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지난해 8월 교육신뢰회복추진단 회의를 열고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전국 학생 360만명을 대상으로 성희롱·성폭력 온라인 실태조사를 벌였다.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교육부가 학생 360만명을 대상으로 성희롱·성폭력 실태조사를 벌였지만 응답률이 0.4%에 불과해 용두사미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계에서는 정부가 성폭력 예방교육을 강화하는 등 제도를 정비해 복잡·다양해지는 성범죄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해 8월 교육신뢰회복추진단 회의를 열고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전국 학생 360만명을 대상으로 성희롱·성폭력 온라인 실태조사를 벌였다.

디지털 성범죄 등 점차 복잡·다양해지는 성폭력 대책을 수립하는데 조사 결과를 기초자료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에서다.

하지만 교육부는 연구기관에 의뢰해 같은 해 12월 실태조사를 진행한 뒤 7개월이 지나도록 결과를 공식 발표하지 않고 있다.

정의당 이은주 의원실이 교육부에 여러 차례 요구해 제출받은 조사 결과 보고서를 보면 응답자는 1만4934명으로 전체 조사 대상의 0.4%에 불과했다.

성희롱·성폭력 경험이라는 조사 내용과 온라인 조사방식의 특성상 응답률이 낮을 수 있지만 설문 대상이 360만명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조사의 신뢰도가 문제가 될 수 있다.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성희롱·성폭력 피해를 한 번이라도 경험했다는 학생은 응답자의 7.5%(1124명)로 집계됐다.

피해 종류 가운데는 ‘언어적 성희롱’(748건)을 당했다는 비율이 가장 높았고 음란 동영상을 동의 없이 보여주는 등 ‘시각적 성희롱’(327건)이 뒤를 이었다. 다음은 성추행(279건), 불법 촬영 등 ‘도구적 성희롱’(61건), 성폭력(6건) 순이었다.

성별로 보면 언어적·시각적 성희롱은 여학생 피해가, 도구적 성희롱과 성추행은 남학생 피해가 컸다.

연구진은 남학생의 성추행 경험 비율이 여학생보다 높은 것은 남학생들 사이에서 이런 행위가 친구들과의 놀이 문화처럼 인식됐기 때문일 가능성을 지적했다.

피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응답자 비율이 모든 피해 유형에서 절반을 넘었다. 가해를 한 번이라도 했다는 학생은 1.8%였는데 모든 유형에서 남학생의 가해 비중이 높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설문) 문항 개발을 위한 조사였기 때문에 원래 공개적으로 발표하려던 것은 아니었다”며 “지난해 신종 코로나19 확산으로 학생들이 등교를 안 해 조사를 독려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이번 조사 과정에서 가해 행동에 대해 느끼는 감정 등 교육적으로 의미가 있는 설문 문항을 개발한 점은 긍정적”이라며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문제점도 규명해 실태조사를 정례화할 것인지 등 후속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정경신문 윤성균 기자 friendtolife@daum.net 윤성균 기자의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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