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가성비·디자인 두루 갖추고 차음성도 우수..자브라 '엘리트 3'

이상훈 기자 승인 2021.09.13 14:41 | 최종 수정 2021.09.16 09:14 의견 0
자브라 엘리트 3 다크 그레이 색상. [자료=자브라]

[한국정경신문=이상훈 기자] 많은 분야가 유선에서 무선으로 넘어가고 있듯, 헤드폰 시장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무선 헤드폰·이어폰 품질이 무척 뛰어나 굳이 유선 제품을 찾지 않는 이들이 상당하다.

​특히 2016년 100만대 규모에 불과했던 무선 이어폰 시장은 2019년 1억700만대로 말 그대로 '폭증'했다. 단 3년 만에 판매량 규모가 100배 이상 커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지난해에는 판매량이 3억대를 돌파했다. 여기에 더해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는 “올해 무선 이어폰 출하량은 지난해(3억대)보다 76.7% 늘어난 5억3000만대를 기록할 전망”이라고 발표했다. 시장은 여전히 성장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기에 업체들도 앞다퉈 무선 이어폰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결국 유선 이어폰은 마니아를 위한 커스텀 메이드 방식이나 고가의 하이엔드 유선 이어폰 시장 일부를 제외하면 상당수 무선 이어폰으로 넘어갈 듯 보인다.

​■ 오디오 강국 덴마크를 대표하는 이어폰 기업 '자브라'

[자료=자브라]

한편 150년 이상의 역사를 간직한 덴마크 기업 자브라도 이어폰 시장에서 제2의 부흥을 꾀하고 있다. 덴마크는 음향에 관심 없는 사람이 보면 낙농 강국 정도로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사실 세련된 디자인으로 유명한 뱅앤올룹슨(B&O)을 비롯해 달리, 다인오디오, 야모(Jamo), 스칸디나, 시스템오디오, 리브라톤, 엘탁스, 오디오벡터 등 다양한 브랜드를 보유한 북유럽의 오디오 강국이다.

​그 중에서도 자브라는 소비자용, 전문가용, 의료용 사운드 제품을 종합적으로 음향 기업이다. 특히 자매 브랜드인 리사운드(ReSound)가 보청기 제작을 위해 수십 년간 축적한 음향 데이터가 난청과 소음을 억제하고 보다 우수한 청음 경험을 제공하는데 쓰이면서 자브라 무선 이어폰의 품질도 비약적으로 향상됐다.

​현재 국내에서는 AKG, JBL, 소니, 젠하이저 등의 무선 이어폰 인기가 높지만 '엘리트(Elite)' 시리즈로 출시된 자브라 무선 이어폰은 뛰어난 음질과 더블어 편리성과 통화 품질까지 두루 갖춰 전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 착용감 우수하고 장시간 사용해도 피로감 적어

새롭게 출시되는 엘리트 시리즈. 왼쪽부터 '엘리트 7 프로', '엘리트 7 액티브'가 출시 예정이고 가장 오른쪽의 엘리트 3가 새롭게 출시됐다. [자료=자브라]

신제품은 새롭게 출시되는 엘리트 시리즈 중 막내 모델인 '엘리트 3(Elite 3)'다. 자브라는 엘리트 3보다 상위 모델인 스포츠 특화 무선 이어폰 '엘리트 7 액티브(Elite 7 Active)', 음질뿐만 아니라 통화 기능을 한껏 끌어올린 '엘리트 7 프로(Elite 7 Pro)'도 조만간 출시할 예정이다.

​리뷰를 위해 청음한 제품은 보급형 모델인 엘리트 3다. 국내 출시가격도 10만원이 안 되는(9만9000원) 모델이어서 사실 큰 기대감은 없었는데 굉장히 인상적인 제품이 됐다.

​우선 이 제품을 간단히 요약하면 상위 기종의 장점을 대부분 간직한 보급형 제품'이라 할 수 있다. 기대 이상의 음질, 차음성, 착용감, 재생시간, 소음제거 등등 팔방미인에 가까운 장점을 지녔다.​

엘리트 3는 본체가 7시간, 케이스가 21시간 분량의 배터리를 지녔다. 최장 28시간 재생이 가능하다. [자료=자브라]

박스를 개봉하면 대부분 이어폰과 크게 다르지 않다. 케이스와 이어버드, 교체용 이어팁, 그리고 짧은 USB 타입 C 충전 케이블이 전부다.

