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콘 왕좌도 당황했다"..유진기업, 시멘트값 '줄인상 횡포'에 수익성 '꽉 막혀'

지난해 영업익 58.2% 급감..1분기 적자 18억원 달해
다음 달부터 시멘트 가격 두자릿수 올라.."일방 통보"
"캐시카우 죽어가"..레미콘연합회, 진정서 제출 예정

이정화 기자 승인 2022.08.04 14:04 의견 0
4일 업계에 따르면 시멘트업계는 지난 2월 15∼18%의 가격 인상을 단행한 데 이어 7개월 만에 또다시 인상을 추진한다. 사진은 유진기업 레미콘. [자료=유진기업]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시멘트값이 두 차례나 오르다니.."

시멘트를 핵심 원료로 둔 레미콘 업계가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업계 부동의 왕좌' 유진기업도 일방적인 줄인상에 난색을 표하는 건 마찬가지다. 이미 여러 원재료값 인상으로 시름을 앓던 마당에 지난달 운송비마저 오르고 설상가상 시멘트값까지 상승해 '캐시카우'를 위협하니 '수익성 악화' 경고등이 꺼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한일시멘트는 다음 달 1일부터 현재 톤당 9만2200원인 시멘트 가격을 약 15% 인상하는 내용의 공문을 레미콘사 등에 전달했다. 삼표시멘트도 같은 날짜로 시멘트 가격을 11.7% 인상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쌍용C&E와 성신양회 등 나머지 대형 양회사들도 가격 인상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시멘트업계가 지난 2월 15∼18%의 가격 인상을 단행한 데 이어 7개월 만에 또다시 인상 추진에 나선 것이다. 시멘트 가격이 1년에 두 차례 인상된 건 이례적인 일이다. 레미콘업계의 반발이 커지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시멘트 가격이 연이어 오른 탓에 레미콘뿐 아니라 건설업계도 술렁이는 상황"이라며 "대체재가 없는 필수재인 만큼 인플레이션에 영향도 적잖게 줄 것이고 사전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인상을 통보한다는 건 상생을 포기하고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겠다는 행보"라고 토로했다.

레미콘업계 1위인 유진기업도 '수익성 악화'에 빨간불이 켜졌다. 올 들어 적자를 안고 있는 상황에 이번 시멘트값 인상은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한 격이다.

유진기업의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익은 554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58.2% 급감했다. 올 1분기 연결기준 영업손실은 17억7253만원이다. 1년 전(-47억원)대비 적자폭을 크게 줄였지만 향후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낙관하긴 어렵다는 평이다. 레미콘업계의 전통적 성수기로 불리는 2분기에도 비용 압박이 계속해서 뒤따랐기 때문이다.

운송비 인상도 부담거리다. 유진기업을 포함한 레미콘사들과 한국노총 레미콘운송노조는 지난달 12일 레미콘 운송료를 2년간 24.5%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앞서 레미콘사들과 노조는 각각 9%와 27% 인상안을 두고 팽팽한 협상을 벌였다. 하지만 레미콘 운송 차주들이 파업에 돌입하고 운송을 거부하면서 피해액이 커지자 레미콘사들이 두손을 든 것이다.

레미콘 제조 원가 비중에서 시멘트가 30%를, 골재와 운반비는 각각 20%를 차지하는데 모든 비용이 상승곡선을 그리니 업계에서는 조만간 레미콘값의 인상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유진기업에게는 레미콘값의 전폭적인 인상만이 수익성 회복의 동앗줄이 될 전망이다.

레미콘사 한 관계자는 "올 들어 시멘트 가격이 두 차례나 유례없이 세게 올랐고 여러 자재값들도 한방에 다 인상된 데다 유류비 상승 및 운송비 인상 부담까지 겹쳤다"며 "중소 레미콘기업들의 모임인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레미콘연합회)에서는 이번 시멘트 가격 인상에 대해 지난 2일 비상총회를 진행했고 정부에 진정서를 제출할 예정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장 캐시카우와 수익성이 죽어가는 상황"이라며 "시멘트업계와 신뢰가 깨진 만큼 조만간 건설과 레미콘 등 관련 업계에서 이에 대한 입장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지식과 문화가 있는 뉴스> ⓒ한국정경신문 | 상업적 용도로 무단 전제,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