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위드코로나와 한화투자증권의 선택

권준호 기자 승인 2021.11.05 12:07 의견 0
편집(이미지 더블클릭)
권준호 금융증권부 기자

[한국정경신문=권준호 기자] 정부의 단계적 일상회복 발표와 관련해 증권업계는 어떤 움직임을 보이고 있을지 취재하던 도중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바로 일상회복과 상관없이 현 재택근무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는 증권사가 나타난 것이다. 주인공은 ‘도전정신’을 강조하는 한화투자증권이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 9월 30일 이틀은 사무실에 출근하고 사흘은 재택근무를 하는 ‘스마트워크’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가 회복세를 보이며 재택근무 비율을 축소하려는 다른 증권사들과 달리 오히려 재택근무를 시스템화 한 것이다.

어떻게 보면 남들과 반대로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에 도전적이고 무모해보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한화투자증권은 시스템 도입을 위해 올해 초 태스크 포스(TF)팀을 구성하고 차근차근 준비해나갔다.

처음에는 여느 증권사들처럼 애로사항이 많았다. 그 중 가장 큰 문제는 ‘커뮤니케이션 부재’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고 있다는 ‘심리적 압박감’이었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아무래도 사무실 출근을 하면 바로 옆에 직원이 있기 때문에 의사소통이 원활하지만 재택근무 초반에는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지 않는 점이 좀 아쉬웠다”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을 하다 보니 자신이 일을 하고 있음에도 놀고 있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심리적 압박감을 느끼는 직원들도 일부 있었다”고 말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화상회의와 업무공유 시스템이다.

기존 책상만 있던 회의실을 화면이 있는 화상회의실로 바꾸고 카페테리아를 추가적으로 만들어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장소를 늘렸다. 폰 부스도 따로 설치해 전화통화도 그 곳에서 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를 가능케 한 건 재택근무로 기존에 있던 인력이 빠지면서 공간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어떻게 활용할지도 단기간에 결정한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시뮬레이션을 거쳐서 결정된 것이라고 한다.

온라인 플랫폼 형식의 업무공유 시스템도 재택근무 애로사항을 개선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일정 비율 이상 재택근무를 하다 보니 부서원끼리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어 서로 진행 중인 업무를 공유하기 시작했다. 공유 화면에는 달성해야할 미션이 있고 달성 정도에 따라 그 비율이 나타난다고 한다. 예를 들어 기획단계는 30%, 준비단계는 40% 이런 느낌이다.

이렇게 틀이 잡힌 근무 속에는 한 가지 특징이 있다. 지정좌석이 없다는 것이다. 매일 다음날 앉을 자리를 골라 일정 시간 안에 사전예약하면 그게 자신의 자리가 된다. 업무공유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부서원들끼리 꼭 붙어 앉아야 할 이유도 없다. 그만큼 ‘자율성’이 보장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자율성과 꼭 붙어 있는 단어를 안다. 바로 ‘책임감’이다. 책임감 없이 자율만 주장한다면 상대방을 설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화투자증권은 3분기 누적 실적으로 이를 증명했다.

한화투자증권의 3분기 누적 영업익은 1382억원이다. 지난해 동기(551억원) 대비 150.7% 증가한 수치이자 창사 이래 사상 최대 실적이다. 같은 기간 당기순익도 154% 증가한 1046억원을 기록했다.

물론 올해 증권업이 전체적으로 호황이었기 때문에 이를 직접적으로 연결시키기에는 무리가 있겠지만 재택근무는 올해 초부터 이어진 만큼 연관이 아예 없다고 할 수도 없다.

아직 스마트워크가 시행 된지 한 달여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직원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은 수준이다. 특히 실무자들의 만족도가 굉장히 높다고 한다.

다만 한화투자증권 신입사원들에게는 한 가지 아쉬운 소식이 있다. 아직 스마트워크 시스템을 이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사무실 적응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재택근무를 해도 긍정적인 부분이 더 많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회사에서도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초반 여러 시행착오를 통해 데이터를 쌓은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어제 취재한 증권사 20여곳 가운데 단계적 일상회복이 모두 끝나도 재택근무를 계속한다는 곳은 한화투자증권이 유일했다. 사실 이러한 결정은 구성원들의 노력과 서로 간의 신뢰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자율성을 주고 그에 따른 결과도 좋게 나오면 이것이야말로 금상첨화가 아닐까.

저작권자 <지식과 문화가 있는 뉴스> ⓒ한국정경신문 | 상업적 용도로 무단 전제,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