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창구 문 닫나..5대 시중은행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 근접

권준호 기자 승인 2021.10.10 10:31 의견 0
[자료=연합뉴스]

[한국정경신문=권준호 기자] 올해가 약 3개월가량 남은 가운데 주요 시중 은행들의 가계대출 증가율이 이미 연초 억제 목표로 잡은 5%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NH농협에 이어 다른 은행들도 일부 대출 창구를 닫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03조441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670조1539억원)과 비교해 4.97% 늘어난 규모다. 연초 당국이 제시한 증가율 목표치(5∼6%)에 근접했다.

은행별로 증가율을 보면 NH농협(7.14%·126조3322억→135조3581억원)이 가장 높았고 하나은행(5.23%·125조3511억→131조9115억원)이 그 뒤를 이었다.

가계대출 규모 1위 KB국민은행(5.06%)도 지난달 말 4.90% 이후 1주일 만에 0.16%p 올라 5%를 넘어섰다. 우리은행(4.24%·130조3528억→135조8842억원)도 추세대로라면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즈음 5%대에 진입할 전망이다. 그나마 신한은행(3.16%·126조2621억→130조2476억원)의 경우 아직 다소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가계대출 종류별로 보면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포함)이 5.09%(473조7849억→497조8958억원), 신용대출이 10.14%(117조5013억→129조4215억원) 늘었다. 특히 전세자금대출은 약 9개월만에 105조2127억원에서 121조7112억원으로 15.68%나 불어났다.

이처럼 가계대출 증가세가 쉽게 꺾이지 않자 은행들은 갈수록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앞서 지난달 29일 전세자금대출을 '임차보증금(전세 값) 증액 범위 내'로 제한하는 등 주택담보대출, 집단대출의 한도를 일제히 크게 줄였다. 하지만 결국 증가율이 5%를 넘어서자 이달부터 아예 영업점별로 대출 한도를 정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업점별로 한 달 내 대출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을 정해놓고, 조금이라도 초과하면 월초라도 상관없이 해당 지점의 가계대출을 중단하는 방식이다.

하나은행은 오는 15일부터 KB국민은행과 마찬가지로 전세 값이 오른 만큼만 전세자금을 대출하기로 했다.

하지만 금융업계에서는 이런 조치들에도 가계대출 속도가 떨어지지 않으면 아예 은행들이 가계대출을 연말까지 중단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집값과 전세 값의 상승으로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수요는 기본적으로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한 은행이 강하게 가계대출을 줄이면 '풍선효과'로 다른 은행들에 수요가 몰려 결국 가계대출을 한시적으로 중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미 NH농협은행은 지난 8월 24일 이후 전세자금 대출을 포함한 신규 담보대출을 아예 막고 있고 은행은 아니지만 상호금융 수협중앙회도 이달부터 모든 조합원·비조합원 대상 신규 가계대출을 멈췄다.

지난 5일 출범한 토스뱅크의 경우에도 벌써 가계대출 잔액이 당국이 제시한 올해 가계대출 최대 한도(5000억원)의 절반에 이르러 조만간 대출 문을 닫을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가 뚜렷하지 않아 혼란이 가중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 초 당국이 제시한 5% 증가율 가이드라인에 맞춰 여신담당부서에서 총량 관리 계획을 제출했는데 최근에는 '6%대'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7%까지는 늘어도 된다는 말인지 모호할 뿐 아니라 여신담당부서는 정확히 당국으로부터 6%대로 상향조정됐다는 지침을 받은 적도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5∼6%는 올해 초 총량 관리 목표를 잡을 때 처음 설정한 비율“이라며 ”이후 경제 성장률이 예상보다 높아져 각사 목표가 6%대에서 정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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