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 회장 집행유예일에 '날벼락'..속속 드러나는 대전공장 폭발 人災

장원주 기자 승인 2019.02.18 15:53 | 최종 수정 2019.02.18 16:18 의견 0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한국정경신문=장원주 기자] 18일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5년간의 법적 굴레를 벗어나는 집행유예 만료일이다. 경영일선 복귀나 전국경제인연합회 차기 회장 추대 등 팡파르를 기대했지만 김 회장은 이날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 회장 집행유예 만료를 앞두고 야심찬 투자계획 등을 계획했던 한화그룹도 '날벼락'을 맞은 형국이다.

화약 등 화학그룹으로 성장했던 그룹이 불과 9개월 새 같은 공장에서 폭발사고로 8명이 사망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폭발원인이 '안전불감증'이나 노동자 안전을 도외시한 '기업 편의주의'에서 비롯한 전형적인 인재(人災)라는 정황이 속속 드러남에 따라 김 회장을 '사면초가'에 몰아넣고 있다.

한화그룹은 이날 종합지 등 일간지 1면에 광고를 게재해 여론을 무마하려고 시도했지만 의미가 없었다는 지적이다.

정부 당국도 악화한 여론을 의식해 "봐주기 감독 없다"는 입장이어서 김 회장과 한화그룹은 현 상황을 타개해나갈 방법이 없는 상황에 봉착했다.

18일 한화 폭발사고 사고 희생자 유족들에 따르면 한화 직원들은 업무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지난해 5월 5명이 사망한 직후 회사 측에 ‘폭발물 보호장구를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묵살했다.

지난 14일 사망한 고(故) 김모씨의 유족은 “(김씨가) 회사 측에 폭발물 보호장구를 착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수 차례 요청했다고 한다"며 "근로자들은 폭발물제거반 등이 작업할 때 입는 보호장구를 필요로 했던 모양인데 번번이 이뤄지지 않고 방염복만 지급돼 걱정이 컸다”고 말했다.

이에 한화 측은 “사업장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사업장 연소온도가 높아져 대피해야 하는데 보호장구는 이동 시 어려움이 있어 채택하지 않았다"며 "작업 시 불편함에 대한 문제도 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한화 측의 설명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현장 근로자들이 요청한 안전요구를 채택하지 않은 상황에서 또다시 폭발사망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안전보건 관계자는 "사람이 죽게 생겼는데 언제 사고가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위급 시 이동할 때 어려움이 있다고 해서 현장 노동자들이 거부할 리는 없다"며 "기업들이 내세우는 전형적인 작업 편의성이라는 자의적 해명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실제로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폭발사고 직후 특별근로감독한 결과 한화 대전사업장의 중대산업재해 원인으로 현장에서 안전 업무를 총괄하는 환경안전팀에 대한 홀대를 지목한 것으로 확인됐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노동부에서 입수한 ‘한화 대전사업장 산업안전보건 특별감독결과 보고서’를 보면 노동부는 “환경안전팀에 대한 인식과 지위, 권한이 낮아 실질적으로 업무를 각 작업장에서 개별적으로 수행하고 있어 노동자 안전·보건 총괄 관리가 부재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사고 당시 한화 대전사업장에서 유해·위험물질을 취급하는 노동자를 담당하는 관리자는 1명에 불과했다. 노동부는 “환경안전팀이 보안부서·인사부서·각 생산부서를 아울러 관리해야 함에도 사업장 내에서 그런 역할을 하지 못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정부 당국도 긴밀한 움직이며 사고 원인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경찰이 이날 폭발 현장에서 3차 합동 감식에 나서 정확한 점화원을 찾고 현장을 더 자세히 분석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차원의 특별감독도 돌입했다.

경찰은 16~17일 공장 압수수색을 통해 압수한 관련 문서와 폐쇄회로(CC) TV 분석에 주력했다. 아울러 주요 공장 관계자 8명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작업 공정 등 제반 사항을 조사했다. 생산 매뉴얼에 따라 작업을 진행했는지와 사고 당시 상황 등을 진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유가족은 국민청원을 통해 한화의 허술한 안전대책을 지적하며 진상규명을 호소했다. 지난 1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9개월 만에 두 번의 폭발, 근로자 8명 사망 한화 대전공장 폭발 사건-한 가정의 소중한 가장이자 아들을 빼앗아 갔습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유가족이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작년 폭발사고 이어 9개월만에 또 폭발사고가 일어나 근로자 8명 사망했다”며 “첫 폭발사고는 이유를 알 수 없는 폭발이라고 둘러대도 두 번째 폭발 사고는 반드시 진상규명 해야 하고, 두 번째 폭발사고는 용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청원인은 지난해 5월 폭발사고에 대해 “형벌이나 줄이려고 유족들한테 탄원서 받고 심지어 아직 멀쩡히 출근 중”이라며 책임자 처벌의 소홀함을 지적했다. 이어 이번 사고와 관련해 “숙련자 한 명 없이 희생된 8명 모두 20~30대 초반이며 한화라는 대기업에서 안전대책 하나 없이 그 위험 곳에 방화복 하나 입힌 채 인력을 투입시켰는가”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저작권자 <지식과 문화가 있는 뉴스> ⓒ한국정경신문 | 상업적 용도로 무단 전제,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