 허물었다는 평을 받았다.

이번 공연은 아레나(반원형) 공연장에서 관객을 마주했던 초연과 달리 평범한 프로시니엄(액자) 무대로 자리를 옮겼다. 장소가 달라진 만큼 변화가 생겨났다. 아름다운 장면은 장면으로 보여주고 이야기 흐름은 도창의 설명으로 보여주자는 컨셉은 유지했지만 도창을 통해 꿈과 현실의 경계 속 인간을 강조하려 했다.

때문에 나레이터 역할을 담당했던 도창에게는 극에 적극적인 개입을 하는 변화가 생겼다. 배우와 직접적으로 호흡하고 극을 이끄는 도창을 통해 소리는 한층 묵직해지고 극의 갈등도 돋보이는 효과를 줬다. 

무대의 소품은 최소화했다. 여백은 조명, 유리 바닥에 비춰진 무대 뒤편의 동양적인 오브제 등이 채웠다. 또 배우들의 연기와 움직임이 마지막 공간까지 가득 채워 아름다운 동양화 한 편을 만들어냈다. 쉴 틈 없는 배우들의 호흡과 드라마틱한 연출의 콜라보는 관객에게 빈틈을 주지 않았다.

'아랑가'의 절절한 사랑의 이야기는 신선한 표현의 콜라보 속에 남다른 뮤지컬이 되어 관객 앞에 선다. 이미 알고 있을. 혹은 뻔하다 느낄 이야기가 새롭고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이야기를 발굴하고 또 갈고 닦아 빛을 내게 만드는 창작 뮤지컬의 반짝이는 오늘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뮤지컬 ‘아랑가’는 4월7일까지 대학로 TOM 1관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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