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전직하 '아픈 손가락' 된 한국 車산업..부품사 연쇄 위기 '도미노' 현실화

장원주 기자 승인 2019.02.11 15:33 | 최종 수정 2019.02.12 23:06 의견 2
 


[한국정경신문=장원주 기자] 한국 자동차 산업이 한국경제 수출 '효자 산업'에서 '아픈 손가락'으로 전락하는 처지에 처했다.

한때 중국, 미국, 일본과 세계 자동차시장 수위권을 놓고 경쟁했지만 현재는 "언제까지 추락해야 하느냐"는 부정적인 전망만 가득하다.

고용유발 효과가 가장 큰 대표적인 사업 중 하나인 자동차 산업이 흔들리다면 한국 경제에는 재앙이나 다름없다.

특히 현대자동차 등 완성차 업체의 경쟁력 악화는 2·3차 등 협력사들의 납품 물량 하락으로 인한 '줄도산'으로 이어질 위험성이 크다. 국내 자동차 생산량이 400만대 이하가 될 가능성이 커져 암울한 전망은 현실화하는 형국이다.

1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상장된 90개 자동차 부품사 중 31개 기업이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기업은 2015년 6개에 불과했던 것이 4년만에 5배 이상 증가하더니 작년 3분기에 31개까지 늘어났다.

상황이 이렇자 아예 문을 닫는 업체들도 속출하고 있다. 작년 6월 현대차 1차 협력사인 리한에 이어 다이나맥과 금문산업, 이원솔루텍 등 부품사들이 차례로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자동차 산업 관련 일자리도 악화일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1차 협력사에 고용된 인원이 18만4000명으로 완성차 제조사(13만명)보다 5만4000명이나 많다. 2, 3차 협력사에 고용된 9만명을 합치면 1~3차 부품사에 걸린 일자리만 27만개가 넘는다. 고용정보원에 따르면 2017년 7월 40만988명이던 자동차 제조업의 고용보험 피보험자 수는 이듬해 7월 39만1132명으로 감소했다.

한때 세계 자동차 생산국 순위에서 중국, 미국, 일본, 독일과 함께 5강을 형성했던 주력산업이 생산과 수출, 내수판매가 동반부진에 빠진 상황이다. 2016년 인도에 이어 2년 만에 멕시코에도 추월당하면서 순위가 7위로 내려앉았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지난 10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자동차 생산량은 402만8834대로 전년(411만4913대)보다 2.1% 줄었다. 같은 기간 멕시코는 연간 생산량을 406만9389대에서 411만499대로 끌어올리며 한국을 7위로 밀어냈다. 세계 자동차 생산량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4.2%에서 0.1%포인트 줄어든 4.1%로 집계됐다. 한국 자동차 생산량은 2015년 455만6000대 수준이었지만 2016년 422만9000대, 2017년 411만5000대로 감소하는 등 3년 만에 50만대 이상 줄었다. 세계 10대 자동차 생산국 가운데 3년 연속 생산량이 감소한 건 한국이 유일했다.

이는 지난해 2월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로 인한 생산 중단, 내수와 수출의 동반 부진과 미국과 중국 등 최대시장 수요 감소 등 자동차업계의 대내외 악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올해는 최악에는 연간 생산 400만대 유지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07년 연간 400만대 생산을 달성한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 2009년을 제외하고 9년째 400만대를 지켜왔다.

인도와 멕시코는 임금수준 대비 높은 생산성으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대립적 노사관계와 경직된 노동시장 구조 등에 따른 고비용·저효율 생산구조가 굳어짐에따라 생산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자동차업계 관셰자는 "글로벌 최고 수준의 인건비와 매년 반복되는 노사분규, 임금인상 등에도 사측에선 막을 장치가 없다"며 "이런 가운데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등까지 겹쳐 글로벌 경쟁력을 갖기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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