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부 펀드'에 백기 든 조양호..“5300억대 서울 송현동 땅 팔겠다”

장원주 기자 승인 2019.02.14 14:48 | 최종 수정 2019.02.14 17:46 의견 0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한국정경신문=장원주 기자] 국민연금과 사모펀드 그레이스홀딩스(KCGI·일명 강성부 펀드)로부터 강력한 지배구조개선과 경영 투명성 강화 요구를 받아온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결국 '강성부 펀드'에 백기를 든 형국이다.

한진그룹은 유휴자산 매각을 포함한 사업구조 개선 계획을 지난 13일 발표했다. 또한 배당 성향을 높여 주주 중시 정책을 확대하고 사외이사를 증원해 지배구조 개선을 꾀하기로 했다.
한진그룹에 따르면 이날 '2023년까지 그룹 매출 22조원 달성'이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사실상 백기투항에 가까운 양보안을 제시했다.

조양호 회장이 내놓은 4가지 양보안은 △2018년 당기순이익의 50% 수준의 배당 △서울 송현동 부지의 연내 매각 및 제주 파라다이스호텔 매각 검토 △한진칼의 사외이사 3인→4인 증원 △한진칼과 (주)한진 감사위원회 설치이다.

이날 한진그룹은 강성부 펀드가 주주제안을 통해 요구한 서울 종로구 송현동 용지(3만6642㎡) 등 유휴자산 매각을 전격 수용했다. 한진그룹이 7성급 한옥호텔 건립을 목표로 2008년 대한항공이 삼성생명에서 매입한 송현동 용지는 현재 시장 가치가 5300억원 이상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진그룹은 연내 송현동 용지를 매각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강성부펀드가 요구한 제주 파라다이스호텔도 사업성 검토를 실시해 개발 가치가 매각 가치보다 낮으면 매각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번 결정으로 한진칼은 당장 올해 1000억원이 넘는 이익을 배당금으로 내놓게 될지 모른다. 지난 2017년 순이익 2388억원의 3.1%인 75억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했지만 올해 비슷한 수준의 순이익이 나온다고 가정하면 대략 1000억원이 넘는 돈을 내놔야 한다.

특히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KCGI가 요구했던 지배구조위원회 설치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만 이사회 독립성 강화를 위해 사외이사를 늘리기로 했다. 한진칼의 경우 사외이사를 현재 3명에서 4명으로 늘려 7인 이사회 체제로 운영하고, 이사회 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도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추천위원회 구성원의 과반수를 사외이사로 구성하기로 했다.

KCGI는 국내 행동주의 펀드 1세대로 평가받는 강성부 씨가 작년 7월 설립했다. 이 때문에 2대 주주에 오르자마자 증권업계와 재계는 '한진칼의 경영권 장악을 시도할 것'이라고 추측했다. 한진그룹은 오너 일가의 갑질·비리 의혹 탓에 여론도 불리했다. KCGI는 '한진그룹의 신뢰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을 통해 한진그룹의 경영 취약점을 지적하면서 저평가 자산을 매각하고 경영 효율화를 요구했다. 이런 움직임은 국민연금의 한진칼에 대한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 여부를 검토하던 시기와 겹쳤다.

연이은 KCGI의 요구에 대응이 없었던 한진그룹은 13일 '비전 2023'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사외이사 독립성 강화(7인 체제), 감사위원회 설치,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매각 등 KCGI가 제안한 내용 상당수가 담겼다.

이에 대해 다음달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일가 대 '강성부 펀드'를 포함한 국민연금 및 소액주주 간 표 대결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조 회장이 꼬리를 내렸다는 분석이다. 조 회장 일가의 한진칼 지분은 30%를 넘고 국민연금과 강성부펀드 7.3%, 10.81%를 합쳐도 경영권 유지에 별 문제가 없지만 돌아선 여론까지 되돌릴 묘안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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