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난무 동시조합장선거..농협, "공명선거 원년" 다짐 공염불

장원주 기자 승인 2019.03.04 15:03 의견 0


[한국정경신문=장원주 기자] #. 충주시 모 조합장 선거에 출마한 A씨는 지난해 9월과 11월 조합원 다수가 참석한 행사에서 총 80만원의 찬조금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다른 조합장 선거에 출마한 B씨는 지난달 중순 조합 관련 행사가 열린 마을회관 앞에서 조합원 1명에게 현금 5만원을 제공하려 한 혐의다.

#2. 경북의 한 농협 조합장 선거 후보 등록을 앞둔 지난달 25일 C씨는 금품 살포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그는 새해 들어 직접 조합원 집을 찾아다니며 20만~50만원이 든 돈봉투를 11명에게 줬다가 적발됐다. 지난달 7일 광주에서 구속된 조합장 출마 예정자 D씨도 악수하는 척하며 고무줄로 돌돌 만 5만원권 지폐 10장씩을 건네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고스란히 찍혔다.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은 후보자의 기부행위를 일절 금하고 금품 등을 직접 제공한 경우뿐만 아니라 제공을 약속하거나 제공 의사표시를 하는 것 역시 기부행위로 여긴다.

오는 13일 전국 1344개 농협(축협 포함)과 수협, 산림조합에서 조합장을 동시에 선출하는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실시된다. ‘돈선거’를 막겠다는 취지로 2015년 처음 전국 동시선거가 도입됐지만 두 번째 선거를 앞두고 곳곳에서 돈봉투가 넘쳐나는 ‘복마전’으로 치닫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27일까지 불법행위 220건을 적발해 총 298명을 검거했다. 경찰은 이 중 10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고 3명은 구속했다. 또 33명은 불기소 의견 송치 또는 내사 종결, 255명에 대해서는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발생한 범죄 중 68%가 '금품선거' 범죄로 드러났다. 경찰은 불법 선거사범 중 금품선거가 202명(68%)으로 가장 많았고 선거운동방법 위반, 흑색선전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19일 기준으로 전국동시조합장선거와 맞물려 검찰에 입건된 140명 중에도 금품선거 사범은 91명(65%)을 차지한다. 2015년 첫 전국동시조합장선거 때보다 같은 기간 입건자 수와 금품선거 사범 비중이 모두 늘었다.

4년 전 제1차 동시조합장선거에서는 총 1326곳의 농협, 수협, 산림 조합장을 선출하는데 총 860건의 위법행위가 적발됐다. 당시 적발된 선거사범만 1632명에 이르렀다. 그 결과 위법행위로 당선이 무효처리된 당선자만 52명이나 됐다. 조합장 선거에 돈과 사람이 몰리는 이유로는 조합장이

직간접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과 지역사회에서의 지위가 배경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농협중앙회는 중앙선관위 통계를 근거로 '공명선거가 이뤄지고 있다'는 동떨어진 인식을 내비치고 있다.

농협중앙회가 공개한 지난 3일 선관위 조치 사항에 따르면 이날까지 전체 조치 건수는 226건으로 4년 전 375건에 비해 현저하게 줄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경찰 집계와는 별도로 농협이 위탁한 선관위 집계 결과 현저하게 선거운동이 깨끗해진 것 아니냐"며 적극 해명했다.

이에 대해 지방 조합원은 "경찰에서 적발해서 선관위, 검찰까지 올라가려면 얼마만큼 시간이 많이 걸리는지 뻔한데 중앙회 관계자의 해명이 한심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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