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열 "일 못하면 주식 못 줘"..코오롱 4세 이규호, 모빌리티 경영 시험대 올라

'신설 법인' 코오롱모빌리티그룹 출범
이규호 사장, 각자대표로 경영 일선 나서
"사실상 차기 총수" VS "능력 입증 관건"

이정화 기자 승인 2023.01.05 11:30 의견 0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이 이달 4일 공식 출범했다. 사진은 이규호 코오롱모빌리티그룹 대표. [자료=코오롱모빌리티그룹]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코오롱그룹 4세이자 이웅열 명예회장의 장남인 이규호 사장이 차기 그룹 총수로서의 능력을 증명하는 시험대에 올랐다. 주력 계열사인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의 핸들을 쥐게 되면서다. 업계에서는 그가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주식을 물려주겠다'는 아버지의 단호한 승계 원칙을 톡톡히 지켜낼 지 주목하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이규호 사장이 이끄는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이 이달 4일 공식 출범했다. 이 사장은 코오롱글로벌에서 자동차 부분을 분할해 세운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을 '종합 모빌리티 전문기업'으로 키운다는 포부다.

수입차 유통 판매의 역사와 노하우를 토대로 사업 구조 재편과 확장을 이어간다는 경영전략도 제시했다. 이를 위해 5개 핵심 사업으로 ▲브랜드 네트워크 강화 ▲인증 중고차 확대 ▲온·오프라인 역량 겸비 ▲사업 카테고리 확장 ▲신사업 진출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 사장은 BMW본부장인 전철원 부사장과 함께 사장으로 승진해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의 각자 대표이사를 맡게 됐다.

1984년생인 그는 2012년 코오롱인더스트리 차장으로 입사해 2017년 지주회사 ㈜코오롱 상무로 승진한 뒤 1년 만에 전무로 올라 코오롱인더스트리 FnC 부문 최고운영책임자를 지냈다.

이후 2020년 말부터 코오롱글로벌로 옮겨 부사장으로서 자동차부문을 담당해왔다. 당시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를 성공적으로 추진해 사상 최대 실적을 견인한 저력을 다시금 발휘할 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코오롱 가문의 신선장동력을 이끄는 만큼 이 사장의 어깨도 무거워질 전망이다. 더욱이 재계에서는 이 사장을 차기 총수의 유력한 후보로 지목하고 있다. 실제로 코오롱그룹은 이 명예회장의 퇴진 이후 사실상 5년째 '총수 부재'를 이어오고 있다.

앞서 고 이원만 창업주부터 이동찬 전 회장, 이웅열 명예회장까지 '장자 승계 원칙'을 고수한 점을 고려할 때 이 사장이 이 명예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사장이 넓어진 무대에서 경영능력을 살려 그룹 핵심 사업에서 역량을 입증한 뒤 승계 발판을 신속히 다져나갈 지 관심이 집중된다.

다만 이 명예회장은 지난 2018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자식이라도) 경영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면 주식을 한 주도 물려주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이 사장이 계단 상승에 그치지 않고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끌어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이 사장은 "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최상의 가치를 만들 수 있도록 사업 전반의 체질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코오롱모빌리티그룹에 대한 각오를 다졌다.

그러면서 향후 3년의 중기계획을 제시했다. 오는 2025년 매출 3조6000억원, 영업이익 1000억원을 거두겠다는 것이다. 즉 3년 만에 매출액을 2조2000억원에서 63.6% 늘리고 영업이익도 700억원(지난해 추정치)에서 42.8%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전기 오토바이 등 친환경 이동수단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중고차 판매역량을 끌어올려 수익성을 높일 방침이다. 또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고객 접점을 늘리고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멀티 콘텐츠 활용을 늘려 고객 가치 또한 제고한다. 연관 신사업으로 구독 및 시승 플랫폼도 준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이번 기업 분할로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이달 31일 재상장된다. 이 사장이 목표한 성과를 거두며 차기 총수 후보로서 자격을 갖춰나갈 지는 업계의 꾸준한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코오롱 관계자는 "신설법인은 비전 및 목표 달성을 위해 독립적 경영으로 강한 추진력과 실행력을 낼 수 있는 유연한 구조를 갖췄다"면서 "(이 사장이) 코오롱에서 미래성장사업 등 여러 미래 먹거리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만큼 다양한 경영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또 재계 한 관계자는 "(이 사장은) 입사 10년 만에 사장으로 고속 승진할 만큼 그룹에서 인정을 받고 있고 기업 역시 장자 승계 원칙을 이어 온 만큼 그를 차기 총수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다"면서도 "이 명예회장의 앞선 공언대로 이번 모빌리티 사업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줘야 본격적인 승계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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