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공정위, 과도한 실적경쟁은 불안하다

권준호 기자 승인 2021.10.01 12:02 | 최종 수정 2021.10.01 15:58 의견 0
권준호 금융증권부 기자

[한국정경신문=권준호 기자] 지난 2019년 말. 한 언론매체에서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과징금이 왜 적냐’며 익명의 국장에게 소리를 쳤다는 소식이 보도됐다. 당시 이 소식을 듣고 조 위원장과 공정거래위원회에는 여러 비판들이 쏟아졌다. 얼마 뒤 공정위에서 '해당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지만 이미 사람들 머릿속에는 조 위원장의 호통 치는 이미지가 각인됐다.

그로부터 2년이 흐른 지금 당시 상황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는 일이 발생했다. 공정위가 지난달 16일 미래에셋 계열사의 불법대출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것이다. 핵심쟁점은 미래에셋이 여수 경도 리조트 개발 과정에서 발생시킨 대출이 자본시장법과 보험업법상 위반소지가 있느냐 여부다.

공정위는 현재 미래에셋컨설팅이 세운 자회사 와이케이디벨롭먼트(YKD)가 리조트 개발을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지알디벨롭먼트(GRD)를 미래에셋컨설팅의 자회사로 볼 수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YKD가 GRD에 통상의 거래범위를 초과해 거래하거나 지배력을 행사했다는 증거가 나오면 자본시장법과 보험업법상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 금지 항목’을 위반한 것이라는 게 공정위 논리다.

하지만 공정위가 내세운 이런 의혹은 상당히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는 GRD의 의결권 비율을 보면 알 수 있다. GRD의 주주구성은 최대주주인 분양대행사 비에스글로벌(BSG, 49.3%), 2대주주 YKD(20.5%), 3대주주 현대건설(19.6%), 4대주주 호반건설(10.5%)로 구성돼 있다. 미래에셋의 계열사 YKD는 지분이 30%가 채 안된다. 타 주주들과 비교했을 때 의결권이 월등히 높은 것도 아니기 때문에 지배력을 행사할 수 없는 구조다.

GRD의 설립시기가 2020년 4월이라는 점도 공정위의 의혹에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유 중 하나다. 공정위에 따르면 공정위가 기업조사에 착수하는 방법은 크게 신고, 제보, 직원인지 등 세 가지다. 특히 신고를 통한 조사가 들어갈 경우 신고가 발생한 후 며칠 안으로 조사가 들어가야 한다.

어떤 방법으로 조사가 들어갔든 공정위는 GRD가 설립된지 1년 4개월이 돼서야 미래에셋컨설팅과 YKD 등에 현장조사에 들어갔다고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1년 동안 가만히 있다가 여수 경도 공사에 착수한 지금에서야 조사에 들어갔는지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는 의문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공교롭게도 공정위가 현장 조사에 들어갔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 시작한 건 지난달 16일이다. 이는 공정위가 구글에 2000억원대의 과징금을 부과했다는 보도가 나온 지 이틀만이다. 물론 우연이었겠지만 마치 실적 경쟁을 하듯 앞 다퉈 언론 보도가 나오는 상황은 앞서 언급한 조 위원장의 호통 치는 이미지와 연결이 될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미래에셋은 사업 시작 전 국내 대형 로펌 4곳(태평양, 율촌, 광장, 지평)에 자문작업을 진행했다. 네 곳 모두 ‘이상 없다’는 의견을 냈다. 한 곳이라도 ‘이상 있다’는 의견을 냈다면 미래에셋 측도 사업 방향을 고심해봤을 것이다. 하지만 네 곳 모두 이상이 없다는 의견을 냈고 미래에셋도 이를 믿었을 것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네 곳이 이상 없음 의견을 낸 것도 중요하지만 기업들이 사업을 진행할 때 SPC를 설립하는 건 업계 관행”이라며 “사업 후 사라지는 회사이기 때문에 계열사로 들어간다는 건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이게 불법이라면 사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기업이 많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공정위 기업집단정책과 관계자는 “모든 건 NCND(시인도 부인도 안함)”라며 “현재 미래에셋을 조사하고 있는지도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남개발공사가 여수 경도 사업을 민영사에 넘길 당시 국내 기업 중 미래에셋이 유일하게 입찰에 참여했다. 미래에셋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중국 기업이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잘못된 사실이 있다면 벌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지는 의혹에 1조5000억원 규모의 사업이 무산되는 건 여수시로서도, 회사로서도 너무나 아쉬운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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