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 성과에 취하지 마라"..맛 좋은 감 '무해지보험' 이제 안녕

금감원, 무해지보험 관련 감독행정작용 조치
"해지하는 고객 적으니 보험료 비싸게 받아"
대량 생산 이어 절판마케팅 '짭짤'..반짝 성과 수단

이정화 기자 승인 2021.07.21 12:23 | 최종 수정 2021.07.21 12:24 의견 0
[자료=게티이미지뱅크]

[한국정경신문=이정화 기자] 보험사들의 단기 성과주의를 부추기던 '무해지보험(무해지환급금보험)'이 단종 수순을 밟고 있다. 싼 보험료로 인기 몰이를 하자 대량 생산을 통해 영업 실적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왔지만 이같은 '무분별한 판매'에 금융당국의 경고음이 재차 켜진 것이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최근 각 보험사에 '무해지보험'은 보험업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무해지보험은 표준형보험과 같은 보장을 제공하면서 보험료는 15~30% 저렴한 대신 중도 해지 시 환급금이 없거다 적다. 싼 보험료로 가입할 수 있어 지난 2015년 첫 등장 이후 5년 간 720만건 넘게 팔린 인기 상품이다.

하지만 보험을 해지하는 고객이 고객이 당초 추정치를 하회해 보험료가 표준형보다 더 비싼 사례가 늘어나면서 소비자 부담이 커진 것이다. 이에 금감원은 직권으로 필요한 지침을 제시하는 감독행정작용 조치에 나설 방침이다. 사실상 무해지보험이 퇴출 수순을 밟아가는 것이다.

이에 소비자들은 "암 진단금 좀 늘리려 했는데 얼른 들어야겠네", "나도 어린이 보험 무해지로 싸게 들었는데 하나 더 들어놔야 하나 고민", "사람들이 하도 해지 안 하니까 보험료 올렸다는 거야?", "우리나라 보험 가입은 ASAP(가능한 빨리)" 등 다양한 반응을 표했다.

일부에선 금융당국의 경고 효력이 얼마나 갈지는 지켜봐야 알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앞서 금융당국이 올초부터 만기 시 납입한 보험료의 100% 이상을 환급받을 수 있는 일부 무해지 보험 판매를 금지해 잠시 영업이 주춤했다.

당시 상품 단종을 앞두고 단기간 동안 '절판마케팅'이 기승을 부리며 국내 보험업계의 고질병인 '단기 성과주의'의 단면도 드러난 바 있다.

이후 무해지보험 판매가 사라졌나 싶었지만 최근 일부 손해보험사 위주로 관련 신상품 판매가 크게 늘면서 다시 경쟁이 두드러진 모습이다.

실제로 5대 손보사(삼성화재·현대해상·DB손보·KB손보·메리츠화재)가 전속 설계사 채널을 통해 판매한 무·저해지 보험의 신계약 초회보험료도 올 1월 22억원에서 3월 47억5000만원으로 증가했다. 상위 9개 손보사 상품을 모두 취급하는 GA(법인보험대리점)에서도 같은 기간 판매액이 55억원에서 116억원으로 늘었다.

이에 대해 한 생명보험업계 관계자는 "올해부터 시행된 무해지상품 규제로 판매가 위축돼 영업실적에 타격을 얻었다"며 "상품 활용을 잘하면 소비자와 보험사에 모두 득이 되지만 해지율이 적어 리스크가 커진다면 재무건전성에 부담되는 것도 사실이고 보험료를 올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구체적인 지침이 내려오진 않았지만 판매량이 꾸준히 받쳐주기 때문에 당장 포기하긴 어려운 채널"이라며 일부 판매사의 영업 방식과 상품 설계 때문에 팔 수 있는 상품군이 줄어들면 시장 경쟁력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지식과 문화가 있는 뉴스> ⓒ한국정경신문 | 상업적 용도로 무단 전제, 재배포를 금지합니다.