​자브라에 따르면 엘리트 3는 6만2000개 이상의 귀 형태를 스캔해 평균적인 귀 모양에 근거해 이어폰 하우징을 개발했다고 한다. 실제 완전무선 이어폰의 경우 귀에서 빠지면 쉽게 분실되니 착용감과 밀착감이 중요한다, 엘리트 3는 적어도 기자의 귀에 굉장히 잘 밀착됐고 장시간 착용해도 피로감이 없었다.​

하우징 바깥 쪽은 평편하지만 전체적으로 삼각형 형태로 돼 있고 안쪽은 동그랗게 마무리돼 있어 귀에 부드럽게 밀착된다. 기자의 경우 귓구멍이 좁아 작은 이어팁으로 교체하니 귀에 꼭 맞아 아프지도, 잘 빠지지도 않았고 외부 소음까지 상당히 경감되는 효과를 체험할 수 있었다.​

바깥 면은 힘줘서 누르면 다양한 조작이 가능하다. 오른쪽의 경우 재생/일시정지(한 번 누름), 다음 곡(2번 누름), 이전 곡(3번 누름), 볼륨 업(길게 누름)이 직관적이고 큰 바깥 면을 누르는 것으로 되니 조작이 간편하다.​

왼쪽의 경우에는 주변 소음 온/오프(한 번 누름), 음성 어시스턴트 작동(두 번 누름), 볼륨 다운(길게 누름)으로 역할이 나눠져 있다. 페어링의 경우 왼쪽과 오른쪽 버튼을 3초간 동시에 누르면 작동된다. 특히 스포티파이 사용자는 앱에서 음성 어시스턴트 활성화 대신 스포티파이 재생을 설정할 수도 있다.​

엘리트 3는 한쪽 면 전체를 할애한 물리 버튼을 장착해 터치 방식보다 오작동이 없다는 점이 확실히 편하다.

​■ 균형 잡힌 사운드...앱 통해 6개 프리셋 제공

음원이 좋으면 엘리트 3도 가격대 이상의 사운드를 들려준다.

다양한 조작방식과 더불어 음질도 상당히 만족스럽다. 10만원 미만의 제품들 품질도 상당히 좋아졌지만 여전히 저가 제품의 경우 형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음이 뭉개지거나 소리가 지연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자브라의 경우 내공이 탄탄한 기업인 탓에 기본 품질은 신뢰할 만한데 엘리트 3도 전반적으로 균형 잡힌 사운드를 들려준다. 어느 정도 고급 제품에서 기대할 수 있는 현악기의 투명함도 인상적이다.

레코딩 음질이 좋아 국내에서도 오디오 테스트 용으로 종종 사용되는 다이어 스트레이츠(Dire Straits)의 'So Far Away'를 들어보면 어쿠스틱 기타와 심벌즈, 드럼의 음이 제 몫을 확실히 해준다. 이글스(Eagles)의 'Hotel Califonia'도 도입부 기타 간주와 드럼의 육중한 베이스가 인상적이다. 하지만 아이유의 'Above the time(시간의 바깥)' 같은 곡은 레코딩에서 아쉬움이 많이 들어났다. 결국 원본 소스만 좋다면 엘리트 3의 음질은 기대 이상의 품질을 들려줄 수도, 원본 소스가 별로라면 그저 그런 이어폰이 될 수도 있다.

사운드+ 앱 화면. 프리셋 설정부터 자브라 이어폰 찾기, 음성 어시스턴트 설정 등이 가능하다.

처음 엘리트 3를 착용하자마자 재생했을 때는 저음이 다소 약하다는 인상이었지만 이어팁을 바꾸고 꼭 맞게 착용하니 저음의 양도 더욱 크게 늘어났다.​

자브라의 '사운드+' 앱에서는 '뮤직 프리셋'이 뉴트럴/음성/중저음 증폭/고음 증폭/스무스/에너자이즈 6종이 제공된다. 기자의 경우 좀 더 또랑또랑한 음색을 위해 '고음 증폭'으로 선택해 청음했다. 취향에 따라 프리셋을 설정해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 기대 안 한 패시브 노이즈 캔슬링 '대박'

자브라 엘리트 3 다크 그레이 색상.

가장 기대 안 했던 것은 '차음' 부분이었다.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ANC) 기능이 보편화되면서 이어폰도 제법 괜찮은 소음 억제 기능을 들려주기 때문이다. 엘리트 3는 '패시브 노이즈 캔슬링'이라 말하는데 이는 자체 이어팁과 설계로 귀의 차음성을 높이는 것이지 보통 ANC처럼 주변 소음을 상쇄할 반대 주파스를 재생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기대치가 낮았는데 웬걸, 상당히 주변 소음을 잘 차단한다. 귀에 꼭 맞는 이어팁을 선택해 착용한 후 일정 수준 볼륨을 올리면 주변 소음이 거의 신경 쓰이지 않는다. 도로에서 주변 소음이 안 들려 자칫 위험할 수 있는 것이 걱정되면 왼쪽 버튼을 눌러 주변 소음이 들리도록 할 수 있다.

​통화 품질도 이어폰 한 쪽 당 2개씩 마이크를 장착해 나름 준수한 통화 품질을 자랑한다. 단, 바람이 많이 부는 곳에서의 통화는 어느 정도 아쉬울 수밖에 없다.​

이 밖에 엘리트 3는 엘리트 10만원 미만 가격을 맞추기 위해 다소 저렴해 보이는 케이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쉽지만 7시간에 달하는 이어폰 자체 재생시간, IP55 수준의 생활방수, apt X 코덱 지원 등 장점이 넘쳐난다.​

굳이 단점을 찾는다면 무선충전의 부재와 2대 기기와 동시에 연결하는 멀티페어링의 부재 정도다. 그런데 자브라가 10월 업데이트를 통해 멀티페어링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쯤 되니 엘리트 7은 얼마나 좋을지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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