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익선동 거리엔 추억이 있다"..한옥이 품은 커피와 맥주

민경미 기자 승인 2019.01.16 10:12 의견 0
1970년대에 지어진 호텔을 개조해 만든 커피숍 (자료=민경미 기자)

[한국정경신문=민경미 기자] 익선동 한옥마을이 인사동, 홍대, 가로수길, 경리단길, 망리단길, 연남동, 북촌 한옥마을 등에 이어 최근 핫플레이스로 뜨고 있다. 

종로구에 있는 익선동 한옥마을은 2019~2020년 ‘한국관광 100선’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관광객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종로3가역 인근에 있는 익선동 한옥마을은 100년이라는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3월익선동을 서울 마지막 한옥마을로 지정해 기존 한옥을 최대한 보존하기로 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미로 같은 골목길을 떠올리게 하는 익선동 골목을 돌다보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이 골목을 돌아서면 호델을 개조해 만든 커피숍이 나오고 저 골목을 나서면 달덩이처럼 환한 조명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달을 맞는 느낌의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설 정도로 인기가 높은 익선동 한옥마을 포토존. (자료=민경미 기자)

한옥에 들어선 커피숍..커피와 맥주 등 서구적 느낌 공존

골목마다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지고 또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을지 설레게 된다. 카페와 떡집, 수제맥주가게, 퓨전 레스토랑, 액세서리 가게, 옷가게 등이 오래된 기와집 아래 수줍게 들어서 있다. 

사람들은 커피 혹은 빵을 먹기 위해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긴 줄에 동참한다.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는 맹추위에도 이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아마도 이들이 마시는 것은 커피가 아닌 연인 혹은 친구들과의 진한 추억이리라. 

평일이지만 골목은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이 곳을 찾은 한 방문객은 “골목이 정말 예쁘다”라며 “한옥이 있어서 우리나라 같지만 느낌은 먼 이국땅에 와 있는 듯해서 독특하다”고 말했다. 

한옥에 들어선 커피숍, 옛것과 새것의 공존을 느낄 수 있다. (자료=민경미 기자)

밀레니얼 세대, 워라밸과 주52시간 근무 힘입어 뉴트로 열풍 견인

올해의 화두를 꼽으라면 단연 ‘뉴트로 열풍’일 것이다. 뉴트로는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다. 복고(Retro)를 새롭게(New) 즐기는 경향을 말한다. 뉴트로 열풍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Work and Life Balance)을 중요시하는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 사이에 태어난 신세대)가 이끌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주52시간 근무’는 워라밸과 더불어 밀레니얼 세대가 뉴트로 열풍을 이끄는데 한몫했다.  

지난해 방영된 ‘미스터 션샤인’이라는 드라마는 개화기가 시대적 배경이다. 익선동 한옥마을은 바로 그 개화기 느낌이 물씬 풍긴다. 옛것과 새것이 공존한 그곳에 가면 과거와 현재를 다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익선동 한옥마을은 99칸 양반 세도가의 도도한 기와집이 아닌 양인들이 살았을법한 기와집을 개조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부담 없이 편하게 다가갈 수 있으리라. 

익선동 한옥마을 바로 옆에는 익선동 갈매기살골목이 공존한다. 골목 이름에서 느껴지듯 삼겹살 거리다. 1970년~80년대를 재현해 놓은 것 같은 곳이다. 

걸어서 불과 몇 분 안 되는 곳에 전혀 새로운 느낌의 골목이 공존한다는 것도 신선하다. 익선동 거리가 서울시가 추구하는 도시재생 모델로 꼽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익선동 한옥마을 주변에 있는 갈매기살골목은 40대 이상에게는 추억을,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새로움을 선사한다. (자료=민경미 기자)

젠트리피케이션 피해갈 수 있을까..독창적 분위기로 승부

빛이 있다면 어둠도 있는 법, 상가의 인기가 좀 생긴다하면 숙명처럼 따라붙는 젠트리피케이션(낙후됐던 구도심이 번성해  사람들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을 피해갈 수 있을까?

그동안 인기를 누렸던 다른 길들도 처음 상가들은 저마다의 개성이 강렬했다. 사람들은 그 독창성에 끌려 그곳을 찾았다. 하지만 나날이 치솟는 임대료 때문에 가게들은 눈물을 삼키며 그 자리를 내줘야만 했고 사람들은 또 다른 길을 찾아 유랑한다. 

익선동 한옥마을은 프렌차이즈가 입점할 수 없게 돼있다. 그래서 가게마다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 오래오래 이 분위기가 남아있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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