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고령층 금융소외로 신뢰 잃을라..잇단 은행 지점폐쇄 갈등

윤성균 기자 승인 2021.12.24 11:14 의견 0
윤성균 금융증권부 기자

[한국정경신문=윤성균 기자] 시중은행의 영업점 폐쇄가 늘면서 노년층과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은행의 영업점 폐쇄가 디지털전환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하지만 자칫 은행과 소비자가 그간 쌓아온 신뢰를 잃을까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 노원구 월계동 주민들이 전날 금융감독원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신한은행 월계동 지점의 폐쇄 중단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신한은행은 내년 2월 월계동 지점을 서울 성북구 장위동 지점과 통폐합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올해 하반기부터 지역의 재개발 이슈 등 정주권 변화와 디지털금융 확산을 이유로 영업점 폐쇄를 늘려왔다. 올해 영업점 76곳을 폐쇄한 데 이어 내년 3월까지 50곳을 추가로 없앨 예정이다. 월계동 지점도 그 중 한 곳이다.

주민들이 나서서 은행 점포 폐쇄에 항의하고 금융당국에 진정서까지 제출한 것은 이례적이다. 월계동 주민대책위원회는 강남·비강남 지역차별까지 언급하고 있다.

인구 7만8000명이 살고 있는 월계동에는 신한은행 지점이 1곳이지만 2만6000명이 살고 있는 압구정동에는 기업금융을 제외하고도 지점이 5곳이다.

주민대책위 관계자는 “이 수치만으로도 기가 막힐 노릇인데 월계동의 그마저 있는 1개도 없앤다는 것”이라며 “신한은행측은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지역의 점포를 폐쇄하고 모든 금융소비자에게 동등한 금융환경을 조성할 책무를 저버리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같은 문제는 비단 월계동 지점에만 해당되는 일은 아니다. 내년 3월 폐점 예정인 신한은행 강원도 삼척지점도 주민 반대에 부딪쳐 난항을 겪고 있다. 삼척지점은 삼척시 유일한 신한은행 지점이다.

KB국민은행 목포 지점도 내년 1월 폐쇄를 앞두고 주민과 지자체 반대에 부딪쳤다. 국민은행에 재검토를 요구한 목포시는 건의문을 통해 “원도심 소상공인, 디지털 금융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의 금융취약계층 등의 편의를 위해 목포지점 폐쇄 재검토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영업점 폐쇄를 늘릴 수밖에 없는 시중은행들은 당혹스러워 한다. 영업점 통폐합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디지털 무인점포 등 대안을 마련하고 있는데도 고객들이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어서다.

은행의 대면 서비스를 디지털기기로 대처하려다 보니 필수적으로 기능이 어렵고 복잡해진다. 은행들은 고령층을 위한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하지만 반대로 말해 별도 교육이 필요할 정도로 사용이 어렵다는 말이다.

경기도 과천시에 거주하는 60대 A씨는 기자에게 “간단한 업무도 기계로 하면 실수할까봐 창구에 간다”면서 “창구에서 직원이 실수없이 잘 처리해줄 거라 믿는다”라고 말했다. 고령층이 비대면으로 할 수 있는 거래도 굳이 은행 영업점을 찾는 이유는 그만큼 은행을 믿기 때문이다.

금융은 고객신뢰가 곧 생명이라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영업점은 은행과 고객이 신뢰를 쌓는 최전선이다. 시중은행장들이 새해 첫 행보로 영업점을 찾는 것도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고객신뢰를 느끼기 위해서일 것이다.

영업점이 사라지고 나면 고객들은 어떻게 은행에 대한 신뢰를 이어갈까. 영업점 폐쇄를 반대해 진정서를 써내는 주민들의 모습을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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