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조 적자 눈앞' 한전의 가시밭길..자금경색 속 '원전 수출' 두고 美와 신경전까지

SMP 급등 속 전력판매량 4%↑.."팔수록 손해"
레고랜드 사태·기준금리 인상..채권시장 꽁꽁
정부, 회사채 발행 자제 주문..자금조달 위기
美 원자력발전업체, 원전수출 통제 관련 소송

이정화 기자 승인 2022.10.31 09:34 | 최종 수정 2022.10.31 16:40 의견 0
한전의 올해 1∼8월 전력 판매량은 37만854GWh를 기록해 지난해 동기보다 4.0% 늘었다. 사진은 정승일 한국전력 사장. [자료=한전]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한국전력이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전력도매가격(SMP) 급등으로 전기는 팔수록 손해인 데다 기준금리 인상과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자금 조달 창구마저 얼어붙자 연간 적자 규모가 40조원에 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원전 수출을 둘러싼 미국과 신경전까지 덮치며 한전의 한숨은 갈수록 깊어진다.

31일 한전의 '8월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 1∼8월 전력 판매량은 37만854(GWh)로 지난해 동기(35만6693GWh)보다 4.0% 늘었다.

전력판매량이 늘었지만 한전은 웃을 수 없다. 한전이 전력을 사 올 때 적용하는 SMP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판매 가격과도 격차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력을 팔수록 적자 규모가 커지는 셈이다.

SMP는 올해 2월 200원선을 넘긴 뒤 등락을 거듭하다 지난달 12일부터는 줄곧 200원 이상을 기록 중이다. 일부에선 올 겨울 SMP가 300원선을 돌파할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놓는다.

또 한전의 1∼8월 1킬로와트시(KWh)당 전력 구입단가는 144.9원이었다. 반면 판매단가는 116.4원에 그쳤다. 1KWh의 전기를 팔 때마다 28.5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다. 한전이 올 들어 전기요금을 1KWh당 약 20원까지 올렸지만 손실분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 기준금리 인상과 '레고랜드 사태' 후폭풍은 채권시장 자금경색을 부르면서 악재 폭풍을 맞고 있는 한전에 또 한 번 불똥을 튀겼다.

앞서 강원도는 레고랜드 테마파크 조성을 위해 발행한 2050억원 규모 프로젝트파이낸싱 자산유동화기업어음에 대한 지급보증 철회 의사를 밝혔다. 이에 채권시장은 빠르게 얼어붙었다. 한전의 적자 규모가 40조원에 이를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미 한전은 대규모 적자를 메우기 위해 올 들어서만 23조원이 넘는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하지만 지난 30일 정부가 자금시장 경색에 대응하기 위해 한전을 포함한 공기업에 회사채 발행을 자제하도록 주문하면서 유일한 자금조달책마저 사라지고 있다.

한전은 '적자 눈덩이'가 예고된 시점에서 원전 수출을 두고 미국과 신경전까지 벌이고 있다. 폴란드 원전 사업 수주를 두고 우리와 경쟁을 펼치고 있는 미국의 원전 기업 웨스팅하우스가 지난 21일(현지시간) 한전과 한수원을 상대로 지식재산권 소송을 낸 것이다.

웨스팅하우스는 미국 수출입통제법에 따라 한국형 차세대 원전 APR-1400 수출을 제한해달라는 취지로 소송을 제기했다. APR1400 건설 기술 기반이 자신들에게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마디로 웨스팅하우스가 협력하지 않으면 한국은 원전을 수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전과 한수원은 지난 2009년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출 당시 웨스팅하우스에 사용료를 완납했고 신고리와 한울 등에 적용한 기술은 독자 개발했다고 반박하는 상황이다.

앞서 웨스팅하우스는 한전과 2017년부터 APR-1400 지식재산권을 두고 갈등을 빚어 왔다. 또 올해 6월 방한해 한전 사장과 면담을 갖고 원전시장 공동진출 협력방안을 논의하고도 공동선언문 서명을 돌연 취소한 바 있다. 수출 주도권을 쥐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한전이 사상 최대 적자 예고와 원전 수출 빨간불을 극복하고 정상궤도에 오를 수 있을 지는 계속해서 업계의 뜨거운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요금 추가 인상과 정부 자금 지원 등이 대책으로 제시되고 있다"면서도 "물가 상승과 긴축 재정 기조가 지속되는 만큼 이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한전 관계자는 "현재 비상대응체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한계가 분명히 있는 상황이어서 여러가지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며 "(소송건에 대해서는)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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