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 새해 화두는 '소통'..조원태 등 신년사에서 반성 없어 비판

장원주 기자 승인 2019.01.03 14:55 | 최종 수정 2019.05.01 16:05 의견 2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2일 신년사에서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오너 갑질 방지책이나 과거에 대한 사과가 빠져 '알맹이 없는' 소통 강조라는 비판을 사고 있다.


[한국정경신문 = 장원주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국내 항공업계 양대 축은 올해 화두로 '소통'을 공히 꼽았다. 지낸해 온갖 '갑질 논란'으로 오너 일가가 포토라인에 섰던 국민적 불신을 불식시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말 그대로 연말연시에 항공업계는 여지없이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사내 융합' '종사자 존중' 문화를 안착시키기에는 그동안 항공업계 오너들의 전횡이 뿌리 깊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해 '오너 리스크'로 실적이 곤두박질쳤던 항공업계의 산적한 과제는 신규노선 추가나 항공기 도입이 아닌 조직문화 체질개선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은 지난 2일 서울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소통을 강조했다. 그는 "임직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이라며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고 나누며 성과에 대해 정당하게 보상하고 대우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랑스러운 일터, 유연한 조직 문화를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 갈 것"이라면서 "그렇게 변화된 대한항공을 바탕으로 우리가 보답해야 할 대상을 고객과 국민, 여러 관계기관과 협력업체로 함께 확장해 나아가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조 사장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남으로 2017년 1월 대한항공 사장으로 취임했다. 지난해 아버지부터 어머니, 누나 등이 갑질 논란으로 사정기관 포토라인에 수십 차례 섰음에도 그 칼날을 비켜갔다.

하지만 조 사장을 둘러싼 향후 법정 논쟁은 남아 있다. 그는 한진그룹 산하 사학인 인하대 학력 위조와 관련 교육부와 분쟁이 진행 중이다. 이로 인해 '고졸 사장'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다니고 있다.

여기에 조 사장은 오너 일가 갑질 분쟁을 헤쳐나가야 한다. 당장 자신의 모친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운전기사와 직원들에게 폭언을 퍼붓거나 폭행한 혐의로 지난달 31일 검찰에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이사장은 2011년 11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운전기사 등 직원 9명에게 22차례에 걸쳐 소리를 지르며 욕을 하거나 때려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올해 오너 일가에 대한 검찰 줄소환과 공판이 예정된 상황에서 조 사장의 신년사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대한항공 직원 A씨는 "조 사장을 비롯해 오너 일가는 문제가 터질 때마다 소통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렀다"며 "그 말을 믿는 사람은 이제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3월 대한항공 49년 창립 기념식에서 오너들은 소통을 부르짖었다. 조양호 회장은 기념식에서 “변화를 주도하는 창의적인 혁신을 통해 새로운 미래를 향한 동력을 만들자”고 강조했고, 조원태 사장은 “직원간 배려와 존중, 소통과 협업을 통해 함께 성장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거짓으로 밝혀졌다. 오너 일가의 끊임없는 갑질과 편법 및 불법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조 사장 취임 후 계속되는 경영실적 악화도 조 사장의 취임사의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는 지적도 있다.

아시아나항공 상황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기내식 사태' 이후 지휘봉을 잡은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이날 신년사에서 "매사에 솔선수범하며 일에 앞서 직원들의 마음을 돌아보고 소통하며 화합하는 리더가 되기를 기대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사내 회의문화를 개선해 업무 집중도를 높이고 본부간, 직종간 소통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토론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소통의 문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올해는 전사적으로 의사결정 단계를 간소화하고 운항, 캐빈 승무원에게 태블릿 PC를 보급해 스마트워크 환경에서 보다 실질적인 변화와 혁신으로 업무 생산성을 향상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새해벽두에 불거진 한태근 에어부산 사장의 갑질 논란은 언급조차 없었다.

한태근 사장은 "사장과 잘 아니 자리를 바꿔달라"는 승객의 민원을 거절했다는 이유로 객실 매니저를 질책하고 경위서까지 쓰게 했다.

이처럼 항공업계가 오너 리스크에 휩쓸리는 데는 소액 지분에도 경영권을 좌지우지하는 경영행태에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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