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포 현실화' 수출액 2달 연속 마이너스..이재용, 설연휴 중국 찾아 실적부진 해법 모색

장원주 기자 승인 2019.02.07 14:42 | 최종 수정 2019.02.07 14:49 의견 2
(자료=산업통산자원부)


[한국정경신문=장원주 기자] 한국 수출의 버팀목이었던 반도체 매출액이 2달 연속 곤두박질치며 지난해 연말부터 제기된 '반도체 공포론'이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그동안 초호황을 누렸던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D램·낸드플래시) 시장의 공급과잉 등으로 인해 반도체 가격이 줄곧 떨어지고 있어 반도체 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2년 연속 반도체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한 삼성전자에도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메모리 반도체의 원조인 미국 인텔에 1위 자리를 내준 것이 단적이다.

이를 의식한 듯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설 연휴기간 올해 첫 출장지로 삼성전자의 유일한 해외 메모리반도체 생산 공장이 있는 중국 시안공장을 택했다.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활로 개척에 사활을 걸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7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 등에 따르면 국제시장에서 반도체 가격이 크게 내리면서 반도체 수출액은 지난해 12월 27개월 만에 마이너스 증가율(-8.3%)을 기록하더니 지난달에는 감소율이 23.3%로 확대됐다. 지난달 기준 8GB(기가바이트) D램 가격은 작년 1월보다 36.5% 떨어졌고 같은 기간 128GB 낸드플래시 가격은 22.4% 하락했다.

그동안 우리 경제의 큰 축을 담당했던 반도체 시장의 실적 부진은 국가경제의 근간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수출액이 작년보다 1.4% 감소해 3년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관련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지금까지 한국이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반도체 덕분인데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산업이 하향 사이클로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며 "당분간 우리 경제에서 활력을 찾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올해 녹록지 않은 반도체 시장 전망도 시름을 깊게 하고 있다.

지난해 말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가 발간한 시장전망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메모리 시장은 올해 1645억달러(약 184조원)로 전년 대비 0.3%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메모리 시장은 작년 61.5% 성장한 데 이어 올해는 33.2%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초호황을 누렸지만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설비투자에 나서면서 4분기부터 공급과잉·가격하락 현상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 위축은 한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수출액 가운데 반도체 비중은 △2016년 12.6% △2017년 17.1% △올해 1~10월 21.2% 등으로 높아졌다.

업황 둔화에 따라 영업이익에서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삼성전자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2년 연속 인텔을 제치고 전세계 반도체시장 1위 자리를 거머쥐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불어닥친 메모리 한파로 올해는 1위를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의 반도체 매출은 18조75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0% 이상 줄었다. 같은 기간 인텔은 9% 늘어난 187억달러(20조8600억원)을 기록, 삼성전자를 추월했다. 2017년 2분기 이후 줄곧 삼성전자에 밀린 인텔이 다시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것이다. 인텔은 올해 매출 전망을 715억달러로 잡고 있다. 영업이익률은 32%를 목표로 삼았다. 반면 삼성전자는 메모리 약세로 연간 실적이 지난해보다 둔화될 것으로 보고 있어 인텔과 자리바꿈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해외 반도체 사업장 점검 후 글로벌 반도체 전략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이 부회장은 지난 4일 중국 중국 산시성 시안 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반도체 2기 라인 공사 현장을 점검하고 연휴에 근무하는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시안 공장은 삼성전자의 유일한 해외 메모리 반도체 생산기지다. 지난해부터 제2공장 건립에 총 70억달러가 투입되고 있다.

이 부회장의 시안 반도체 사업장 방문은 반도체 실적 부진의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현장 점검 차원이라는 해석이 많다. 이 부회장이 지난달 10일 수원 반도체 사업장을 방문한 데 이어 30일 화성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장을 방문한 것이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시안 반도체 공장을 비롯 여러 사업장을 둘러볼 것"이라며 "그가 귀국 후 내놓을 글로벌 전략이 무엇일지 관심이 집중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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