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전통시장, 보호 아닌 '경쟁력'을 무기로..유통산업발전법 10년

김제영 기자 승인 2022.01.21 17:06 의견 0
생활경제부 김제영 기자

[한국정경신문=김제영 기자] 누구나 한 번쯤 그런 적 있을 것이다. 장보러 또는 당장 필요한 무언가를 사기 위해 마트·슈퍼를 갔는데 ‘휴무’라는 안내문구와 함께 굳게 닫힌 문 앞에서 발길 돌린 경험 말이다.

필자의 집 근처 5분 거리에는 중형 슈퍼마켓이 있다. 마땅한 식사거리가 없을 때 방문하곤 한다. 이 슈퍼는 수요일마다 한 번씩 문을 닫는다. 슈퍼가 문 닫는 수요일에는 10분 정도 더 걸으면 나오는 대형마트에 간다. 혹은 집 앞 편의점을 찾는다. 내일을 위해 구매할 품목이 있다면 모바일 앱을 통해 미리 장본다. 아침이면 문 앞에 도착해 마트보다 편리하다.

마트·슈퍼가 한 달에 두 번 쉬는 의무휴업이 시행된 지 올해로 10년째다. 지난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에 따라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규제 도입 이후 2013년부터 ▲월 2회 의무휴업 ▲오전 12시부터 10시 영업시간 제한이 확대 시행됐다. 취지는 소상공인·전통시장·골목상권 상생이다. 의도는 좋으나 걸맞은 성과를 거뒀는지는 의문이다.

지난해 전국경제인연합회 유통규제 관련 인식 조사에 따르면 마트 의무휴업 시 전통시장을 방문한다는 응답은 8.3%에 불과했다. 소비자 여론은 곧 현실로 드러났다. 지난 2020년 대한상공회의소가 2012년~2019년 소매업 매출액 변화 분석한 결과 시장 전체 매출액은 43% 증가한 반면 전통시장 등 소매점은 28% 증가하는 데 그쳤다. 대형마트는 14% 감소했다.

전통시장의 성장 둔화와 대형마트의 침체는 다른 세력이 성장했다는 반증이다. 바로 ‘온라인 시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소비시장에서 오프라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70%에서 2020년 50%로 급감했다. 그 사이 온라인 시장은 고속 성장해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지난해 11월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인 17조원을 넘겼다.

규제 밖에서는 식자재마트가 몸집을 불렸다. 식자재마트는 농축수산물 식재료를 포함한 잡화·공산품을 판매해 대형마트와 전통시장과 취급 품목이 겹친다. 면적이 3000㎡을 넘지 않을 경우 별다른 규제는 없다. 점포를 1000㎡ 이내로 쪼개 건축하면 허가도 수월하고 각종 의무에서도 자유롭다. 이 같은 식자재마트 점포 수는 2014년~2019년 동안 74% 늘었다.

지난 10여년간 유통업계는 빠르게 변화했다. 오프라인 매장 위주로 성장했던 대규모 유통기업도 온라인 시장 전환을 선언하고 있다. 유통 패러다임의 변화는 전통시장·골목상권의 경쟁자이자 규제 대상 취급 받던 오프라인 강자들도 피할 수 없다. 마트·슈퍼업계는 실적 하락 및 침체기를 극복하고자 매장 리뉴얼·신선식품 강화 등 고객을 유인하기 위한 재단장에 나서고 있다.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머물러 있기보다 움직여야 ‘생존’할 수 있는 법이다.

전통시장과의 진정한 공존과 상생을 원한다면 있는 그대로 보호만 해서는 안 된다. 고객의 발길을 유인할 수 있는 새로운 경쟁력을 심어줘야 한다. 일례로 이마트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는 전통시장 내 입점해 상권 활성화를 돕는다. 놀이터·카페 등 각종 시설이 조성되자 고객이 늘었다는 후문이다. 상생스토어가 입점한 전통시장인 안성맞춤시장은 매출액이 1년차 191%, 2년차 421% 급증했다.

오프라인 시장, 더 이상 규제가 아닌 ‘발전’만이 살길이다.

저작권자 <지식과 문화가 있는 뉴스> ⓒ한국정경신문 | 상업적 용도로 무단 전제,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