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극의 대표 레퍼토리 창극으로!..국립창극단 '패왕별희' 선보여

이슬기 기자 승인 2019.03.12 22:42 의견 0
 

[한국정경신문=이슬기 기자] 국립극장 전속단체 국립창극단이 4월 5일(금)부터 14일(일)까지 우싱궈(吳興國 Wu Hsing-kuo)와 함께 창극 ‘패왕별희’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 올린다. 

대만 국적의 우싱궈는 50년간 경극을 수련하고 연기해온 배우이자 경극의 변화를 모색한 연출가다. 지난 1986년 대만당대전기극장을 창설해 경극을 바탕으로 한 현대극을 제작해왔다. 변화를 모색하는 예술 활동이 전통을 배격한다 해 경극계로부터 오해를 사기도 했지만 그의 작품은 장이머우·쉬커 등 동료 예술가들의 신뢰와 관객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덕분에 우싱궈는 중화권 최고 배우이자 연출가로 입지를 굳힐 수 있었다.

국립창극단이 신작을 우싱궈와 함께하기로 한 데에는 전통을 수련한 예술가로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방식이 국립창극단의 배우들과 닮았기 때문이다. 평생 경극과 판소리를 몸에 새긴 예술가들이 창극에서 만나 어떤 창조적인 에너지를 보여줄지 기대를 높인다. 

국립창극단은 ‘패왕별희’를 통해 다른 문화권의 전통도 품을 수 있는 창극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경극은 배우의 손끝 하나로 온 세상을 표현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제스처·걸음걸이·동작 하나 하나가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그만큼 시각적이고 매우 구체적이다. 반면, 창극은 소리 하나로 온 세상을 표현하는 예술이다. 

판소리의 창과 아니리, 국악기들의 합주로 만드는 음악 중심의 청각적인 경험이 중요한 공연이다. 창극 ‘패왕별희’는 시각 중심인 경극의 강점과 청각 중심인 창극의 강점이 한 작품에서 조화롭게 융합되는 것을 미학적으로 구현하고자 한다.

창극 ‘패왕별희’는 동명의 경극을 원작으로 한다. 경극 ‘패왕별희’는 춘추전국시대의 초한전쟁, 초패왕 항우와 한황제 유방의 대립, 항우가 패하고 연인 우희와 이별하는 이야기 등이 담겨있다. 

창극 ‘패왕별희’는 경극의 서사를 따라가되 항우가 유방을 놓쳐 패전의 원인이 된 ‘홍문연’ 장면과 항우를 배신하고 유방의 편에서 그를 위기에 빠뜨린 한신의 이야기를 추가했다. 창극 대본을 쓴 린슈웨이는 항우와 우희가 이별하고 자결하는 ‘패왕별희’ 장면이 왜 슬픈지 중국의 역사를 알지 못하면 이해하기 힘들다고 판단해 두 장면을 추가했다. 

연출가 우싱궈는 국립창극단에 ‘패왕별희’를 창극으로 만들 것을 추천하면서 항우의 영웅성에 대해 지금 사람들과 다시 생각해보고 싶었다는 뜻을 밝혔다. 결과적으로 전쟁에서 패한 항우는 아직도 중국에서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고 사마천도 ‘사기’를 집필할 때 항우만은 제왕 편에 수록했다. 

동서를 막론하고 요즘 청년들의 삶은 쉽지 않다. 패장이었으나 역사에는 영웅으로 남은 항우의 이야기를 통해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청년들이 어떤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지 극장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기를 권한다.

초나라의 항우 역은 정보권(객원배우), 우희는 김준수, 책사 범증은 허종열이 맡았다. 한나라의 개국 황제가 되는 유방 역은 윤석안, 부인 여치는 이연주, 책사 장량은 유태평양이 맡았다. 새롭게 추가된 주요 인물엔 맹인노파가 있다. 국립창극단 중견 배우 김금미가 맡은 맹인노파는 창극의 도창과 같은 역할로 극의 외부에서 상황을 논평한다. 작품 곳곳에 등장해 항우의 영웅성과 비극적인 결말을 노래로 전할 예정이다.

창극 ‘패왕별희’의 작창·음악감독은 이자람이 맡았다. 일부 곡도 직접 작곡한다. 판소리 ‘적벽가’를 기본 레퍼런스로 삼고 있지만, 대본이 주는 느낌과 인상에 따라 작창 작업에 임하고 있다. 이자람은 이전 창극과 다른 결의 음악이 나올 것을 자신하고 있다. 경극은 배우의 작은 손동작 하나까지 음악으로 표현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따라서 경극의 표현법을 익힌 창극 배우의 몸짓과 해석이 음악과 만났을 때 경극을 품은 창극의 음악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한다. 음악감독 이자람이 빚어낼 새로운 음악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이자람 음악감독이 음악으로 귀호강을 준비하고 있다면, 눈호강은 의상디자인을 맡은 세계적인 아트 디렉터 예진텐(Tim Yip)이 책임진다. 영화 ‘와호장룡’으로 제73회 아카데미 미술상(Best Art Direction)을 수상한 예진텐은 ‘적벽대전’ ‘야연’ 등 많은 영화에 참여했다. 예진텐은 중국 전통 경극 의상의 상징성은 지니되 창극에 맞춰 더 가볍고 활동성이 있는 소재와 디자인으로 이번 의상을 제작하고 있다.

창극 ‘패왕별희’는 오는 4월 5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개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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