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바나나맛 우유, 빙그레우스의 ‘왕관’이 되기까지

김제영 기자 승인 2022.06.30 16:55 의견 0
바나나맛우유 [자료=빙그레]

[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안녕? 내가 누군지 궁금하오?”

지난 2020년 어느 날 빙그레 공식 SNS계정에 낯선 캐릭터가 불쑥 등장한다. 소개에 따르면 그는 빙그레 왕국의 후계자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 분홍 머리칼의 느끼한 표정을 하고서 머리에 바나나우유 왕관을 쓴 모습이다. 이 왕관에 담긴 빙그레의 상징성은 강렬하다.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 [자료=빙그레 인스타그램]

빙그레우스의 왕관은 윤곽만 봐도 익숙한 배불뚝이 모양의 빙그레 ‘바나나맛우유’다. 바나나맛우유는 빙그레 대표 가공유로 지난 1947년 출시해 올해 48주년을 맞았다. 국내 가공유 시장 1위로 80% 점하고 있는 스테디셀러이자 빙그레 전체 매출 약 20%를 담당하는 효자 상품이다. 일반적인 우유곽이나 병이 아닌 독특한 외형 덕에 ‘단지우유’라고도 불린다.

1975년 1월12일자 조선일보 1면에 실린 바나나맛 우유 광고 [자료=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사실 바나나맛우유는 처음부터 배불뚝이는 아니었다. 1970년대 초반 정부는 국민 건강을 위해 우유 소비를 장려했으나 당시 우유는 우리나라에서 생소한 식품이었다. 게다가 시장은 흰 우유 소비 위주로 돌아갔다. 당시 빙그레의 전신 대일유업은 우유시장에서 차별화하기 위해 프리미엄 전략을 펼쳤다. 이에 당시 수입에 의존해 고급과일로 꼽히던 바나나의 향을 가미한 바나나우유를 1947년부터 생산하기 시작했다.

빙그레 바나나맛우유 히스토리 [자료=빙그레]

바나나맛우유가 항아리 용기를 만난 것은 그 후의 일이다. 1975년 빙그레는 바나나맛우유를 지금의 단지 용기로 변경했다. 일반적으로 우유는 팩이나 유리병 용기에 담겼으나 바나나맛우유는 고급화의 일환에서 새로운 용기를 찾고자 했다. 용기 모양은 도자기 박람회를 갔던 당시 개발팀이 ‘달 항아리’에서 영감을 받아 개발했다고 알려졌다. 소비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한국인에게 친숙한 외형을 고집했다고도 한다.

용기 개발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항아리 용기는 윗부분과 아랫부분을 따로 만들어 붙이는 구조로 일반적인 제조 공정보다 복잡한 설비와 기술이 필요했다. 용기 재질은 폴리스티렌으로 당시 일반적인 재료가 아니었던 만큼 비용도 높았다. 게다가 배송·적재 등 유통 이 비효율적일 뿐 아니라 손에 쥐기도 상품 진열도 불편하다는 의견도 접수됐다.

바나나맛우유 갤럭시 버즈2 케이스 [자료=빙그레]

그럼에도 빙그레는 바나나맛우유의 고급화 전략을 고집했다. 그 결과 현재 바나나맛우유는 디자인 자체가 상표로 자리 잡았다. 빙그레는 지난 2016년 바나나맛우유 용기 자체를 특허청에 상표로 출원했다. 적용 대상은 식품 외 생필품·액세서리 등으로 확대해 다양한 제품에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다양한 용도의 바나나맛우유 굿즈를 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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