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대란 당장 피했지만”..협상 갈등·폭염 공급 차질, 우유 둘러싼 불안정성 ‘고조’

한국낙농육우협회, 유업체 대상 규탄집회 진행
여름 폭염에 원유 생산량 감소 우려..수급 불안정성↑

김제영 기자 승인 2022.08.03 15:23 의견 0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우유를 구매하고 있다.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우유를 둘러싼 가격 및 제도 개편 협상을 두고 정부와 낙농가, 유업체 간 갈등 골이 깊어지고 있다. 원유 가격 조정 및 가격 제도 개편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협의는 잠정 중단 상태에 이르렀다.

원유는 당분간 기존 가격이 유지되지만 낙농가는 강경 대응에 나선다. 게다가 올해 폭염으로 젖소의 원유 생산량이 줄어 수급 차질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반기 우유 대란이 식품·외식업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원유 가격 조정일인 지난 1일 이후 새 원유 가격이 정해지지 않은 채 낙농업계는 원유 납품을 정상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다만 한국낙농육우협회가 지난 1일 긴급회장단 회의를 열고 원유 가격 조정 협상위원회(낙농진흥회)에 나오지 않는 유업체를 대상으로 규탄집회를 진행한다고 밝혀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당초 낙농업계의 예고와 달리 원유 납품 거부 사태를 벌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 가격 조정에 대한 협상이 이뤄지지 않자 결국 단체행동에 나서는 모습이다.

한국낙농육우협회는 오는 8일부터 10일 매일유업 평택공장에서, 11일부터 12일 빙그레 도농공장에서 집회를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남양유업은 협상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집회에서 제외됐다.

한국낙농육우협회 관계자는 “지역 낙농가들이 원유가격 조정 협상장에 나오지 않는 유업체를 상대로 집회 등 강경대응을 협회 집행부 및 도지회에 강하게 요구해 회장단회의에서 유업체 규탄집회를 열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협상과 관련해 계속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여전히 의지를 밝히는 상황”이라며 “유가공협회에서 협상단을 구성해 진행해야 하는 만큼 개별 유업체보다는 협회의 협상 의지가 중요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동안 우유 가격은 유업체와 낙농가 간 협상을 거쳐 ‘원유가격연동제’에 의해 결정돼왔다. 매년 생산비 증감률과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는 만큼 우윳값은 수요와 공급의 시장 원리에서 벗어나 꾸준히 치솟았다.

우유로 식품 물가 상승이 촉발되는 ‘밀크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자 원유를 음용유와 가공유로 나눠 가격 적용하는 ‘원유 용도별 차등가격제’로 개편하자는 논의가 시작됐다. 그러나 낙농가는 사룟값 폭등에 따른 생산비 증가 등 소득 감소 우려로 반대하고 있다.

실제로 원유 사업은 장기투자가 필요한 대규모 장치산업인 만큼 특수성을 가진다. 원유는 수요와 관계없이 젖소 상태에 따라 생산량 조절이 어렵고 저장성이 낮아 공급 조절이 쉽지 않다. 단순 시장경제에 맡기기 어려운 구조다.

이를 보호하기 위해 원유가격연동제가 도입됐으나 우유 가격이 오르자 소비량이 줄면서 문제가 생겼다. 실제로 국민 1인당 우유 소비량은 매년 감소 추세지만 유업체는 원유 가격이 정해져 있어 시장경제에 따라 우유 가격 조정이 어렵다. 매년 사전 계약된 양의 원유를 의무 구입해 재고로 쌓이는 실정이다.

소비자 역시 오르기만 하는 우윳값에 부담이 높다. 우유는 치즈·버터·아이스크림 같은 유제품부터 빵·커피 등에 사용돼 식품·외식 전반에 영향이 큰 식재료다. 물가는 오르고 우유 가격은 자연스레 따라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식품 물가 상승 압력이 악순환하는 셈이다.

게다가 여름 폭염으로 젖소의 원유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우유 수급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우리나라 젖소 대부분은 외국 품종인 홀스타인종인데 이 종은 여름철 열대야나 습도 등 무더위에 약해 매년 여름철이면 원유 생산량이 감소한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최근 일부 유통 채널에 폭염으로 인한 원유 공급 부족으로 8월 말까지 일부 제품 미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공문을 보냈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현재 멸균 우유나 일부 대용량 제품에 대해 일부 거래처에 미납이 있을 수 있다고 안내한 상황이 맞다”며 “여름철에는 폭염과 열대야·습도가 원유 생산량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날씨가 어떻게 변할지 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원유가 부족해질 수 있어 현재 수급이 불안정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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